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 1994-2024 2024-08-26   5503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구제와 예방을 위한 활동

2023.3.8.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등 53개 주거·시민사회단체·정당들은 지난 28일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전세사기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추모 침묵행진을 진행했다.

처음엔 그저 며칠 늦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임대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다. 전화를 피하던 임대인은 어렵게 연결된 통화해서 사실은 본인은 전세금을 받은 적 없고 진짜 집주인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 집, 옆 집, 윗 집 문에 줄줄이 경매 통지서가 나붙고, 그동안 꾸준히 냈던 관리비가 미납되었다며 단전단수 예고서가 날아왔다. 집을 구해준 공인중개사는 이미 폐업한 채 사라졌고, 깨끗했던 등기부에는 작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세금이 미납되었다며 압류등기가 들어왔다. 알고보니 건물주인 줄 알았던 사람은 그냥 임대인이고 진짜 건물주는 신탁회사였다는 피해자도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세입자들의 삶을 앗아간 ‘전세사기’ 사태가 대한민국을 집어삼켰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거나 전세보증금이 전세 시세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는 집값 상승국면에서 전셋값이 오르면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지만, 본격적으로 경고등이 켜진 것은 2021년 하반기였다. 2021년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0.5%→0.75%)을 시작으로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지며 2021년 하반기 정점을 찍은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깡통전세 문제는 일단 발생하면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미리 심각성을 인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했다.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한 운동을 지속해온 참여연대를 비롯한 주거 시민사회단체들은 전국 15개 시⋅도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70%를 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깡통전세,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관련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깡통전세 문제의 전국 확산 가능성이 적다’며 안일하게 대응했고, 뒤늦게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에도 뾰족한 대책을 담아내지 않았다.

결국 2022년 말부터 ‘빌라왕’, ‘건축왕’ 등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669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일명 ‘빌라왕 김대성’ 사건이다. 1139채의 빌라를 보유했던 김대성씨가 2022년 10월 갑자기 사망했는데,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피해액만 무려 약 3,280억 원에 달했다. 임대인, 건축업자,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전세사기는 공공기관도 피해자가 되었고 변호사, 경찰, 기자 등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일찍부터 ‘건축왕 남헌기’ 사건으로 공론화된 인천 미추홀구 지역의 경우 피해자들이 2022년 여름부터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10월에 ‘빌라왕 김대성’ 사건이 크게 공론화되고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저마다 임대인의 이름을 건 오픈카톡방을 만들어 마치 이산가족을 찾듯 같은 피해 임차인들을 찾아나섰다.

참여연대도 전세사기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선순위인 피해자들을 빠르게 구제할 수 있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대안으로 논의되었지만 인천 미추홀구와 같은 후순위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엔 부족했다. 그렇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작해야했다. 참여연대는 2023년 2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마련해 제안하고,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과도한 보증한도를 방치해 대규모 전세사기와 깡통주택을 양산한 금융당국과 임대주택 관리를 소홀히 한 국토부와 지자체(서울 강서·관악, 인천 미추홀구)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전세사기 문제가 단순히 임차인들의 부주의나 사적인 계약 문제가 아닌 ‘정부 정책의 실패’와 ‘사회적인 재난’이라는 점을 공론화한 것이다.

아울러 해결책은 늘 현장에 있다는 믿음으로 일단 피해자들을 만났다. 각 정당과 함께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던 중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2023년 2월 21일 “깡통전세주택 공공매입 추진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미추홀구에서 집이 경·공매에 넘어가면서 피해 세입자들이 거리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당장 경·공매를 중단시키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외쳤던 한 청년이 불과 일주일 뒤, “정부 대책이 실망스럽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인천의 장례식장을 오가며 피해자들과 추모행동을 논의했다. 원희룡 장관은 화장장까지 찾아와 선구제 후회수를 포함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말로만 그쳤다. 오히려 얼마 후 국회 현안질의에서는 ‘모든 사기 피해는 평등하다’,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발언으로 피해자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3월 8일 “전세사기 피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라는 문구를 들고 정부와 국회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추모 행진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추모행진의 구호는 이 문제가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되거나 특정 세력에 의한 사기로만 다뤄질 문제가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 것을 정부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절절한 호소였다. 이제 전세사기는 단순히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로 번져가고 있었다.

참여연대는 각 지역의 피해자들과 만나 전국 피해자들의 대응모임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의 구성을 준비하는 한편, 주거시민단체, 정당들이 참여하는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3월 30일에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을 야당에 제안해 공동발의하고, 피해대책위와 함께 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범죄집단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당장 경⋅공매로 피해자들이 쫓겨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 앞에서 모두가 어렵다고 했던 경⋅공매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4월 14일 그 주말 사이에 인천에서 연달아 두 분의 희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가족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했던 전세사기 피해를 함께 나누고 의지해왔던 진짜 가족같았던 동료들을 불과 두 달 사이에 세 명이나 떠나보낸 것이다. 4월 18일 첫번째 희생자의 49재로 준비했던 추모제는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 날을 시작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추모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돌입했고, 종교‧노동‧주거‧복지 등 6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해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를 지시했고, 거짓말처럼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경⋅공매가 중단되기 시작했다. 물론 사각지대도 적지 않았다.

연대활동과 함께 참여연대는 야당 의원들에게 전세사기특별법 제정의 필요성과 주요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입법 로비활동을 펼쳤다. 또한, 전국 각지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를 위한 10문10답’을 발간해 배포하기도 했다.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지역별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피해대책위와 함께 앞선 피해자들의 대응 노하우와 이후 필요한 대책들을 이야기 나누는 간담회도 수 차례 진행했다.

그러나 전세사기특별법 제정은 정부여당의 반대로 난항을 거듭했다. 이에 피해자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2023년 5월 9일부터 특별법 제정을 위한 1만명 서명운동과 국회 앞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농성은 낯선 활동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농성 대신 캠프라고 부르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힘든 여정을 시작했다. 참여연대는 피해자, 시민사회와 함께 기자회견, 108배, 서명전달, 이어말하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시민들은 전세사기 피해로 빚으로 빚을 돌려막거나 빚을 더 내서 피해 주택을 떠안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면서도 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23년 5월 25일, 전세사기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목전에 두고도 ‘전세사기 특별법’으로 한정되었고, 선구제 후회수 방안도 빠진 반쪽짜리였다. 그나마 경·공매 유예 법제화 등 피해 구제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갔을 뿐이다. 그래도 여야가 법 제정 이후 6개월마다 보완 입법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개정을 위해 더 바쁘게 활동을 이어가야 했다.

우선, 참여연대는 대책위와 함께 “특별법이 구제한 피해자보다 배제한 피해자가 많다”고 특별법의 한계를 짚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시민들에게 전세사기 특별법과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릴레이 거리 서명 캠페인을 진행해 3주 동안 22,800명의 참여를 끌어냈다. 시민사회는 특별법 추가 개정을 위해 여야 지도부 면담 요청,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 집회, 기자회견, 삭발 등을 강행했지만, 정부여당은 ‘선구제 후회수’안이 포함된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특별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경·공매가 재개되고 주택관리 방치로 단전, 단수, 누수, 엘리베이터 고장 등 이중삼중의 고충을 견뎌야 했다. 특별법 개정은 더 시급하고 절박해졌지만, 특별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종료 직전인 5월 28일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다음 날 거부권을 행사해 특별법 개정안은 폐기되었다.

그 사이 전세사기 희생자는 여덟명으로 늘어났고,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나도록, 6개월마다 하기로 한 보완 입법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기도 어렵고, 인정받더라도 추가적인 요건에 걸려 지원대책에서 제외되거나 피해주택이 방치되어 단전, 누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각지대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 1년을 훌쩍 넘긴 2024년 5월 27일에서야 정부는 전세사기 특별법 정부안을 내놓았다. 참여연대는 정부안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피해자들과 국회, 정부와의 간담회를 조직하여 특별법 개정안에 피해자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고,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2023년과 2024년, 8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상우 국토부장관은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전세사기 조직이 활개 치도록 판을 깔고 피해를 키운 것은 집값과 전셋값을 폭등시키고, 묻지마 보증과 무분별한 대출을 허용하고, 등록임대주택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정부와 지자체, 금융기관이다. 참여연대는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고, 빚 내서 집사라 정책, 빚 내서 세살라 정책,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전세보증 확대 정책 등 명백한 정부 정책 실패의 결과라는 점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또한, 시민운동의 경험이 없는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를 조직하고, 당사자들이 특별법 제정과 개정,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 기자회견, 토론회, 1인시위, 서명캠페인 등을 진행했고,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이라는 성과를 끌어냈다. 비록, 특별법에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나 피해자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피해자들과 함께 추가 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현행 제도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선구제 후회수’라는 대안을 제시했고, 이는 전세사기 특별법 제·개정 논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되었다. 또한 공익감사청구, 정보공개청구, 행정심판 등을 적극 활용해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묻고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치열하게 논의하고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설득하고 있다. 피해자들과의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세 제도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고, 피해구제 뿐만 아니라 예방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에 참여연대는 세입자들이 덜렁덜렁 계약해도 안전한 임대차 제도를 만들기 위한 입법, 행정, 금융 등을 망라한 종합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힘을 쏟고 있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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