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사전] 전시작전통제권
글 정경직 평화군축센터 활동가

1.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시 상태에서 군대의 작전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서한 한 통으로 작전통제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넘긴 이래,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만 돌려받았을 뿐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임)에게 남겨둔 채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2.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한미 당국이 합의한 3가지 조건(▲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동맹의 포괄적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을 한국군이 충족했는지 미국이 검증한 뒤 전시작전권을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평가 기준 제시부터 최종 검증까지 모두 미국에 달린 구조에서는 전작권 환수가 무기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킬 주권
대한민국 군대를 지휘하는 미군 사령관
대한민국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이 국군을 통수한다고 명시합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전쟁이나 급박한 안보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군을 지휘할 권한은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갑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행사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대통령의 명령을 받으며 미 국익을 최우선으로 행동하는 미국 장성입니다. 유사시 한국군이 한국 시민의 안전이 아닌 미국 국익을 위해 통제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리처드 스틸웰 전 주한미군사령관조차 “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형태로 주권을 양보한 사례”라고 평가했을 만큼, 자국 군대의 전시 지휘권을 외국 군에 맡겨두는 행태는 대단히 비정상적입니다.
‘조건부 전환’이라는 무한 연기의 덫
전작권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 때 2012년 환수로 합의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2015년으로 연기되었고, 박근혜 정부는 환수 시한을 없앤 ‘조건에 기초한 전환’으로 재합의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조기 전환’을 내걸었으나 이 조건부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차근차근 준비해 받겠다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조건을 정의하고 점수를 매기는 주체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기존 90개였던 평가 항목을 155개로 일방적으로 늘렸고, 미 의회는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전환 로드맵을 제출받아 이행을 통제하려 합니다. 조건을 맞추려 할수록 항목은 늘어나고 기한은 연기되며 절차는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무기는 사들였지만 주권은 오지 않았다
미 측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치른 대가는 막대합니다. 2007년 약 25조 원이던 국방예산은 현재 6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세계 10위권이자 북한 GDP의 수배에 달합니다. 한국은 세계 손꼽히는 미국산 무기 수입국이 되었고, 주한미군 주둔비와 기지 이전·오염 정화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해 왔습니다. 그러나 무기를 아무리 사들이고 군비를 아무리 늘려도 전작권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군비증강은 한반도 안보 불안과 군비경쟁을 악화시켰습니다.
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덫
전작권 문제의 진짜 위험은 환수 논의가 미국 주도의 ‘동맹 현대화’ 및 ‘인도·태평양 전략’과 패키지로 묶여 추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의 핵심은 한국군이 대북 방어 책임을 전담하고, 주한미군은 동북아 역외 분쟁에 유연하게 투입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결국 전작권을 가져오기 위해 한국군이 미 무기체계와 깊이 결합하며 공격적 전력을 늘릴수록, 주한미군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미·중 갈등 현장에 개입할 길을 열어주게 됩니다. 과거 중동 분쟁 당시 역내 미군기지들이 직접적인 보복 타격의 표적이 되었듯, 한국군이 파병되지 않더라도 국내 주한미군 기지와 지원망이 역외 작전에 활용된다면 대한민국은 자국 의사와 무관하게 동북아 군사 충돌에 구조적으로 연루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 능력이 아닌, ‘평화관리 능력’을 위해
전작권은 미국이 정한 조건표에 맞춰 점수를 얻어 받아와야 하는 게 아니라, 즉각적으로 회복해야 할 당연한 주권입니다. 자국 군대의 작전통제권을 외국 군대에 맡겨둔 상태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외교를 주도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전작권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는 군사적 충돌과 확전을 막고, 외교적·평화적 해결책을 주도할 ‘위기관리 및 평화 구축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조건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전작권을 즉각 환수하는 것, 그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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