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12년의 요구, 안전은 권리다 – 생명안전기본법 통과에 대한 입장

세월호참사 이후 12년, 마침내 재난참사 피해자와 시민이 세월호참사의 책임과 성찰, 재발방지 염원을 법전에 안전권으로 새기고자 했던 생명안전기본법이 국회 본회를 통과했다. 오늘 본회의 통과는 거듭된 폐기와 재발의 속에서도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거리와 광장에서 눈물로 호소하며 쌓아 올린 투쟁으로 일궈낸 결실이다. 인간의 존엄과 안전을 국가의 시혜가 아닌 보편적 권리로 명시한 이 법안의 통과를 환영한다.

12년의 시간 끝에, 피해자와 시민의 힘으로 ‘피해자의 권리’를 선포하다. 생명안전기본법안은 재난참사, 산재 피해자들의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에 연대하는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온 법안이다. 2020년 제21대 국회에서 우원식 의원 등 29인이 첫 발의를 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2023년 9월, 5만 명 시민의 국민동의청원이 입법의 불씨를 되살렸고, 제22대 국회에서 박주민, 한창민, 용혜인 의원 등 77인이 재발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안전을 국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닌 모든 국민의 권리로 명시한 최초의 법이다. 재난과 참사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분명히 하고, 참사 발생 시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해 진실을 규명하도록 의무화하며, 5년마다 국가 안전권 보장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세월호 참사가 이 사회에 던진 질문에 대해 국가가 법으로 답한 것이다. 이 법에 담긴 눈물과 고통, 치열한 싸움의 시간을 우리는 기억한다.

우리 사회는 이번 생명안전기본법제정을 통해 재난안전법제의 패러다임을 ‘집행과 관리’ 중심에서 ‘인간과 권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 법의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는 다음의 과제들이 반드시 이행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먼저,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 유가족과 피해자, 시민사회가 충분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범위, 조사위원회의 구성과 권한, 안전권 보장 종합계획의 실효성은 모두 대통령령과 시행규칙으로 결정된다. 특히 피해자 범위를 ‘현장 직접 목격자’로 한정한 단서 조항은 기본법의 취지에 맞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법의 문자가 아니라 법의 정신이 하위법령에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가 실질적인 독립성을 갖춘 기구로 출범해야 한다.
기존 개별 조사기구들과 병렬적으로 설치되는 구조에서 새 위원회가 형식적 기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인사의 독립성과 조사 권한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국무총리 소속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이 법은 세월호만의 법이 아니다.
이태원, 오송, 제주항공 여객기 등 반복되는 참사에서 고통받아 온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법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법 하나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세월호 이후에도 참사가 반복되어 온 근본 원인은 국가의 재난 대응 체계 자체에 있다.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부처별로 분산된 재난 대응 권한과 책임의 통합, 현장 중심의 초동 대응 체계 확립, 피해자 중심의 지원 체계 구축이 생명안전기본법의 실행과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생명안전기본법이 재난참사 피해자들 뿐 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법으로 살아 작동하는지, 그리고 재난 대응 체계의 전면 개편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시민사회와 함께 끝까지 점검해 나갈 것이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은 시작이다! 모든 이의 안전권을 온전히 보장하라!”
“피해자 권리 축소 중단하고, 독립적 조사 기구의 권한을 확보하라!”
“생명안전은 기본이다! 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향해 멈추지 않고 전진할 것이다!”

2026년 5월 8일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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