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2002-07-02   920

줄기세포연구와 생명윤리

한국생명윤리학회 2002년 봄철 학술대회

한국생명윤리학회 2002년 봄철 학술대회가 ‘줄기세포연구와 생명윤리’라는 주제로 6월 1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약 4∼50 명이 참석하여 진지한 분위기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다룬 줄기세포는 신체 및 장기 재생에 활용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각종 난치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최근 의학과 생명공학에서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 유전체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 이에 대해 여러 분야에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하나, 이러한 활동이 각 전문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번 학술 대회에서는 의학, 철학, 법, 매스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심도 있게 접근하였고,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한 인간 유전체 연구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 토론하였다.

박이문 명예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카톨릭 의대의 오일환 교수가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내용을 대중을 위하여 알기 쉽게 설명을 했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철학적 접근으로 상지대의 최종덕 교수가 발표를 하였다. 생명체의 정체성을 실체론적이 아닌 관계론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해야하며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치료목적의 복제허용이 생식목적의 복제로 한없이 미끄러지는 경사길이 된다고 경고하였다. 토론에 방송통신대 이필렬 교수는 수정란, 배아, 태아, 아기, 성인이 모두 유전자라는 동일하고 변하지 않은 실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수정란 때부터 생명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수정란이나 배아가 기계장치에 의해 폐기되는 것은 인간사의 살해와 동일하다고 하였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관리시스템과 제재시스템의 입법 현황에 대해서 한림대의 이인영 교수가 발표를 하였다. 배아연구가 사회적 윤리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는 범위 안에서 허용되어야하며 이와 동시에 이를 제어하는 엄격한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생명공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매스미디어의 역할에 대하여 충남대 언론 정보학과의 조성경 교수가 발표하였다. 생명관련 문제에 대하여 일반 시민들이 갖는 태도 형성에 매스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므로, 생명윤리관련 전문가 집단들이 다양한 차원의 정보를 언론인들에게 제공하여, 균형 잡힌 정보를 대중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함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ELSI 연구 동향과 한국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KAIST의 윤정로 교수가 발표하였다. 먼저 ELSI란 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의 약자로 인간 유전체 연구가 함축하고 있는 윤리적, 법률적, 사회적 의미에 대하여 연구하고 실천적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한국의 연구 현황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의 ELSI의 연구는 이공계와 인문계사이의 벽, 취약한 학제간 연구와 팀워크 풍토를 극복해야하며, 학술 연구 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활동을 포함하고 법률, 교육, 언론,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화와 시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되어야함을 강조하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문과·이과 교수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폭넓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인간 질병치유라는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밤낮으로 고생하는 의학·생명공학자들의 목소리에서 그들의 순수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과학이 거대한 힘과 손을 잡는 순간 연구 결과물의 사용 방향은 과학자의 손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과학이 거대한 힘인 국가와 손을 잡은 첫 번째 사례인 맨하탄 프로젝트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러가며 얻은 교훈이다. 지금은 인간의 유전체를 다루는 과학이 자본이라는 거대한 힘과 이미 손을 잡았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과학자들이 순수한 목적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미래를 낙관할 수없도록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고 이전의 어마어마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학자들과 국가 또는 과학자들과 자본의 과학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과학이 되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ELSI의 활성화가 시급하며, 이번 학술대회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기순 | STS교육위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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