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4-07-21   885

<안국동窓> 의문사위 논란에 대한 해법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6월 30일자로 활동시한을 마감했다. 모든 의문사의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3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3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은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여야가 구성은 물론이고 조사대상과 권한의 확대까지도 사실상 합의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관련 개정안이 원희룡 의원의 대표발의로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3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조사대상 확대나 위원회 권한 확대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사위원회의 지속 또는 권한·조사대상 확대가 국론분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의문사위가 비전향 장기수의 의문사를 민주화운동으로 해석했고, 위원회 조사과정에서의 국방부 특조단의 총기발사논란 등이 있었던 것을 빌미로 하고 있다.

비전향 장기수의 ‘민주화’ 운동 판단이 사회적 합의를 얻어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상전향제도나 사회안전법, 비전향자에 대한 장기구금과 고문치사가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 매우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것은 명확하다. 따라서 비전향 장기수라 할지라도 그 죽음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반인권적 구금 상황 하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진상을 마땅히 밝혀야 한다. 그런데 의문사위의 조사활동은 ‘민주화운동 관련 사건’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 비전향장기수들의 행위가 ‘민주화 운동’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판단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해법은 간단하다. 의문사위의 조사대상을 ‘민주화 운동’ 관련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폭력에 의한 의문사로 확대하여 반인권적 국가폭력의 진상도 규명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총기발사논란도 만찬가지다. 어떤 핑계로도 의문사위 조사관에 대해 총기(가스총이라 하더라도)를 발사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명색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의문사위의 조사에 대해 폭력을 휘둘렀던 권력기관들의 노골적 비협조와 저항이 얼마나 심한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문제는 의문사위가 이런 저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국회에서 이미 합의했던 의문사위의 조사범위 확대와 권한 강화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잘못이다. 의문사 진상규명 나아가 과거사 청산이 껄끄러운 의원들이 많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초등학생들에게 ‘국가’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을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아마도 대부분 ‘국민을 잘 살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거나 다른 나라로부터 ‘국민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기능이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사회의 안녕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며, 정의를 구현해서, 국민의 삶과 질을 높이는 것이 국가의 존재의의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위에 나온 국가의 기본적 기능에 얼마나 충실했을까.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안타깝게도 지난날 권위주의 시절에는 그렇지 못했다. 지금도 색깔론 등 잔재가 남아있지만, 우리 현대사는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참상, 권위주의적 파시스트적 국가의 독재 통치로 말미암은 공포와 민주주의의 질식 등으로 얼룩졌다. 어느 학자는 이런 우리 현대정치사를 국가폭력과 ‘죽음의 정치’로 얼룩진 ‘광기가 지배해온 야만의 역사’였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민주주의와 통일, 기본적인 인권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이름을 우리는 아주 쉽게 너무 많이 댈 수 있다. 박종철, 이한열, 김경숙, 이내창, 최종길, 신호수, 박창수, 이철규… 열거하자면 가슴부터 저려온다. 군대나 경찰의 동원, 사법기구를 통한 처벌,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처벌수단으로 악용한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정권탈취 과정에서 사회의 공포분위기 조성을 위해 실시했던 삼청교육 등 국가폭력의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 가운데 의문사가 있다. 의문사는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법의학자는 ‘모든 변사는 의문의 죽음’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국 현대정치사에 등장하는 의문사는 자·타살 여부를 떠나 위법한 공권력의 직·간접적인 개입의 의혹이 있는 죽음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억압적 정치상황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의 극단적인 결과가 의문사로 나타나는 것이다.

의문사의 진상규명은 의문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의문사를 가져온 원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에 의해서 국민의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되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국가는 자신의 폭력을 기억하고 밝혀야 한다. 국민에게 사죄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과거를 바로잡지 않고는 이 나라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은폐되어왔던 어두운 과거의 아픔을 들추어내고 진상을 밝히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의문사특별법의 제정과 의문사위의 출범은 유가족들의 422일간에 걸친 국회 앞 천막농성 싸움의 성과였다. 1기 의문사위는 1년 9개월 동안 활동했지만 접수된 85건 가운데 5건도 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2기 의문사위도 유가족들의 한나라당 당사앞 농성 끝에 겨우 이뤄졌다. 이제 3기 의문사위만은 이런 진통 없이 구성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났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문사들, 특히 국가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의한 희생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진상규명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역사 속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경우 긴 세월이 지나 그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험한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조사과정 역시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렵고 중요한 역사적 과제일수록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며, 조사대상기관의 은폐는 엄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조사과정을 잘 평가하여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 등 제도적 개선도 계속해나가야 한다.

3기 의문사위 구성과정에서는 1, 2기 활동을 통해 드러난 의문사위 권한의 한계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2년 활동과 1년 연장 등 짧은 조사기간과, 조사권의 한계, 조사대상의 한계 등이 의문사와 관련된 조사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고, 조사대상의 조직적 저항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사기간이 연장되고 조사권한이 강화된 3기 의문사위의 출범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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