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민원사주’,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 무혐의 처분해야
국회는 보복소송 금지,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에 나서야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민원사주’ 의혹 공익제보자들과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반 넘게 진행되고 있다. 해당 사건 모두 피신고자 측의 수사의뢰 또는 고소가 철회되었고,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책임감면 규정이 있음에도 수사기관들이 처분을 미루고 수사를 끌고 있다. 이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취지에 반한다. 10월 2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검찰은 기존 수사 사건을 종결하거나 경찰로 이송해야 하는데, 이송은 처분의 추가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 또한 수사에 있어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진다. 그런 만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민원사주 의혹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사건을 이송 없이 조속히 무혐의로 종결하고, 경기남부경찰청은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 사건을 조속히 불송치로 결정해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직원들은 2023년 11월, 당시 방심위원장이었던 류희림이 가족과 지인 등 사적 이해관계자를 동원해 방송 심의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른바 ‘민원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실명 대리신고했다. 그러자 류희림 위원장은 방심위 차원에서 공익제보자들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제보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거쳐 해당 사건을 2025년 7월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1년이 넘도록 장기간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4월 30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공익제보자들의 공익신고 행위가 “위원장의 비리 의혹을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롯된 공익적 행위”임을 인정하며, 검찰에 수사의뢰 철회서와 처벌불원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넉 달이 넘도록 무혐의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시간만 끌고 있다.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2024년 1~2월, 쿠팡이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또는 계약직으로 일한 노동자 1만 6천여 명의 개인정보를 모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이들의 취업을 방해해 왔다는 의혹을 언론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실명 대리신고했다. 그러자 쿠팡 측은 2024년 1월경 공익제보자들을 영업비밀 유출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경기남부경찰청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2년 반 넘게 지속하고 있다. 해당 사건 역시 쿠팡 측이 2025년 1월 국회에서 진행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이후 고소까지 철회했지만, 경찰은 해당 사건의 수사를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신고행위뿐만 아니라 증거자료 수집 등 공익신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신고자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익신고를 장려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 만큼 수사기관은 공익제보자들에게 제기된 범죄혐의라는 외형만 살필 것이 아니라, 신고의 공익성, 수사가 시작된 경위(보복성 여부), 책임감면 제도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보아 무혐의로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설령 위법성이 문제 된다 하더라도, 책임감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건을 신속히 종결해야 한다. 더욱이 피신고자 측이 고소 또는 수사의뢰를 철회해 수사를 계속할 실익이 크지 않음에도 수사기관이 제보자들에 대한 수사를 장기간 이어가는 것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취지에 반한다. 이처럼 장기간의 수사와 처분 미루기는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는 수사기관에게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만으로도 두 사건을 종결하는 데 법적 장애는 없다. 다만 공익제보자를 압박하거나 보복할 목적으로 피신고자 측이 신고자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이나 고소·수사의뢰를 제기하는 일이 빈번하지만, 보복성 소송이 불이익조치로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더욱이 책임감면 제도 역시 재량규정에 그치다 보니 수사 단계에서 이러한 제도의 취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그 결과 피신고자 측의 보복소송을 신고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공익신고자를 대상으로 한 보복 목적의 민·형사소송을 불이익조치에 포함시켜, 국민권익위원회가 소송 중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책임감면 제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이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가 조속히 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도 개선의 문제일 뿐, 수사기관이 두 사건을 지금 종결하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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