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생명의 터전, 새만금갯벌이 영원히 사라질 기로에 놓였다. 호남평야를 일군 동진강과 만경강이 서해로 흘러들어 수만년의 긴 세월을 지나며 빚어놓은 천혜의 새만금갯벌. 여기에는 백합이며 농게 등 수많은 어패류가 살고 있으며, 또 그들을 잡아 삶을 잇는 많은 어민들이 살고 있다. 이곳이 문득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이미 1986년에 조사가 끝난 터였다. 정부는 경제성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대통령선거의 유세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1987년 11월,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는 전주 유세에서 갑자기 새만금을 간척해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한다. 황당한 공약이었다. 그 목표는 뻔한 것이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전라북도에 투입할테니 전라북도에서도 자기를 지지하는 표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것. 이렇듯 새만금 간척사업은 지역개발을 내세운 노골적인 매표사업으로 시작되었다. 그 불행하고 위험한 역사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광주학살의 주범이다. 그런 만큼 호남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렇게 무리한 개발사업을 공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나의 잘못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잘못을 계속 저질러야 하는 ‘잘못의 연쇄법칙’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노태우는 권력을 잡기 위해 광주학살에 이어서 ‘생태학살’이라는 또 다른 학살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은 민주화와 함께 반드시 청산되었어야 했다. 분명히 새만금 간척사업은 군부독재 시대의 처참한 상징이다. 군부독재 시대의 파괴성을 증명하는 이 사업이 청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1996년의 시화호 오염사건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재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시화호 조성사업은 거대한 ‘사기극’으로 끝났다. 45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거대한 썩은 호수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 ‘사기극’에 경악하면서 시화호 조성사업보다 훨씬 규모가 큰 ‘담수호’를 만들기로 한 새만금 간척사업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이런 관심과 우려는 거대한 토건국가 세력에 의해 계속 무시되고 있다. 토건국가 세력에게 거대한 토건사업은 그 자체로 거대한 돈벌이의 원천이다. 시화호가 썩건, 새만금이 죽건, 그것은 그들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주도하는 농림부와 농촌공사는 새만금갯벌을 간척해서 거대한 농지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서천 소가 웃을 일’이다. 새만금갯벌을 농지로 쓰려면 간척사업을 끝내고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한국 농업의 경쟁력은 미국이나 중국의 농업을 이길 수 없다. 문전옥답이 공장으로, 아파트로 사라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를 위해, 농업을 위해 새만금 간척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농림부와 농촌공사는 이름을 간척부와 간척공사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솔직하다는 얘기는 들을 것이다.
전라북도의 주장은 더욱 현실성이 떨어진다. 강현욱 도지사는 540홀의 초대형 골프장을 건설해서 중국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보이는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되었고, 거대한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계획들은 모두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농지조성’이라는 간척사업의 목적을 위배한 불법적 계획들이다. 또한 계획 자체의 현실성이 사실상 전무한 공상적 공약일 뿐이다. 그 목적은 오직 새만금 간척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일 뿐이다. 그 바탕에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이 전라북도로 흘러 들어오리라는 계산이 놓여 있다.
새만금갯벌은 이 나라의 소중한 생태적 자산이다. 이런 곳을 없애는 사업에 국민의 세금을 퍼붓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죄악이다. 더욱이 80%를 넘는 국민들이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한다. 이런 사업에 매년 천문학적 금액의 세금을 퍼붓는다는 것은 틀림없이 죄악이다. 지난 15년 동안 이런 죄악을 저질러서 전라북도는 더 잘 살게 되었는가? 불행히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매년 천억원 이상의 돈을 새만금간척사업에 퍼부었으나 그 돈은 전라북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 그 돈은 전라북도가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자원을 없애고, 몇몇 거대 토건세력의 배를 불리는 데 쓰였을 뿐이다.
새만금갯벌은 세계적으로 드문 거대 갯벌이다. 하구갯벌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더 드문 갯벌이다. 세계적으로 하구갯벌은 모든 갯벌의 2%밖에 되지 않는다. 새만금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말 그대로 세계적이다. 세계적으로 생태관광의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시대의 추세를 보자면, 새만금갯벌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2003년의 삼보일배는 단지 생명의 원천을 지키자는 절박한 요청이 아니라 이러한 새만금갯벌의 생태경제적 가능성을 키우자는 적극적 제안이기도 했다. 새만금갯벌이라는 세계적 자연자원을 지키는 데에 전라북도가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있다.
이른바 ‘국책사업’의 이름으로 전개되는 모든 거대 개발사업은 어두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개발사업은 개발공사(公社)와 재벌로 대표되는 토건국가 세력에게 거대한 돈벌이를 약속하며, 또한 개발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역주민들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은 대규모 자연파괴사업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몇몇 토건국가 세력 뿐이다. 전라북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새만금갯벌을 살려야 한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우리가 이룬 민주화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화 정부도 군사독재 정부와 같은 목적으로 거대한 파괴사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3월 16일쯤에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토건국가 세력의 새만금 죽이기는 3월 20일 무렵부터 본격화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새만금 살리기 국민운동’이 3월 6일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도올의 1인 시위도 그 일환이다. 3월 7일부터 서울과 전주에서 종교인들의 단식농성이 시작되었다. 3월 10일에는 각계의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담은 성명서가 발표될 것이다. 다음 주에는 새만금살리기의 국민적 염원을 보여주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서울에서 열 것이다. 전라북도의 망상과 참여‘토건’정부의 무능으로부터 새만금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
새만금갯벌은 아직 살아 있다. 33㎞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거대한 시멘트 방조제로 둘러 쌓였어도 새만금갯벌은 아직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 최종 물막이공사를 하면 새만금갯벌은 완전히 죽을 것이다. 최근에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무려 32조원에 이르는 새만금갯벌의 수산물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지금도 발견되고 있는 새로운 생물종을 포함해서 수많은 생명체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 누구도 이런 파괴와 학살의 권리를 가지고있지 않다. 부디 3월 19일에 새만금에서 열릴 새만금살리기 국민대회의 자리가 아름다운 새만금의 보존을 축하하는 축제의 자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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