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전쟁은
절대 안 됩니다
트럼프 방한에 즈음하여 시민평화행동이 전한 평화의 메시지
글. 이미현 평화군축센터 팀장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광화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이 땅에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자 모인 시민들이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5개 시민단체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시민평화행동 피스 선데이(Peace Sunday)’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전국 각지에서 오천 명이 넘는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손에 든 메시지는 조금씩 달랐지만, 외치는 목소리만큼은 하나로 모아졌다. 바로 ‘한반도에 평화!’
트럼프, 한반도 전쟁도 불사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에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전쟁이 나도 ‘거기’서 나고 수천 명이 죽어도 ‘거기’서 죽는다고 했던가. 지난 9월에는 유엔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었다. 이에 질세라 북한도 괌을 포위사격 할 수 있다는 등 호전적인 발언으로 응수했다. 말싸움에 그치지 않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미국은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로 언제라도 서로 공격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한반도 위기는 이렇게 고조되어 갔다.
긴장이 고조되든 한반도의 주민들이 불안에 떨든,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적 옵션도 고려한다는 발언을 이어가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온다니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겠다는 시민들이 모이는 것도 당연했다. 시민들은 직접 만든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거나 평화의 풍경風磬을 들고 도심을 행진했다. 신나는 음악에 발맞춰 종로 일대를 걸으며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평화 메시지를 흔들기도 했다. ‘전쟁을 반대한다’, ‘한미는 평화협상에 나서라’,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여전히 군사 태세 강조하는 한미 당국
시민들의 평화의 외침은 트럼프 대통령에 가 닿았을까? 이틀 후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가졌다. 가장 주요한 의제는 한반도 핵 위기였다. 한미정상은 원칙적으로 ‘평화적인 해결’을 내세웠지만 회담결과로 발표된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과연 한반도에 조성된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한미정상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군사 태세를 재차 강조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재와 압박에 집중할 때”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정상회담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계속됐다.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며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인근에 핵잠수함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군사력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데 집중할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한반도 핵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음은 거듭 확인되었다. 지난 6월 한미정상이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최대한의 압박을 결의했지만 북한은 이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한 바 있다. 북한은 한미당국이 대화와 협상을 외면했던 그 시기를 지나 현재 거의 핵무장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한미정상은 또다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군사 태세만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한반도 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놓은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무기 구매를 강요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명분으로 미국산 무기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또한 한미당국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확대하고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포함한 최첨단 군사정찰 자산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를 즉시 개시하기로 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동맹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맞이한 평택미군기지의 경우, 건설비용을 한국과 미국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합의하고도 실제 건설비용 약 10조 원 중 92%를 한국이 부담했다고 미국 측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미국 역시 그만큼 부담을 하고 있다며 방위비분담금 증액에 대한 요구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대화와 협상으로의 국면전환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반도에서 어떠한 군사행동도 있어서는 안 되며, 대화와 협상으로의 국면 전환과 평창 동계올림픽의 평화로운 개최를 위해 한미 당국에 군사훈련 중단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매년 2~3월이면 한미연합군사연습과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무력시위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재와 압박만 강조하는 지금의 한미 정책 기조로는 한반도 위기 해소나 긴장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개발 포기는커녕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의 핵무장 시간을 벌어준 과거 정책의 실패를 확인하고, 상호 간의 격화된 군사적 위협을 줄이는 것이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시민들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부디 군사적 대립에 편승하기보다 대화와 협상을 위한 여건을 최대한 조성하는 데 앞장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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