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기후위기 2024-07-17   3607

7.17 제헌절, 기후재난 당사자의 목소리 –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 권리를 위한 기자회견

기후위기는 기본권의 위기, 기후재난은 불평등이 낳는 사회적 재난
폭염, 폭우 등에 안전한 노동환경과 주거환경, 위험시 일터의 작업중단권, 기후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등 요구
기후재난으로부터 기본권을 보호할 기후헌법소원 판결 필요

2024.7.17.(수) 오전 11시, 7.17 제헌절, 기후재난 당사자의 목소리-안전하고 존엄하게 살 권리를 위한 기자회견 <사진=기후위기비상행동>

160여개 노동, 환경, 여성, 종교 등의 기후운동연대기구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제헌절을 맞아 기후재난을 겪는 시민, 노동자들과 함께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빈번해지는 기후재난 속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노동자 시민의 기본권 보호를 촉구했다. 참가자는 노동현장과 시민의 생활 속에서 시급히 필요한 기후재난 대비책을 제시하였고, 아울러 적극적인 기후위기 해결책 마련과 국가의 기본권 보호책무를 인정하는 기후헌법소원 판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상청, 질병관리청에 따르 2020년 7.7일이던 폭염일수는 지난해 14.2일로 3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올해 강수량은 평년 평균의 124.3%로 재해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런 기후재난 증가추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경고했다.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은 세계 재해 보고서를 통해 극심한 이상기후의 약 75%가 현재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는 건강위기”라며 “‘긴급한 기후행동’이 필요한 이유는 미래가 아닌 현재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작년 폭우로 14명이 사망했던 오송참사의 유가족 장성식 시민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장성식 유가족은 “오송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은 국가의 직무유기다”라며 사회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책임자처벌와 진상조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활동가는 2년 전 반지하 폭우참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이 재난이, 이 사회의 불평등한 조건에 따라 아래로 부터 차올라 약한 곳을 덮친 현실을 참혹하게 보여줬다”며 “지구를 망친 건 에어컨 빵빵 틀고 큰 차 타고 다닌 사람들인데, 왜 피해는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놓을 공간도 없는 쪽방주민들이 당해야 하냐”라는 쪽방 주민의 물음과 함께 기후위기 속에 심화되는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와 재난 속에서 ‘안전한 노동환경과 위험시 작업중지권’의 중요성에 대한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세중 건설노동자는 “매년 폭염이 도래하면 고용노동부는 폭염지침을 발표하지만 대표적인 옥외산업인 건설산업의 노동자들은 2016년부터 5년간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숨졌다”며 악천후에 다른 건설노동자의 생계를 보장을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허보기 도기가스 안전점검 노동자는 “서울시 도시가스 공급규정에 의하면 6~9월 하절기 격월검침을 실시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며 “하절기 격월검침은 폭염시 야외에서 일하는 점검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지만 도시가스회사들은 노동자들이 서울시 격월검침 권고대로 하절기 격월검침을 시행했을 때 업무명령 미이행으로 징계를 하였다”고 밝히며 안전점검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하절기 격월검침의 완전한 시행을 요구했다.

김성범 에어컨서비스 노동자는 기후위기로 여름기온은 매년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며 에어컨의 필요성을 늘어났지만 에어컨을 고치는 서비스 노동자는 폭염, 폭우, 혹한과 폭설에 노출되었다고 발언하며 “극한의 날씨는 작업공간을 굉장히 위험하게 만들고, 이동시간을 포함해 한 시간에 한 집 수리를 해야 하는 회사가 정한 시간적 압박은 위험을 가중시킨다”며 작업 사이에 쉴 충분한 휴식 시간과 함께 안전한 작업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상호 택배노동자는 “7월 4일 경북 경산에서 40대 쿠팡 택배노동자가 택배배송 중 폭우에 휩쓸려서 실종되었다”며 “기록적인 폭우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쿠팡은 배송을 중단시키지 않았으며, 해당 택배노동자에겐 업무인 배송을 중단할 권리인 작업중지권이 없었다”며 가속화될 기후재난 속에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로자원순환센터, 쓰레기 선별장에서 일하는 박현주 재활용자원선별장노동자는 “매일 폐가스통에서 나오는 인화성 유해가스, 쏟아지는 폐기물들의 분진으로 작업시 착용하는 방진마스크도 오염 범벅이고, 입과 코 주변은 항상 오염되어 있지만, 지자체나 회사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작업장 공기의 배기와 환기에 소극적이다”며 “기후위기 시대의 자원순환과 재활용 선별이 중요한 일인 만큼, 선별노동자들의 목숨되 존중해야 한다”며 오염된 공기로 숨막히는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수 배달노동자는 “극한의 기후일수록 추가 배달운임과 프로모션을 통해 더욱 배달노동자들을 재해 위험으로 유인하는 배달플랫폼 기업의 정책과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부재로 매일 생명을 걸고 일하고 있다”며 기후재난으로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기후실업급여 제도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어 홍창의 배달노동자 또한 “기후재난은 일상이다”라고 말하며 기후재난 상황이 닥치면 배달 주문을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과 그에 대한 보상 대책이 마련되어야함을 촉구했다.

김은정 기후헌법소원 청구인은 “도처에 재난이고 위기인데 이 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며 며칠 전 국무총리가 호우 피해 보호를 받고 ‘위험 요인이 있을 때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선제적으로 사전 대피를 유도하라’고 했던 대목을 말하며 “너무나 빈약하기 그지없는 정부의 문제인식과 대책이다. 국가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근본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으며 그 구조를 더 강화하고 있다.”며 국가의 기본권 보호책무를 인정하는 기후헌법소원 판결이 어느때보다 시급하다며 발언했다.

참가자들은 ‘대한민국 헌법 제 34조 제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문장이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기후재난 속 생명권, 환경권은 헌법적 권리라고 밝혔다. 기후헌법소원을 통해 ‘현재 한국 정부의 기후 정책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진다면, 기후재난으로부터 인권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헌법소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포함하는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 침해이며, 대한민국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1.5도 온도제한 목표에 현저히 부합하지 않아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이자 위헌이라는 요지로 제기된 소송이다. 노동자, 농민, 시민들이 청구인으로 참여하는 시민기후소송을 포함한 4가지 소송이 병합되어 심사되어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기후헌법소송과 같은 쟁점으로 네덜란드 대법원, 독일연방헌법재판소, 유럽인권재판소 등 이미 해외에서는 정부의 불충분한 기후정책은 시민들의 건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기자회견문

기후재난 속 제헌절,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오늘은 대한민국 헌법 제정을 기념하는 제헌절이다. 헌법은 시민의 기본권과 국가운영의 틀을 규정한 최상위 법이다. 헌법은 국가공동체의 주체인 주권자가 국가에 명하고 요구할 권리와 함께 이 권리를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어떠한가?

기후재난 앞에서 노동자, 시민들의 삶은 위태롭기 그지 없다. 폭염, 폭우, 산불, 산사태, 태풍과 가뭄이 해마다 극심해져간다. 재작년 반지하방 참사, 작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기후재난을 마주한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기후재난은 이 사회 불평등의 사다리 가장 낮은 곳부터 잠식한다는 것을, 그리고 기후재난 앞에서 국가와 정부는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참사가 벌어진 뒤 진실을 밝히는 것도, 책임을 묻고 정의를 세우는 것도 모두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제대로 된 사후대책이 이뤄지지 않을 때, 재발방지와 사전예방이 제대로 될 리는 만무하다. 기후불평등을 낳는 근본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도 요원할 따름이다.

지금의 기후재난은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니다. 성장과 이윤을 우선하며 생명과 안전을 하찮게 여기는 시스템의 문제다. 기후재난은 뿌리 깊은 불평등의 경계선을 따라 약한 생명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오래 전부터 노동자와 시민들은 기후재난 시대에 무엇이 시급히 필요한지를 요구해 왔다. 삶터와 일터에서 이윤보다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폭염과 폭우로 위험이 닥칠 때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작업을 멈출 권리가 있어야 한다. 시간에 쫓기고 인원이 부족해서 위험한 노동환경을 감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안전한 집에서 살 주거권을 국가와 공공이 나서서 보장해야 한다. 참사의 피해자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고 실현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기후재난 앞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고 국가가 응답해야 할 시민들의 권리이다.

헌법 제34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4년 전부터 255명의 청소년, 아동, 시민은 기후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기후헌법소원은 기후재난을 방치한채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따윈 안중에도 없는 국가를 향한 주권자의 질타의 목소리다. 기후불평등에 앞에 가만히 있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하며, 누구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기후재난에 대응할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는 외침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기후재난의 당사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권리침해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증언하였다. 기후재난으로부터 지금 당장 시급히 필요한 시급한 조치들을 상세히 밝혔다. 노동자와 시민 모두가 안전하게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호하라. 반복되는 기후재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날로 가속하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책임있는 정책을 실행하라. 기후불평등을 해소하고 누구도 참사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라. 이러한 주권자의 목소리를 귀여겨 듣고, 헌법이 부여하는 의무를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기후재난 시대의 제헌절을 맞아, 정부가 해야할 책무이고, 국가의 존재이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4. 7. 17.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재난 속,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위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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