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5-06-23   554

<경제프리즘> 자산운용업 규제완화는 신중하게

6월 17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합동으로 자산운용업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자산운용회사의 전문화/대형화 촉진, 펀드 운용/영업의 자율성 확대, 펀드 판매채널 확대, 사모투자펀드 활성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영일색이다. 필자도 창의와 자율성에 기반 할 때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기본취지에 찬동한다. 그런데 몇 가지 제안들에 있어서는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차례대로 살펴보자.

먼저, 정부는 펀드의 대형화 및 장기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대형/장기 펀드에 있어서는 건전성 기준인 자기자본비율을 완화시켜주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즉, 자산운용사의 총위험액 산정시 위험가중치를 펀드규모에 따라 체감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산운용회사의 건전성 확보라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를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펀드의 대형/장기화 목표를 위해 일부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기펀드일 수록 비유동성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고, 대형펀드일 수록 잘못되었을 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정부는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를 사모투자펀드의 유한책임사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연기금의 출자금액에 대해서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의 투자의무비율 및 포트폴리오 투자관련 규제를 풀어 주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즉, 현행법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는 출자 후 1년 이내에 출자금액의 60% 이상을 경영권 참여 목적 등에 활용해야 하고, 출자금액의 5% 범위 내에서만 포트폴리오 투자를 할 수 있는데 연기금 출자에 대해서는 이들 규제들을 모두 완화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연기금의 경우 다른 투자자들과는 달리 통상적인 capital call방식에 따르지 않고 실제투자대상기업이 없는 경우에도 펀드에 출자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펀드들에게 수익성 있는 자산운용의 기회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알기로는 국민연금의 경우 최근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capital call방식으로 전환하였기 때문에 실익이 없는 규제완화로 생각된다. 오히려 잘못된 관행을 정부가 인정하고 이를 유도하는 측면마저 있어 재검토가 요망된다.

셋째, 정부는 사모투자펀드의 무한책임사원이 자기가 운용중인 사모투자펀드의 투자대상기업에 대해 펀드를 통하지 않고 직접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모투자펀드업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무한책임사원이 자기가 운용중인 사모투자펀드 자체에 투자하는 것은 가능하고 오히려 권장될 일이다. 유한책임사원과 공동운명체를 만들어 책임 있는 투자의사결정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모투자펀드를 통하지 않고 별도로 직접 투자하는 것은 이해상충의 소지가 심각해서 선진국들의 경우 업계관행상 금기시하고 있다. 직접 투자한 것이 실패했을 때 무한책임사원은 본인이 운용하고 있는 사모투자펀드를 이용하여 투자원금을 손쉽게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문제가 많았던 창업투자업계의 악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규제완화방침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정부는 사모투자펀드의 재산평가 및 회계처리방법과 관련하여 보유상장주식에 대해서조차 시가평가 및 일별 기준가격 산정의무를 면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유한책임사원들이 중심이 되어 비상장주식에 대해서조차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적극 권장되고 있는데 우리는 시가평가에 있어서 아무런 기술적 어려움도 없는 상장주식조차도 시가평가를 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어 상당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모투자펀드는 자기 책임하에 투자할 수 있는 대형 기관투자자들과 고소득 투자자들이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이 일일이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줄 필요가 없다. 유한책임사원들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업계관행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통과되어 사모투자펀드제도가 도입된 지 겨우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정부가 법과 규정을 고쳐서 잘못된 관행을 조장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특히 이러한 조치들이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제시된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 이 글은 머니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김우찬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