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출범 첫 일년은 이헌재 부총리의 말처럼 “아마추어의 시행착오”로 경기불황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책의 혼선과 불확실성으로 무기력했다. 성장과 분배의 선택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고 개혁과 안정 사이에서 실체도 없는 코드논쟁만 하다가 얻은 것은 혼란뿐이었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재경부를 포함한 어느 경제부처도 책임지는 리더십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고 현안에 대한 대응마저도 뒷북을 치거나 관치경제의 헌 칼을 휘두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심지어는 “관은 치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공언하는 금융관료의 시대착오적 오만함에 시장이 경악했었다.
이 부총리가 할 일은 크게 당장의 경제현안을 해결하는 것과 장기적인 성장구조를 구축하는 두 가지다. 이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기 위해서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단기정책이 구조개혁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개혁은 성장을 위한 전략이며 지속 가능한 안정을 이루는 길이다. 개혁을 안정을 해치고 성장을 저해하는 대립적인 개념으로 단정하는 것은 개혁으로 인하여 자신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잃을 수구세력의 선동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인 연평균 5%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고 해도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 데는 무려 15년이 걸리기 때문에 구조 개혁을 시도하지 않고서 선진국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허구적 발상이다. 금융시장의 불안도 마찬가지이다. 당장의 작은 문제인 신용카드회사 문제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를 구축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모순된 야심을 국제 투자자들이 비웃고 있다. 재벌의 부당거래를 막겠다고 한 정부가 자신들의 채권 회수를 위해서 계열사들의 부당지원을 공공연하게 강요하는 채권은행들의 작태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국제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단기적인 현안은 모두가 장기적인 구조개혁과 직결된 사안들이다. 신용불량자와 부실카드회사의 정리를 통한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일,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고착화로 인한 고용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하는 일과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미루어온 부실기관투자자를 정리하여 투자시장을 정상화시키는 일들은 시간을 다투는 사안이다. 경제위기 이후로 심화된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소득세와 재산세의 지속적인 개편과 국민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광란의 부동산가격 폭등이 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한 현안이다.
경쟁을 촉진하고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규제도 대전환이 필요하다. 공정거래 규제는 상위 대재벌로 더욱 집중화하고 중규모 재벌과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동시에 시장질서와 공정경쟁을 담보하기 위해서 공정위와 금감위에 계좌추적권을 포함한 경제경찰 기능을 강화해 주어야 한다. 자본시장에도 많은 과제가 있다. 지배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문제와 이 부총리 자신이 스스로 시도했던 국내 기관투자자의 육성문제는 성장동력을 만드는 중요한 국가전략이다. 이를 위해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의 분리, 국민연금 자산운용의 독립성 확보, 생명보험사의 상장, 채권시장 활성화 등의 수많은 개혁과제가 있다.
이 부총리가 원칙과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이 많은 현안을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한국경제를 이끌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극복해야 한다. 대우사태에서 스스로 경험한 정치적 고려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과 경제권력의 기득권 세력이 되어버린 재경부를 개혁하고 경제 관련 공적기구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일이다. 이는 자신과 내부개혁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구조개혁의 경험뿐 아니라 스스로 시도한 개혁이 후퇴하는 뼈아픈 경험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려보다는 기대를 걸어 본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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