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적십자사, 배아줄기세포 연구 최초 연방정부지원 거부키로

과학자 집단 스스로 윤리적 판단을 따른 것

국내에서 생명윤리법 제정을 둘러싸고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 집단에서 배아연구에 대한 정부지원을 거부하겠다고 발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LA Times의 2월 8일자 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오후 미국 적십자사는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에 대한 최초의 미국 연방예산 지원을 거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날 오전 미국 보건원의 연방예산지원 결정 발표가 난 직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적십자사의 대변인은 줄기세포 연구가 질병치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라는 주장이 존재하나, 윤리적 논란이 매우 큰 만큼 주요 사설연구기관들이 이를 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보건원은 적십자 연구소의 로버트 홀리 연구원이 신청한 “혈액 및 면역세포의 성장과 조절”에 관한 연구에 대해 50,000달러의 지원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보건원 대변인은 이것은 지난해 발표된 부시행정부의 줄기세포연구정책의 진보라고 논평했다. 지난해 8월 부시 행정부는 10개 연구기관을 선정, 이미 파괴된 인간배아에서 추출된 기존의 64개 줄기세포주를 이용한 연구에만 제한적으로 연방기금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발표 당일 오후 적십자사가 지원 거부를 결정하자 이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들이 잇따랐다. 이 결정에 대해 미 의과대학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지원을 요청한 후 거절한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적십자사의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미국생식의학협회 역시 지원 거부가 기증자들의 반발을 우려한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며, 적십자사가 과학의 발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나 적십자사 생명의학부의 연구책임자 스콰이어즈 박사는 연구소 내의 연구 우선순위에 관한 지침에 따라 연구지원 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미 탯줄 혈액을 이용한 연구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환자에게 치료하고 있는 중이므로 배아를 파괴하는 대신 탯줄에 대한 연구 지원을 강화하겠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적십자사의 사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이러한 연구는 혈액과 면역세포 연구 분야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초점을 흐리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적십자사의 연구 지원 결정이 연구소 내의 ‘연구 우선순위에 관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은 적십자사가 줄기세포연구와 관련해 생명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줄기세포 연구의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윤리적 논란이 큰 배아연구의 지원을 거부한 것은 결국 연구자 집단 스스로 생명윤리에 대한 입장을 확고하게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성체줄기세포나 탯줄 혈액을 이용한 줄기세포연구가 나날이 눈부신 성과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의 생명윤리법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도 배아연구를 허용할 것인가 말것인가의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성체줄기세포 연구 역시 배아줄기세포연구 만큼의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해왔으며, 그것을 계속 입증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례 역시도 그 중 하나이다. 여전히 원칙적인 입장에서의 윤리논쟁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생명윤리법 제정 과정에서도 미 적십자사의 사례처럼 연구자들 스스로의 윤리적 판단이 발휘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LA Times 원문 기사 보기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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