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정부의 생활 속 유독화학물질 관리 실패와
관리체계 전반에 대해 즉각 감사에 돌입하라!”
가습기살균제참사 관련 세 차례 공익감사청구에도 감사 거부하고 있는
감사원이 가습기살균제 관련’ 생활 속 유독화학물질 대란’ 마저 외면
제2의 참사 막기 위해선 유독화학물질 관리체계 실패 이유 철저히 따질 때
감사원은 즉시 감사에 돌입하고 국회도 반드시 특위 재가동해야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CMITㆍMIT가 든 물티슈와 치약을 비롯해 구강청결제, 식기세척제 등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이 매일 쓰는 일상 속 제품들에 죽음을 부르는 유독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이정미 국회의원에 의해 국정감사 현장에서 제기되기 전까지 문제의 제품들에 CMITㆍMIT가 들어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뒷수습은 더 가관이다. 가습기살균제처럼 흡입하지 않으며 극미량을 물에 섞어 쓰는 제품들이라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9월 27일 아모레퍼시픽 11개 치약들을 전량 회수토록 했고, 9월 29일에는 국내 치약업체 68곳의 모든 품목들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식약처는 정작 안전관리의 책임을 제조 유통업체와 원료공급업체들에 떠넘기기 급급했다. 식약처 고시 의약외품 품목허가ㆍ신고ㆍ심사규정에 따라 제조 판매업체가 원료와 성분을 사전 신고토록 하고 있음에도 제조유통업체와 원료공급업체 그 어느 곳도 유독물질이 쓰이는 걸 몰라서 이를 신고내용에 담지도 않았다. 식약처도 의약외품인 치약의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면, 환경부와 식약처 모두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었을 게 뻔하다.
식약처 등 관련 부처들은 그나마 드러난 문제 제품들의 회수도 해당 기업들에 맡기고 있다. 지난 달 8일 한국소비자원이 물티슈 27개 제품을 검사해 발표한 결과, CMITㆍMIT가 검출돼 회수 조치를 내린 태광유통의 물티슈 ‘맑은느낌’ 등은 저가제품 유통매장 등을 통해 아직도 널리 팔려 나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문제의 CMITㆍMIT는 이미 몇해 전에 식약처에서 치약용으로 쓰지 못하게 했고, 환경부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터진 뒤, 2012년에 유독물로 지정했지만, 지금까지 버젓이 치약에 그 성분이 들어간 채 국민들께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이 제조하고 판매한 ‘가습기메이트’가 바로 CMITㆍMIT를 원료로 만든 제품으로 2002년 이후로 2011년까지 165만여 개가 넘게 팔려 나간 바 있는데, 지난 8월 말까지 1~3차 판정을 받은 피해자 695명 중 CMITㆍMIT 피해자는 모두 253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56명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유독 화학물질들이 아직도 우리 곁에 버젓이 놓여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도 불구하고 화학물질, 특히 생활화학제품들에 대한 사전 사후 안전 검증 체계는 무엇 하나 나아지지 않았음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쯤 되면 그저 무능하다고 넘길 상황을 넘어섰다. 참여연대ㆍ환경운동연합ㆍ민변 등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확인해 달라며 지난 3월 29일과 5월 19일에 잇따라 공익감사청구를 했지만, 감사원은 스스로 정한 훈령까지 어겨가며 청구한 지 148일 만인 지난 8월 24일에야 ‘기각/각하’ 통보해 왔다.
백혜련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 지난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이 공익감사청구를 기각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익감사청구자문위원회(자문위)를 위법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에 관련된 사항,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사항, 대규모 감사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항, 국민적 관심사항일 경우, 사무총장은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감사실시 여부를 결정’토록 한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원 감사청구처리에 관한 규정」을 어겼다. 당연직 3명과 외부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자문위를 유독 가습기살균제 공익감사청구에서만큼은 당연직과 외부위원 각각 4인 동수로 진행해 결국 ‘기각/각하’한 것이다. 2014년 공익감사청구 평균 처리기간이 64일, 2015년에는 51일이던데 비해 2배 이상 걸렸다는 게 백 의원의 설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참여연대ㆍ환경운동연합ㆍ민변 등은 지난 7월 21일, 최근 문제가 불거진 에어컨ㆍ공기청정기 등의 항균 필터와 스프레이형 용품들을 비롯해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와 위험성 예방 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감사해 달라고 추가로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에 대해서도 훈령에서 정한 한 달을 훌쩍 넘기고도 감사 여부에 대한 답이 없다. 이는 명백히 국민을 무시한 직무유기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된 여러 정부 부처에 대한 감사의 필요성은 단지 사건의 책임을 묻는 데에만 있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을 담보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감사원은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가정에서, 일터에서, 생활 현장 곳곳에서 마시거나 호흡하거나, 피부에 닿는 온갖 유독화학물질들에 노출되어 있지만, 과연 안전한 것이 늘 불안한 상황이다. 항균필터 및 스프레이 제품 등 생활 속 유독화학물질 관리와 위험성 예방과 관련된 정부의 관리체계는 제대로 되어 있는지, 노동환경, 생활환경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유독화학물질에 대한 대책과 대응은 충분하고 적절한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 가습기살균제 참사, 생활 속 유독화학물질 대책 등과 같이 여러 개의 정부 부처가 연관되어 있는 이슈나 사안들의 경우 정부 내에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및 공조, 협력체계 및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박주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 감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접수된 공익감사청구 실시율이 단 24.6%로 대부분 기각되거나 각하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국민감사청구제도도 지나치게 까다롭게 운영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만큼은 국민ㆍ공익감사청구가 없더라도 먼저 팔 걷고 나섰어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중대 사안이다. 최근 잇따른 생활 속 유독화학물질 대란은 감사원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보여준다. 국민들은 국가와 정부의 기본적 책무를 묻고 있다. 적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정부 부처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묻고 따지며 꼼꼼히 살피는 것, 그것이 감사원의 존재 이유다. 감사원은 즉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정부 부처들의 책임, 생활 속 유독화학물질 관리 실패와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또 국회도 특위를 재가동해 제대로 된 해법과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별첨 1 ) [가습기참사넷] 추가 감사청구서 (2016. 7. 21) – 아래에도 별첨
▣ 별첨 2 ) [참여연대ㆍ환경운동연합ㆍ민변] 공익감사청구서 (2016. 5. 19)
▣ 별첨 3 ) [가습기참사넷 보도자료] 가습기 살균제 책임 규명을 위한 감사를 거부한 감사원을 강력 규탄합니다 (2016.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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