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기후위기 2026-10-15   108

[성명]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시행령, 특례는 엄격하게, 정보는 투명하게, 의견은 지역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인정 범위는 엄격하게 정하고, 준공 후 실제 운영 실태로 자격 유지 여부 확인해야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가 ‘책임의 면제’가 되지 않도록 산정 기준·근거를 공개하고 이행을 점검해야
전력·용수 사용량과 에너지 효율 등의 관리·점검 체계를 갖추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입지 예상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의 의견수렴 절차 마련 필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의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이 마련되고 있다. 이 법은 AI 데이터센터의 인정 범위,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규모 등 중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맡기고 있어, 시행령이 어떻게 채워지느냐에 따라 특례의 범위와 내용, 그에 따른 기후·환경·지역사회의 부담이 달라질 것이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로 AI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용수를 쓰는 시설이다. 늘어나는 수요를 화석연료 발전으로 충당한다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 기후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고, 물 부담과 입지 갈등도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 세 단체는 AI 산업의 성장이 기후·환경·생태의 한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 지역 분산, 효율 규제,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이 법은 특례와 절차 간소화 등 산업 진흥에 무게가 실려 있어 기후·환경 책임과 전력·물 사용의 관리 체계는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시민사회의 우려는 여전하다. 시행령은 특례의 범위를 엄격히 하고 검증과 사후관리의 틀을 세우는 출발점이지만 법률이 위임한 범위 안에서만 정할 수 있어 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담보하기는 어렵다. 재생에너지 사용, 에너지·물 효율, 정보공개 같은 책임을 제도로 뒷받침하려면 ’녹색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법률적 근거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

녹색전환연구소·참여연대·환경정의는 ‘녹색 AI 데이터센터’ 입법 논의와 별개로, 이번 특별법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 기후 부담과 지역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본다. 특례는 엄격히 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입지가 예상되는 지역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는 절차 마련 등 다음의 세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AI 데이터센터의 인정 범위는 엄격하게 정하고, 운영 실태로 그 자격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해당 여부를 전체 IT 장비 전력 중 AI 가속기(AI 연산용 반도체) 전력이 차지하는 비율이나 그 절대치 하나만으로 판단하는 방식은 심각한 규제 우회로 이어질 수 있다. 계약전력, IT장비 설계전력, AI 가속기 정격전력, 실제 가동 후의 전력 사용량은 서로 다른 층위의 수치이며, 설계 단계에서 신고한 가속기 비율은 실제로 그만큼 AI 연산에 쓰일 것이라는 증명이 아니라 사업자의 계획에 불과하다. 따라서 AI 데이터센터의 설비 및 규모 기준은 설계 단계의 단일 지표가 아니라 복수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해당 여부는 신고 시점에 계획된 설비·용도만으로 확정되어서는 안 되며, 준공 이후의 실제 운영 실태를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제10조의 신고는 단순히 접수하고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 신고 내용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 이행을 담보하는 절차로 운영되어야 하며, 구축 전 신고와 운영 후 신고를 구분하여 운영 후에는 실제 전력 사용량과 연산 용도 실적을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준공 이후에도 신고한 기준이 실제로 유지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특례 적용을 재검토할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시행령에서 담지 못하는 부분은 관련 법령 개선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한 시설 내에 AI 전용 설비와 일반 서비스 설비가 함께 있는 경우에는 전력 사용량을 구분 계측하여 AI 전용 부분에만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코로케이션(여러 사업자가 한 건물의 공간, 전력을 임차해 쓰는 방식)과 같이 한 건물에 여러 사업자가 입주하는 복합시설의 경우에는 건물 전체가 아니라 AI 전용으로 사용되는 임차구역 단위로 특례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장치 없이는 계획 단계의 신고만으로 특례를 확보한 뒤, 신고한 기준에 미달하는 상태로 운영하면서도 특례를 계속 누리는 지대추구를 막기 어렵다.

둘째,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는 ‘책임의 면제’가 아니어야 하며, 산정 기준·근거 공개와 이행 점검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본 특별법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을 위한 법이라 하더라도,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는 대규모 전력 수요가 전력망에 미칠 영향을 미리 따져 보는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므로 그 범위는 엄격하게 정해져야 한다. 시행령 논의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대상의 기준은 핵심 쟁점 사항이다. 면제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사전 검토와 평가 없이 추진되는 시설의 범위와 전력 수요가 달라지고, 그 부담은 지역과 전력망, 결국 지역주민이 떠안을 수 있다.

면제 기준은 상한만 정해서는 부족하다. 하나의 사업을 여러 개의 작은 사업으로 나누면, 각각은 면제 기준 아래에 놓이면서도 전체로는 평가를 받지 않는 대규모 시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업자가 인접한 부지에 나누어 짓거나, 하나의 계획을 단계적으로 증설하거나, 계열사나 별도 법인으로 사업을 쪼개는 경우가 그 예다. 따라서 시행령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전력 용량을 합산해 면제 여부를 판단하도록, 합산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기준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이 어떤 검토를 거쳐 정해졌는지다. 면제 상한을 얼마로 할지, 그리고 단계적 증설분이나 인접 부지·계열사의 사업까지 어디까지 합산할지에 따라 지역별 전력 수요와 계통 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한 시나리오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과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그 부담을 사전에 가늠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

아울러 면제는 사전 평가 ‘절차’를 생략하는 것일 뿐, 전력망 안정과 에너지 사용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계통 여건을 따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가발전·에너지 효율화 등 전력 공급 영향을 줄이는 조치를 사업자에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운영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면제가 책임의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제 시설의 책임 이행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공개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자가발전 등 계통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고 있는지, 신고한 전력 용량과 이행 계획이 실제 운영과 일치하는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가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행령의 신고 내용·방법·절차와 실태조사 항목에 관련 사항을 담아야 한다.

셋째, AI 데이터센터 전력 및 용수 사용량, 에너지 효율 등 관리, 점검 체계를 갖추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별법상 실태조사(제7조), 통계(제8조), 신고(제10조)는 AI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늘어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기초 자료를 마련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고, 여기에서 수집된 정보가 공개로 이어져야 한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기관마다 집계가 다를 만큼 기초 현황 파악조차 미흡한 상태다.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이를 바로잡는 정보 수집·공개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앞서 요구한 신고 단계별 점검과 면제 시설의 이행 점검부터 수집된 정보가 실태조사와 통계로 이어져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제7조 제3항에 따른 실태조사에는 전력 사용량과 물 사용량, 재생에너지 조달 현황과 에너지·물 사용 효율은 물론, 고용 인원과 승수효과(투자가 지역 생산·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 정보도 그 산정 방식과 근거와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각종 특례와 공적 지원이 주어지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과 효용을 함께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수집된 정보 가운데 개인정보와 보안 등 보호가 필요한 사항을 제외한 시설 단위의 지표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향의 입법 구체화가 뒤따라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시설이 들어설 지역과 환경,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특별법 제정부터 시행령 논의 과정에 산업계 의견 수렴은 거쳐왔으나 입지가 예상되는 지역의 주민과 시민사회가 충분히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입법예고 전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나 토론회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특별법이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입법예고 이전부터 초안과 검토 방향을 공개하고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된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현행 데이터센터 개발 절차에서 지역 주민에 대한 정보 공개와 의견 수렴 절차가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사회적 갈등이 가중되는 만큼, 제16조(지역사회와의 협력 촉진)에 따른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과 지역 상생 방안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의견 수렴이 형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 사업 초기 단계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정보를 지역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절차를 명시해야 한다.

AI 산업의 성장은 기후·에너지·지역사회의 부담 위에서가 아니라 투명한 기준과 공적 관리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시행령이 그 첫걸음이 되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응답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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