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홍 고려대 영어영문학 3년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단순한 다수결이 아닌 다양한 의견 개진
볼테르는 자신의 사상적 라이벌인 루소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당신의 의견의 단 한마디도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는 존중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단순한 다수결이 아닌 다양한 의견 개진에 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최후 수단이다. 다양한 의견 개진의 전제 조건에는 의견을 내고자 하는 통로의 확보에 있다. 그 통로가 확보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다양성을 수반하지 못할 것이고, 다양성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남의 손으로 이루어낸 민주화가 아닌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직접 이룬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법적으로는 1948년 제헌헌법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라는 조항은 국민들의 어떠한 노력과 쟁취, 혹은 토론 끝에 만들어진 원칙은 아니었다. 당시 선진적인 헌법제정은 국민들에게 어떠한 숙고 없이 손아귀에 떨어진 것이었고, 민주주의라는 대원칙은 단순히 상대적 다수결로 인한 선거로 등한시 되었다. 제헌헌법 60여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주의 대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광우병 관련 PD수첩 제작진 중 한명인 MBC의 이춘근PD가 긴급 체포되었으며, MBC본사의 압수수색도 임박하였다고 한다. 체포 이유는 명예훼손죄였다. 과연 누구의 명예가 훼손되었을까? 명예훼손 적용은 타당한 것인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서는 긴급좌담회 “정부정책비판은 명예훼손인가”를 개최하였다. 이날 좌담회에는 사회의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외 서보학 경희대 법대 교수,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 이상훈 변호사,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 참가하였다.
현업 기자들 사이 위축효과 노린 정부 의도는 이미 성공한 것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이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명예훼손의 형사처벌제도가 비판세력을 탄압하는데 남용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그 제도 자체가 민주국가들에서 폐지되거나 사문화되었다”고 지적하였으며 “미국과 유럽, 남아메리카 그리고 짐바브웨에서도 위헌판결을 받거나 인권협약에 위반되었다.”며 검찰의 공권력 남용을 주장하였다.
최상재 전국 언론 노조 위원장은 “이미 보도탐사 프로그램 PD들은 100% 사실에 입각해야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으며, 이미 정부의 의도는 성공적이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으며, 이찬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방송계가 과거로 퇴행하고 있으며, 이는 언론학적으로 권위주의에 해당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MB정권이후 정부비판을 억제하겠다는 신권위주의 언론정책은 기본적인 언론의 자유와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나타내었다.
서보학 경희대 법대 교수는 “형법 교수로서 정부의 손쉽게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천박한 법치주의의 지향이 형벌의 보충성의 원칙과 최후수단성에 반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태는 형사 사법기관의 위치를 추락시키고 불신이 팽배해져, 법치주의 자체의 불신이 생길까 두렵다.”라며 우려를 나타내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검찰수사는 언론기관의 자유, 즉 헌법상의 기본권을 저해하는 위헌적이고 권력 남용에 해당된다.”고 지적하며 “형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어려우며, 대법원은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바 있다. 또 이 수사가 사회적으로 언론의 자유까지 위축시키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대법원 판례도 공공성과 사회적 내용의 보도는 형사제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이상훈 민변 변호사는 “대법원은 지난 전 제주지사 사건에서 수입쇠고기 유통 판매 정책을 문제 삼은 광고를 농림부장관 개인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고 소개하며 “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실이거나 중요한 내용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허위보도는 모두 형사제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였다.
이번 좌담회는 긴급좌담회이다. 정부정책의 비판을 다룬 프로그램의 PD가 긴급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 광우병 관련 PD수첩은 주저앉은 소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 중 사소한 부분에 대한 허위보도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운천과 민동석 및 농림수산부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오히려 미국 축산업자들이 명예훼손을 주장한다면 일말의 이해는 갈 수 있을 것이다.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은 “보도자체는 광우병 위험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으며, 표현의 차이였을 뿐 본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라고 지적하였으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제도 자체는 지금까지 시국사건에 국한되어 문제점이 되었다. 하지만, ‘진실’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죄 규정이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헌법적으로 이 조항 자체를 문제삼아야한다”고 비판하였다.
“이것은 검찰에서 다루기 적절치 않다.”라고 했던 임수빈 전 형사 제 2부장은 내부갈등으로 인해 퇴임하였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 개진이 핵심인 정치체제이다. 끊임없는 비판과 토론으로 설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하지만, 2009년 대한민국의 사회에서 비판과 소통의 부재는 일상이다.
검찰과 이명박식 “법대로”는 가장 천박한 법치주의
서보학 경희대 법대 교수는 “진정한 법치주의는 무엇인가?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으며, 인권과 자유권이 침해받는다.”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1999년 대전 법조비리 당시 MBC기자의 구속 등의 당시 조선일보사설은 언론 기관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언론의 자유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의 문제이다”라며 좌담회를 마무리했다.
현안의 시급성을 반영하듯이, 각종 언론기관과 방청객들이 좌석을 메웠으며, 토론자들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는 열의를 보였다.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자유, 평등 및 민주주의 대원칙들을 우리는 마치 공기와 같이 취급했을지 모른다. 이 원칙들을 대한민국의 선배들은 어떻게 쟁취했으며, 언론기관과 기자들은 암흑의 시기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좌담회는 개인적으로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회를 떠받치는 기본원칙은 민주주의가 유린당했을 때 이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끔 해주는 귀한 기회였다. 단지, 이 사태는 언론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문제이다. 이러한 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에 대해 국민들이 침묵한다면, 정부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미, 미네르바사건 등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는 탄압되고 있다.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있어 한 치의 망설임이 생긴다면 그것이 바로 자유의 억압인 것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역사의 방향을 거슬러 가는지, 아니면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진통인지의 선택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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