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의 암울한 삶, 희망은 어디에?
청년과학기술자 겨울캠프 열려
지난 2월 2일부터 3일까지 1박 2일 동안 대전 유성유스호스텔에서 청년과학기술자 겨울캠프가 열렸다. 이번 캠프는, 작년 6월에 모여 과학기술자의 ‘노동권’과 ‘사회적 책임’을 두 축으로 고민을 심화시켜 온 청년과학기술자네트워크(준)가 이공계열 대학원생과 정부출연연구소·사기업 연구소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기획한 것이다. 행사가 진행된 이틀동안 80여명이 참가해 겨울캠프가 주제로 내세운 ‘청년과학기술자의 삶·노동권 그리고 사회적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자 현실에 대한 성토 봇물처럼
캠프는 장순식 위원장(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의 강연으로 시작되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기성 세대와는 다른 비겁하지 않은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한 강연에 이어서 캠프의 문제의식을 담은 발표와 토론들이 이어졌다. 뒤이은 발표는 ‘과학기술노동자들은 직장을 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가?’란 도발적인 제목과 함께 직설적인 내용으로 참가자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발표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기술자는 여타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소모품과 같은 처지로 전락했다면서 참가자들에게 현실을 직시할 것을 요구했다. 암울한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발표자는 고민과 토론을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적극적인 내부고발에 나서는 것을 제안했지만, 스스로도 대단히 어려운 일임을 시인해 분위기가 침체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에너지대안센터는 기존의 에너지 기술과 다른 대안 기술이 필요함을 강조했고, 계속된 토론에서 이상훈 부장(에너지대안센터)은 “현대 과학기술을 비판하고 대안 과학기술과 삶을 주장할 수 있는 과학기술자”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런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조는 과학기술자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성토 장이 된 캠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대조되어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과학기술자의 현실에 대한 암울한 인식은 ‘청년과학기술자의 삶과 노동권’이란 주제로 묶인 두 번째 순서에서 최고에 달했다. 열악하고 위험한 대학원생들의 연구 환경과 봉건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실험실 문화에 대한 고발이 이루어졌고, 광범위하게 확산된 정부출연연구소의 비정규직 사례와 석사 출신 연구원의 기계 같은 현실이 고발되었다. 발표자들이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보기도 했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를 회복시킬 수 없었다.
과학기술자 스스로 희망을 만들자
이런 분위기는 과학기술자운동에 대한 고민을 내세운 다음 순서에서 미력하나마 쇄신될 수 있었다. 대전 지역 과학기술자운동의 가능성을 발표한 이성우 대전 시지부장(민주노동당)의 발표와 ‘청년과학기술자네트워크’에 대한 제안, 과학기술자를 대상으로 한 웹진 sciZine의 소개가 이어지면서 더 늦기 전에 과학기술자들 스스로 무엇인가 시작해야된다는 공감대가 참가자들 사이에 형성되었다. 늦게까지 이어진 그룹별 토론과 친목 시간은 모인 사람들 서로의 처지를 얘기하면서 대안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날에는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좀 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제안되었다. 청년과학기술자네트워크(준)에서 “과학기술자 스스로 발언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웹진 형태의 매체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성우 시지부장은 “대전 지역에서 과학상점 운동을 벌여나갈 것”을 제안했다. 전날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구체적인 제안에 대해 참가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캠프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지적되었듯이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지 못한 것이나 참가자들이 서울과 대전 지역에 한정된 것은 이번 캠프를 준비한 사람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되었다. 마지막에 제안된 웹진이나 과학상점 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갈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이번 캠프를 통해서 새삼 확인된 것은 과학기술자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결코 이런 암울한 현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모인 과학기술자들이 자기 삶의 암울한 모습을 씁쓸하게 들추어낸 1박 2일간의 캠프가 가진 가장 큰 의의이다.
캠프에 참여한 시민과학센터 회원 강양구씨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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