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4-07-30   520

<경제프리즘> 증시 공동화를 막으려면

5년 전 ‘바이 코리아’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쓴 적이 있다. 한 재벌계 증권사가 발매한 주식형 펀드, ‘바이코리아 펀드’는 1999년 3월 초 발매된 이래 7개월 동안 무려 10조원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여 침체 상태의 주식시장을 단번에 달궈놓았다.

“한국경제를 믿습니다”라는 애국적 캠페인을 앞세운 이 펀드의 전도사(傳道師) 격이었던 이 증권사의 최고경영자는 종합주가지수가 2년 내에 2000포인트를 넘길 것이고 6년 안에 6000포인트를 넘길 것이라는 야심찬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그 ‘6년’이라는 시점을 불과 몇 달 앞둔 현재 한국 증시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직도 종합주가지수가 750선을 맴도는 가운데, 거래 대금이 급감하고, 개인과 기관을 막론하고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 현상도 매우 심각하다. 승용차나 순금을 경품으로 내세운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계좌 수는 몇 년째 계속 줄어든다.

기관투자가들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23일 현재 투신권의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7조91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바야흐로 증시의 공동화(空洞化)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메웠다고는 하지만 외국인 투자도 단기적 성향이 커져가고 있어 우리 증시의 체질은 더욱 허약해지고 국부(國富) 유출의 위험이 커져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수익 구조가 대폭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에도 불구하고 왜 시중의 부동자금은 증시로 오지 않는 것일까? 경직된 노사관계가 문제라느니, 반(反)기업적 정서가 문제라느니,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가 원인이라느니 하는 다양한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행동을 결정함에 있어서 역시 논리보다는 경험에 더 의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재미를 본 경험보다는 속고 손해 본 쓰라린 경험이 많기 때문에 주식을 외면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수수방관(袖手傍觀)했던 대규모의 공격적인 투자 캠페인의 경우 결국 사기나 다름 없음이 드러나 국민들의 신뢰 상실을 가져온 측면이 컸다. 근거가 희박한 낙관론으로 드러났던 바이코리아 펀드의 경우가 그랬고, 사기와 횡령을 막을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어닥친 코스닥 및 벤처 투자 열풍이 그랬다.

자금난에 처한 몇몇 시중은행의 소액주주들은 감자(減資)가 없을 것이라는 정책 당국자의 말과 지역 은행을 살리자는 캠페인에 휩싸여 유상 증자에 참여했다가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기도 했다.

공적자금 절약, 증시 활성화, 벤처 활성화 등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추진된 투자 촉진, 증시 활성화 수단들이 결국은 투자자들의 희생을 가져오고 그에 따라 신뢰를 잃은 증권시장은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온 셈이다.

몇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한 코스닥 주가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은 1심의 승소 판결이 상급심에서 뒤집어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주식을 감자당한 시중은행 소액주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일괄하여 기각되었다. 증권시장에 관한 한 여전히 법은 멀고 부당 권유나 주가 조작, 분식회계는 아직도 온존(溫存)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우리 증시를 외국자본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증시의 공동화는 기필코 막아야 한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제도의 강화와 강력한 집행 없이는 어떠한 증시 활성화 대책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주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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