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 국회의 입법·심의 기능까지 대행한다?

윤리적 논란 일고 있는 줄기세포연구사업 정부지원

다시 생명윤리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작년 5월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공청회 이후에 한동안 잠잠했던 생명윤리법 입법 논의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자하는 연구사업인 {프론티어} 사업의 일환으로 줄기세포연구사업이 선정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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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부는 지난 1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서, 9개의 신규 {프론티어} 사업 중의 하나로 <세포응용연구> 사업을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발표에 의하면 올해 90억원을 포함하여, 10년간 1천억이 투자된다. 한편 사업의 실제 내용은 ‘줄기세포연구’이라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을 예상한 과학기술부가 의도적으로 연구 명칭과 범위를 모호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계 신문을 통해서 이에 대한 문제 지적이 이루어지고 있다.

생명윤리법 없는 줄기세포연구사업 정부 지원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18일에 즉각 논평을 내고 “생명윤리법 도 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윤리적 논란이 많은 줄기세포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사업 추진을 보류하고 생명윤리법을 먼저 제정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부는 19일 <“세포응용연구사업” 추진과 관련한 과기부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줄기세포연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였다. 전세계적으로 줄기세포 이용 관련 연구가 시작된 것은 2∼3년 밖에 되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아 기술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생명윤리 문제와 관계가 약한 성체줄기세포와 동물줄기세포 등의 연구분야는 추진하고, 배아복제 등의 분야는 향후 입법 방향에 따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기부, 생명윤리법 제정 의지 후퇴 우려

그러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이에 대해서 다시 반박 논평을 내고 “‘생명윤리 문제가 덜한 연구’와 ‘생명윤리 논란이 예상되는 연구’는 생명윤리법을 통해서 정해져야 할” 사안이라며 과학기술부의 자의적인 판단을 비판하였다. 덧붙여 “과기부가 국회의 입법·심의 기능마저도 대신하려는 자가당착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게다가 과기부의 보도자료에서 올해 3월에 국회에 법안을 상정하겠다는 과기부 장관의 지난 해 약속조차도 언급되지 않을 만큼, 과기부의 입법의 의지가 후퇴하였다는 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였다.

보건복지부도, 줄기세포연구 대규모 지원에 나서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해 12월에 5개의 줄기세포연구사업을 선정하여, 과제당 4년간 8억원씩을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 2000년도에 윤리적 논란을 일으켰던 마리아불임크리닉의 박세필 박사의 ‘냉동배아 유래 인간배아줄기세포주 확립 및 특정 세포분화 연구’도 포함되어 있다. 보건복지부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투자가 처음 이루어진 것은 2001년 초이며, 포천중문의대 정형민 연구팀이 선정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연구사업 추진을 위해서 지난 해 9월 <인간줄기세포 연구관리지침>을 제정하였다. 이는 윤리적 비난을 모면하고자 하는 보건복지부의 시도로 보이지만, 과기부와 마찬가지로 생명윤리법 제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행정적인 조치로 임의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보건복지부의 이와 같은 최소한의 노력에 비추어보았을 때, 과기부의 무성의가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한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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