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번역: 전치형|번역자원활동가.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당신이 무엇인가를 “하나의 과학혁명”(a scientific revolution)이라고 부르는 경우에, 당신은 단지 과학적인 부분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당신이 만약 어떤 것을 (역사상 유일했던 사건이라는 의미로) “과학혁명”(the scientific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면 당신은 유럽사상의 전개과정에 대한 하나의 관점(유럽의 과학지식이 역사상 특정한 시기에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용어를 함께 끌어들여 쓰는 순간 당신은 과학학(Science Studies)이라는 학문, 즉 실제로 과학을 하지는 않지만 과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학자들의 연구의 핵심을 향해 들어가게 된다.
당신은 거기서 필연적으로 토마스 쿤(Thomas Kuhn)이라는 인물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과학학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은 지금까지도 40년 전에 처음 출판된 그의 유명한 책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를 읽어야만 할 것이다. 혹시 당장은 그 책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은 결국 다른 책들 속에서 쿤의 이론이 더 발전되거나, 토론되고, 또는 비판당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쿤은 직접 읽기보다는 도서관에서 참고용으로 찾아 볼만한 두꺼운 책들에서 만날 수 있다. 루트레지(Routledge)에서 1990년에 처음으로 출판한 훌륭한 책인 Companion to the History of Modern Science의 색인에는 쿤이 모두 30번 언급되어 있다(44번 언급된 뉴튼 다음이며, 단지 12번 언급된 칼 포퍼보다는 훨씬 앞선다). 10년 후에 블랙웰(Blackwell)에서 나온 Companion to the Philosophy of Science에서도 쿤은 비슷한 정도로 두드러진 주목을 받았다(쿤 34회, 포퍼 28회, 뉴튼 21회)
쿤과 그의 사상에 대한 책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아이콘 북스(Icon Books)의 “한시간에 읽는 포스트모던과의 만남” 시리즈로 나온 쟈우딘 사다르(Ziauddin Sardar)의 Thomas Kuhn and the Science Wars와 같은 짧은 책들도 있고 스티브 풀러(Steve Fuller)가 쿤을 학문적으로 재평가한 Thomas Kuhn: A Philosophical History for Our Times와 같이 긴 책들도 있다. 쿤에게는 분명히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쿤은 과학의 변천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과학자들의 활동에 대해서 과학자들 스스로 제시하는 설명이나, 또는 과학 활동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학철학자들의 생각에서 벗어나 과학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그는 과학의 진보라는 생각, 또 심지어는 과학이 실재에 대한 진실을 발견할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 의심을 제기하는 듯이 보였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과학자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사다르의 책 제목인 ‘과학전쟁’이란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좀더 많은 것을 알고 싶으면 어떤 책을 보는 것이 좋은가? 사다르의 책을 읽는 것이 여러 주장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의 책은 주제를 학문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못하다. 풀러의 책은 왜 쿤이 정말 보수주의자였는가에 대한 정교한 주장을 담고 있지만, 그의 책은 이 주제에 대해서 깊게 공부한 학생에게 어울릴만한 수준의 것이다.
다른 분야들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것과 같은 친절하고 보기 편한 교과서들은 어떤가? 쿤과 관련된 큰 주제로 들어가는 것은 주로 역사학, 철학, 사회학이라는 세 가지의 학문적인 경로를 통해서 가능하다. 역사학자들이 가장 많은 연구를 해놓았는데, 이것은 과학혁명, 즉 300년 전에 있었던 근대과학의 주목할만한 등장과정이 자연 지식의 성장을 다루는 모든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존 픽스톤(John Pickstone)의 Ways of Knowing: A New History of Science, Technology, and Medicine처럼 폭넓고 야심찬 시도를 하는 책이 있기도 하지만, 넓은 연구분야들을 골고루 다루는 한 권 짜리 과학사 책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근대 초기의 과학에 초점을 맞춘 최근의 저작들 중에는 이태리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파올로 로씨(Paolo Rossi)의 The Birth of Modern Science가 가장 포괄적이고 전통적인 책이다. 이 책은 교과서처럼 쉽게 잘 읽히지는 않지만, 최근의 역사적 연구성과들을 잘 담아내고 있다. 어떤 독자들은 피터 디어(Peter Dear)의 Revolutionizing the Sciences: European Knowledge and its Ambitions, 1500-1700을 가장 매력적인 책으로 느낄 것이다. 디어는 보다 선택적으로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두 세기에 걸친 기간동안 ‘알만한 가치가 있었던 지식’이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대해서 훌륭한 개괄적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간결한 서술로는 2판이 나온 존 헨리(John Henry)의 The Scientific Revolution and the Origins of Modern Science가 있다. 이 책은 과학사 분야로 나아가려는 역사전공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과학사학자들에게도 유용한 보조도서가 될 것이다.
이 두 권의 책들에 밀리지 않으면서 도서목록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은 간결하면서도 솜씨 있게 쓰여졌으며 과감한 주장을 담고 있는 스티븐 섀이핀(Steven Shapin)의 The Scientific Revolution이다. 또 말콤 오스터(Malcom Oster)가 수집한 중요한 문헌들을 수록하고 있는 Science in Europe, 1500-1800: A Primary Sources Reader 또한 로씨, 디어의 책들과 함께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글들을 모아 놓은 책들은 과학철학 쪽에도 많이 있는데 그 중 커드(M. Curd)와 커버(J.A. Cover)가 편집한 Philosophy of Science가 현재로서는 가장 훌륭하다. 유리 발라쇼프(Yuri Balashov)와 알렉스 로젠버그(Alex Rosenberg)가 편집한 Philosophy of Science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한사람의 저자가 쓴 개설서 중에는 제임스 레이디맨(James Ladyman)의 Understanding Philosophy of Science가 포퍼와 쿤 및 그 밖의 많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레이디맨의 책이 경쟁할만한 상대로는 현재 3판까지 나와있으며 흥미로운 방식의 문제제기를 담고 있는 앨런 차머스(Alan Chalmers)의 What is This Thing Called Science?가 있다.
이에 비해 사회학 쪽에서의 저작들은 부족한 편이다.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수업과정에서 다루는 모든 관점들을 포괄하면서 과학사회학에 대해 균형 잡힌 안내를 해 주는 최신 저작들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얼마 전에 있었던 과학전쟁과 무관하지 않으며, 또한 과학학의 한 분과학문인 과학사회학의 분할된 모습과도 관계가 있다. 원래 과학학이라는 거대한 학문의 작은 하위분야인 과학사회학은 다시 각각의 옹호자들을 가진 여러 작은 학파들로 나뉘어졌다.
과학전쟁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있는 근래의 저작들이 한가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훌륭한 책들 중 하나는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Who Rules in Science?이다. 철학자인 브라운은 거의 모든 페이지에 걸쳐서 과학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입장들을 유용한 방식으로 구분하면서 공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브라운의 개괄적인 설명은 대부분의 교과서 저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방식으로 평이함과 학문적인 엄밀성을 잘 결합시키고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충분히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운의 책은 훌륭한 보충교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존 지만(John Ziman)의 Real Science: What It Is and What It Means 또한 과학전쟁에서의 화해를 주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뿐만 아니라 그의 책은 과학자들의 모든 의사소통 방식을 설명하려는 보다 넓고 종합적인 포부를 가지고 있다. 지만은 ‘과학학의 이론적 핵심에 있어서 사회학이 철학을 대체해버렸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러나 그의 포괄적인 구도 안에서 쿤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제이 레빈저(Jay Labinger)와 해리 콜린스(Harry Collins)의 The One Culture? A Conversation about Science에는 진지한 관심을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나 유익하게 생각할만한 과학의 위상 문제를 다룬 글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또한 사회학자 트레버 핀치(Trevor Pinch)의 글을 통해서 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과학이 과연 진보하는가라는 쿤 식의 고전적인 문제제기는 이제 과학학에서의 이슈가 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논자들은 여전히 쿤에 대해 논의하는 것에 매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쿤의 가장 유명한 책({과학혁명의 구조})이 지금으로부터 40년 후에도 여전히 읽힐 것이며, 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이 그때에도 과학학이라는 미로를 따라 가기 위한 하나의 실마리로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데에 내기를 걸 것이다.
도서목록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by Thomas Kuh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ompanion to the History of Modern Science edited by R.C. Olby, G.N. Cantor, J.R.R. Christie and M.J.S. Hodge, Routledge
A Companion to the Philosophy of Science edited by W.H. Newton-Smith, Blackwell
Thomas Kuhn and the Science Wars by Ziauddin Sardar, Icon
Thomas Kuhn: A Philosophical History for our Times by Steve Fuller, Chicago
Ways of Knowing by John Pickstone, Manchester/Chicago
The Birth of Modern Science by Paulo Rossi, Blackwell
Revolutionizing the Sciences: European Knowledge and its Ambitions, 1500-1700 by Peter Dear, Palgrave
The Scientific Revolution and the Origins of Modern Science by John Henry, Palgrave (2nd edition)
Science in Europe, 1500-1800: A primary sources reader edited by Malcolm Oster,
Palgrave
The Scientific Revolution by Steven Shapi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hilosophy of Science edited by Martin Curd and Jan Cover, W.W. Norton
Philosophy of Science: Contemporary readings edited by Yuri Balashov and Alex
Rosenberg, Routledge
Understanding Philosophy of Science by James Ladyman, Routledge
Who Rules in Science? by James Brown, Harvard University Press
Real Science: What it is, and what it means by John Ziman, Cambridge University Press
The One Culture? edited by Jay Labinger and Harry Collins, Chicago
출처: New Scientist magazine, vol 173 issue 2334, 16/03/2002, page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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