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근절 방안 모색 공론화부터 다시 시작하라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목적으로 지난 12/10 처리된 정보통신망법 과방위 대안은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를 줄이기보다 언론감시 기능 위축,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험이 훨씬 커 시민사회와 언론계 등에서 폐기 및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지난 12/18 법사위가 이번 심사과정에서 수정한 내용은, ▲허위정보와 조작정보를 구분하고 공익을 해할 경우 두 정보 모두 유통 금지, ▲사생활에 관한 정보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규정 존치 및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친고죄화 백지화, ▲혐오 및 차별적 표현의 범위 축소 등이다.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를 거치면서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기는 커녕 과방위 대안보다 더 나쁜 내용으로 수정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서야(12/20)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에 대한 수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지만, 이것만으로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의 본질적인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회는 오는 12/22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헌적 요소가 더해진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이 본회의에서도 처리된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언론보도를 포함한 표현물에 대해 온갖 소송전이 난무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공론장의 위기이다. 국회는 위헌적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것이 아니라 폐기하라.
소위 허위조작근절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여러가지 위헌적 문제를 담고 있다. 첫째, 법사위 통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제44조의7의 2항은 누구든지 허위의 정보로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유통을 금지하는 바, 이는 2010년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미네르바’ 결정(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 허위통신’, 헌재 2010. 12. 28.)에서 위헌으로 결정한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 통신’ 과 그 구조와 내용이 같다. 금지되는 표현의 내용이 불명확할수록 국민은 규제를 우려하여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이는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손상하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야기한다며 위헌 결정하였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허위의 표현 역시 시대적,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 또한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위에 속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제서야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대한 위헌성을 인식하고 수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법사위 수정안은 애초 과방위 대안에서 지적된 제47조 1항 2호에 신설한 ‘허위’의 개념과 제47조의 1항 1호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에서의 거짓과 어떻게 구별되는 개념인지 명확히 하지도 않았다. 허위조작정보의 유통금지 기준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위배라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주장에 대한 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두번째, 법사위는 과방위 개정안에선 삭제키로 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개인의 사생활을 내용으로 하는 사실”에 대해선 형사 처벌하는 조항을 일부 남기기로 했다. 정보통신망법 상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전면 폐지에서, 개인의 사생활의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는 처벌을 유지하고 친고죄(당사자가 직접 고소해야 수사) 도입을 취소하고 반의사불벌죄(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유지한 것으로, 이 역시 과방위 대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언론의 권력 비리 보도, 미투 운동, 내부고발, 소비자 제품 평가 등을 억누르는데 악용되어 사회적으로도 폐지 요구가 높다.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보통신망법 및 형법 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폐지되어야 한다. 이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의 형법 개정안들이 다수 발의되어 법사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형법상 명예훼손죄 폐지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를 동시에 처리하기는커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후퇴시킨 것이다.
특히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의 범위는 주장에 따라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일 수 있다. 예컨대 현직 장관 자녀의 학교 기부 목록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인가 아닌가. 고위공직자가 자신에 관한 비리의혹 보도에 대해 사생활이라고 주장하며 고소한다면 이로 인한 형사사법절차의 개시 자체만으로도 언론의 감시기능 등은 현저히 위축될 것이다. 또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친고죄 개정을 원점으로 되돌린 것은 그동안 권력자에 대한 비리 의혹, 비판 등의 보도 등에 대해 권력자 자신은 정치적 부담을 전혀 지지 않고 검찰이나 경찰 수사 또는 제3자가 고발을 통해 이에 대한 입막음용으로 남용되어 온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하자는 취지를 몰각한 것이다.
과방위 대안을 비롯해 이번 법사위 통과안까지 모두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불명확한 개념, 추상적 공익 개념, 위축효과 유발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공론장의 토대를 국회 스스로 흔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의 허위 여부와 그 해악성 여부를 국가가 1차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더해 사기업인 플랫폼에게 표현물에 대한 광범위한 삭제 권한 등을 주는 것은 자기검열과 위축효과로 이어지고 결국 민주주의 공론장을 파괴하는 것이다.
과방위 대안은 허위조작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해 행정적 규제와 손해배상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등 본질적으로 위헌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시민사회는 이 과방위 대안에 대해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를 막기보다 오히려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시민사회 입법의견서(11/27) 및 참여연대 입법의견서(12/5)를 제출한 바 있으며, 과방위 대안에 대해 <국회 과방위에 묻는다. 표현의 자유는 과연 안전한가?> 공개질의서(12/17)를 제출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할지 등에 대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국회가 남아 있는 입법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감시기능 약화 등에 대한 우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 절차를 마련하고, 제도의 근본적 재검토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 그럼에도 법사위가 위헌적 요소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후퇴한 안을 통과시킨 것은 위헌적인 것에 또 위헌적인 것을 더한 격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회는 국민의 입과 귀를 막아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이와 같은 입법이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만약 국회가 기어이 위헌적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하여 국민주권정부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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