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4-02-10   894

<경제프리즘> 자동차보험료 지역차등화, ‘공정한 차별’인가?

보험사는 차별해야 생존한다. 보험사가 위험수준에 맞게 보험료를 차별해야 않으면 저(低)위험자는 경쟁사의 유혹(?)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즉 민영보험에서는 위험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는 가입자간의 개인적 형평성(individual equity)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자동차보험료를 지역별로 차등화하겠다는 정부에 대해 일부 지역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손해율(보험료 대비 지급하는 보험금의 비율)에 비례하는데 이 손해율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다. 2002년 제주지역 손해율은 55.6%인 반면 가장 높은 지역의 손해율은 80.8%나 된다. 손해율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동일한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이는 보험원칙인 ‘공정한 차별’에 어긋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역차등화 논의에서 간과하고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 보험료 결정요소를 선정할 때 사고경력이나 주행거리처럼 운전자 통제가능요소와는 달리 운전자 통제불능요소(성별, 지역, 인종)는 가능한 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제가능요소는 사고원인이 가입자 자신이므로 본인의 의지와 운전방식에 따라 사고위험을 경감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보험료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별이나 차적지와 같은 통제불능변수는 가입자의 위험경감 노력과는 관계없이 보험료가 결정되기 때문에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고위험이 낮은 운전자라도 단지 강원도나 전라북도에 산다는 이유때문에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면 과연 이 논리에 수긍할 수 있을까.

둘째, 보험료와 특정 요소간에 관련성(통계적 유의성)이 있다고 해도 그 요소가 보험료 결정요소로 선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 인종을 보험료 결정요소로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자동차보험의 사회보험적 성격도 고려되어야 한다. 자동차보험중 모든 운전자가 반드시 가입해야하는 책임보험은 사실상 사회보험인데 사회보험에서는 개인적 형평성보다는 전체 사회의 복지증진을 위해서 사회적 형평성을 중시한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에서는 민영보험과 사회보험의 원칙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세째, 그 사회의 지방분권 역사성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지방분권이 잘 발달한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보험료의 지역차등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드렸는데 이는 각 지역의 도로여건 등 사고환경에 대한 책임이 그 지역과 지방정부에 있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분권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지역별 교통투자나 사고환경 등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방정부와 지역에 있다고 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마지막으로 지역차등화를 도입하여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지역 도로여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앞뒤가 바뀐 것 같다. 우선 도로여건 등 운전환경이 취약한 지역을 개선하도록 유도한 후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역별 세부사고율, 운전여건 및 보험사기율 등의 차이를 분석하여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10년전 1995년에는 손해율은 최저 66%, 최고 121%로 그 차이가 두배 정도였지만 2002년에는 그 차이는 1.5배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이 손해율 격차를 더욱 줄일 수 있다면 지역차등화는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다. 지역별 손해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험사는 효과적인 인수기법을 개발하고, 정부는 지역별로 균형있는 투자를 실시하고, 보험정책당국은 지역별 손해율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심도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자동차보험료의 지역차등화는 공정한 차별(fair discrimination)이 되기 어렵다.

김헌수(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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