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4-02-23   2375

<홍성태의 잠망경> 전두환을 감옥으로!

2004년 2월 20일에 방영된 문화방송의 ‘신강균의 사실은’을 본 사람들은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학살자 전두환이 어떤 호사를 누리고 있는가를 보면서 이 나라가 정말 얼마나 엉망인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전두환은 군사반란 등의 죄목으로 사형을 구형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고 사면을 받아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가 저지른 죄는 너무나 극악해서 사형에 처해야 마땅했다. 상관에게 총부리를 겨누어 권력을 잡고 항의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를 살려두면서 사형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사형제도를 이런 식으로 운영할 거라면 차라리 사형제도를 없애는 편이 나을 것이다. 1988년에 탈옥수 지강헌이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평등상태를 전두환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두환이 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눈먼 표를 얻기 위해 기성 정치권은 그를 불법예우하고 있다. 전두환은 자신에게 무궁화대훈장과 건국훈장을 수여했다. 그가 유죄판결을 받은 순간 이 훈장들은 모두 반환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전두환은 아직도 이 훈장을 가지고 있다. 명예와 권위의 상징이어야 할 훈장을 국가 스스로 ‘똥 훈장’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김구 선생과 전두환이 똑같은 건국훈장을 가지고 있다니,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가?

그러나 전두환이 다시금 관심의 촛점이 된 것은 무엇보다 돈 때문이다. 그는 2205억원의 추징금을 내야 하는 데, 가진 재산이 29만 1천원밖에 없다며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아들들은 물론이고 손주들까지도 수십억대의 재산을 가진 재산가이며, 구속된 둘째 아들 재용은 탤런트 박상아에게 수십억대의 재산을 주거나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모든 돈이 전두환에게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전두환은 무려 1조원의 불법자금을 비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돈 가치의 변화를 고려해서 보자면, 지금은 아마도 10조원이 넘을 것이다. 전두환은 역사 이래 최악의 학살자이자 단군 이래 최대의 도둑놈이다.

정경유착은 박정희의 개발독재가 낳은 이 나라의 고질병이지만, 그것을 가장 악랄하게 이용한 자는 박정희가 아꼈던 후배인 전두환이다. 그가 어떻게 해서 1조원이라는 불법자금을 모았으며, 그 결과가 이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두환의 1조원 앞에서 한나라당의 차떼기는 그저 우스울 뿐이다. 지금의 가치로 따져서 10조원이 넘을 이 막대한 돈은 모두 기업에서 나온 것이다. 전두환은 국제상사를 공중분해해 버리는 극단적 방법을 써가며 이 엄청난 돈을 모았다. 정경유착이란 권력을 쥔 자와 돈을 가진 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불법거래를 뜻한다. 돈을 가진 자는 권력을 쥔 자에게 돈을 주고, 권력을 쥔 자는 돈을 가진 자에게 특혜를 준다. 당연히 전두환은 1조원을 뜯어내기 위해서 10조원 이상의 특혜를 주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업들이 그에게 그냥 돈을 주었거나 빼앗겼을 리는 만무하다.

그 특혜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각종 개발사업을 비롯한 잇권을 주는 것이다. 어느 경우나 그 사회적 결과는 명확하다. 하나는 국민을 착취해서 기업가들의 배를 불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나라의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다. 많은 돈을 써서 의원에 당선된 정치꾼이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듯이, 전두환에게 돈을 뜯긴 기업가들도 뜯긴 돈을 벌충하기 위해 국민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전두환은 조폭이 시장 상인을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것처럼 기업가들에게 돈을 뜯고, 그들이 국민을 마음껏 착취하고 자연을 마음껏 파괴할 수 있도록 경찰과 군을 동원했다.

전두환이 권력을 찬탈해서 엄청난 불법자금을 뜯은 시기는 이 나라가 바야흐로 중진국으로 나아가던 중요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우리는 복지사회와 생태사회의 바탕을 다졌어야 했다. 그러나 전두환을 정점으로 해서 이루어진 정경유착의 먹이사슬 구조 속에서 이런 변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다. 돈과 힘을 떠받들고 착취와 파괴를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가 널리 퍼질 수밖에 없었다. 전두환이 저지른 죄는 단순한 개인적 비리의 문제가 아니다. 전두환은 개발독재를 거치며 이미 심하게 망가진 이 사회의 구조와 문화를 더욱 심하게 비틀어 버렸다. 이렇듯 전두환과 그 일당이 저지른 죄는 역사적인 것이다. 이 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회는 여전히 전두환과 그 일당이 폭력으로 세운 지배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두환 문제’를 그대로 두고 이 사회의 발전을 말할 수는 없다. 잘못에 대해서는 죗값을 치루도록 해야 사회가 바로 선다. 전두환이 죗값을 치루도록 하는 것은 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한 출발점이다. 그의 재산은 모조리 몰수해야 하며, 그는 감옥에 가두어야 한다. 학살과 착취라는 극악한 범죄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뻔뻔스럽게도 원로를 자처하며 훈계하는 그의 모습을 보라. 사실 그에게는 감옥도 호사스럽다. ‘전두환 문제’를 바로잡는 것은 착취와 파괴를 당연하게 여기는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는 것이기도 하다. 생태적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청의 면에서도 전두환은 감옥에 가두어야 한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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