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리뷰] 공각기동대 THE GHOST IN THE SHELL
글 조아라 권력감시국 활동가

사이버펑크라는 단어도 몰랐던 시절에 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1995)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작품의 대사는 반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영화 초반부 주인공 쿠사나기 모토코의 의체가 만들어지는 장면과 같이 영화가 83분 내내 쏟아내는 이미지는 대사 이상으로 뇌리에 직접 내리꽂혔다. 후속작인 〈이노센스〉(2004)까지, 이 영화들이 구축한 건조하고 서늘한 근미래 디스토피아의 이미지들은 시로 마사무네의 80년대 만화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내 안의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을 구성하는 중심 이미지였다. 이후 TV 애니메이션은 물론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실사 영화와 비교적 최근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까지 ‘공각기동대’ 이름을 달고 꽤 많은 시리즈가 나왔지만, 95년의 〈공각기동대〉를 본 사람들에게는 영화를 넘어 사이버펑크의 한 상징이 되어버린 그 이미지들이 쉽사리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모코짱 감독과 사이언스 SARU가 제작한 2026년의 〈공각기동대〉는 한눈에 봐도 오시이 마모루가 구축한 이 회색조의 공각기동대와는 다른, 매우 화려한 색채를 가진 시리즈다. 흥미로운 점은 캐릭터 디자인과 설정부터 이야기의 전개 등 이 쪽이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에 더 가깝다는 점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같은 이야기, 비슷한 이미지인데도 95년의 공각기동대와는 다른 감상이 26년의 공각기동대에서 툭툭 튀어나오곤 한다. ‘인형사’ 에피소드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청소부 이야기가 그 중 하나다.
95년 공각기동대의 메인 플롯이기도 한 이 에피소드의 초반부에는 여러 사람의 뇌를 해킹하여 조종하는 수법으로 유명한 ‘인형사’라는 해커와, 그를 도와 외교관의 통역사를 해킹한 쓰레기 수거차 청소부가 등장한다. 청소부는 자신이 한 해킹이, 그에게 갑작스레 이혼을 통보하고 소중한 딸을 데려간 아내의 기억을 해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에게는 아내도, 아내의 기억을 해킹하려 시도할 만큼 소중하게 여겼던 딸도 없었으며, 그 모든 기억은 인형사에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식된 것이었다. 이 기억은 한 번 이식된 이상 삭제하기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묘사된다.
95년의 공각기동대는 이후 이 청소부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지 않지만, 그에게 당신의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고 알려주는 장면의 분위기와 얼어붙은 청소부의 표정은 손쉽게 우울한 그의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 신체는 기계화되고 나의 뇌마저도 기계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는 이 세계에서, ‘나’는 무엇이고, ‘나’는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주제이기도 한 이 자아에 대한 문제에 무게를 더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와 26년의 공각기동대는 이후 이 그가 이혼 고민은 없어졌냐는 청소부 동료의 질문에 ‘어쨌든 사라졌다’고 툴툴거리며 여전히 쓰레기 수거 일을 하고 있는 장면을 짧게 보여 준다. 청소부의 처지 자체가 이 에피소드의 주제와 질문에 더하는 무게가 변하진 않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산뜻하게 달라진 셈이다. 이 기억이 ‘진짜’ 내 기억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아닐 수도 있지만, 아니라고 해도 이걸 떼어놓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쨌든 이걸 조건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아직까진 95년의 공각기동대와 26년의 공각기동대가 크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우리가 얽혀 있는 기술과 물질에 대해서는 묘하게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느낀다. 95년의 공각기동대가 사이보그, 전뇌 등 수많은 ‘기술’에 대해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외심-놀라움과 두려움을 섞어 보여주고 있다면, 26년의 공각기동대에서는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에 대한 친숙함과 경계심, 그리고 피부로 다가오는 막막함과 미지근한 희망이 느껴진다고 할까. 시로 마사무네의 작품들과 세계관을 한데 모은 전시에서 붙어 있었다던 그의 말, “SF가 언제까지 세기말적인 권태세계만 그릴 수는 없다. 미래는 밝은 편이 좋다(SFがいつまでも世紀末的な倦怠世界ばかり描いてもいられないだろう。未来は明るい方がいい。)” 가 떠오른다. 이미 우리는 기계와 인간의 연결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고, 이제 A.I와 부대끼며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하며 가끔은 의존하기까지 한다. 95년의 경외는 이제 어느 정도는 일상의 풍경이 됐다. 위기는 이미 도래했고 우리는 지금 그와 정면으로 부딪히며 살아가야 한다. (오시이 마모루가 트럼프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항한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시대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공각기동대’ 하면 1995년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는데도, 2026년에 다시 ‘공각기동대’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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