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 1994-2024 2024-08-26   4951

10.29 이태원 참사 대응활동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 시민의 안전할 권리를 위하여

2022.11.12.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10.29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시민추모촛불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 당일 밤과 그 다음날까지 상당수의 시민들이 그 곳에 있었을지도 모를 가족과 친지의 안부를 확인했고, 그들 중 일부는 믿기 힘든 소식을 전해들어야 했다. 국내에 가족이나 친지를 보낸 해외 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는 이전과 달라야 한다”고 외쳤던 각성과 반성의 목소리가 8년만에 좌절과 통한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처음으로 마스크 없이 열리는 핼로윈 축제를 맞이했던 2022년, 많은 언론과 정부 기관들은 이태원에 십만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했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는 이러한 정보를 묵살했고 인파관리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위험을 감지한 시민들의 112 긴급 전화가 100여통 가까이 쏟아졌지만, 역시 아무런 조치 없이 외면당했다. 참사 대응 과정에서도 경찰과 소방 당국이 빠른 조치를 취하지 못해 구조 활동은 한없이 지연됐다. 제때 교통통제가 되지 않아 구급차량의 접근도 어려웠다. 결국 시민들이 나서 심정지로 쓰러진 이들에게 직접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서로를 도왔다.

참사 직후 참여연대는 희생되신 분들에 대한 애도의 뜻과 부상자들의 쾌유를 비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로 가자고 했던 우리의 다짐이 산산조각난 현실을 개탄하며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이유를 포함해 제대로 된 원인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의 추모 행동을 모아내면서 이태원 참사의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진상규명 요구에 집중하고 시민사회단체의 공동 대응에 힘을 싣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사전에 인파관리대책을 수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참사 당일 이태원역 일대에는 대통령 경호나 인근 시위에 투입된 경찰력과는 현저히 비교되는 소수의 경찰만이 배치되었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마약 단속을 위해 투입되었다. 그 결과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구조에 임한 소수의 경찰, 소방관, 의료인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기 구조에 실패해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수습 과정에서 부상자 응급치료와 이송, 사망자 안치의 우선 순위의 혼선으로 희생이 커졌다. 국가재난안전의 최고 책임자 등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몰지각한 발언은 시민들을 더 분노하게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직후 ‘주최측이 없는 행사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규정하고 ‘경찰이나 소방인력을 파견해도 소용없었을 것’이라며 책임을 이태원 방문 시민들에게 전가하려 했다. 한술 더 떠 용산구청장은 행사가 아니라 ‘현상’이라고 우겼다. 참사 후 경찰이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참사 현장의 CCTV를 수거해 생존자들을 상대로 공공연한 용의자 색출에 나선 것이었다. 그 결과 생존자를 비롯한 피해 시민들에 대한 마녀사냥과 혐오가 끓어올랐고, 위로와 치유가 시급한 이들은 2차, 3차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시민들이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11월 12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빗속에서 추모 집회를 개최했다. 유가족의 참여 없이 시민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리였다. 이후 몇몇 시민단체와 모임들이 이태원 인근에서 소규모로 추모 집회를 하거나 청년들은 침묵 시위를 하는 등 추모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유가족과 단체들 간에 연결고리는 없었고, 정부는 피해자 가족들을 상대로 단 한 차례의 공식적인 보고회도 열지 않아 유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도 없었다. 유가족들은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유가족을 찾기 위해 스스로 나서야 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유가족들이 참여연대에도 연락을 주었다. 참여연대는 초기 유가족 소통 창구의 역할을 맡기로 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약칭 ‘민변’)으로 유가족들을 연결했고,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11월 22일, 희생자 34명의 유가족들이 처음으로 참사의 국가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 △성역없는 책임규명, △피해자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규명, △피해자 소통보장 등 지원, △기억과 추모를 위한 조치, △2차 가해 방지 대책 수립 등 6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유가족들의 요구에 호응하기 위해 12월 7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이하 시민대책회의)’를 발족하고 진상규명·책임규명과 피해자지원, 재발방지와 시민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힘을 모아나갈 것을 선포했다. 참여연대는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상황실에 상근자들을 파견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산하에 진상규명시민참여위원회, 피해자권리위원회 등을 두었는데, 참여연대는 진상규명시민참여위원회 간사단체를 맡아 국회 국정조사를 모니터하고, 시민대책회의의 특별법안을 만드는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 즈음 유가족들 역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를 출범시키고, 임박한 49일 추모제 준비를 위해 시민대책회의와 협의를 시작했다. 49일 추모제를 이틀 앞둔 12월 14일,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를 갖춘 최초의 분향소를 녹사평역 인근 광장에 차렸다.

시민대책회의는 12월 16일, 참사 49일 추모제부터 매주 주말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추모제를 진행했다. 주로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과 대통령실 앞에서 이뤄지던 집회가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월 4일 토요일에는 서울광장 앞 도로에서 시민추모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다. 당시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녹사평역이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 진상규명 촉구 활동을 위해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나야 한다는 판단으로 도심으로 분향소를 이전하기로 하고 광화문 광장 인근 장소를 물색했다. 그러나 유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다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던 서울시는 경찰을 불러 광화문 광장 인근을 쇠창살로 원천봉쇄했다. 결국 행진 중간에 있던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 제단 설치를 막으려는 경찰과의 격렬한 대치가 있었지만, 추모대회에 참여한 1만 7천여 명의 시민들과 유가족들은 끝내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연이어 계고장을 보내면서 철수를 압박했지만, 고비마다 한 걸음에 달려와준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서울광장 분향소는 159명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성안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밝혀져야 할 것들을 제시하는 활동도 활발하게 해나갔다. 당시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경찰, 소방 등 현장 실무자의 법률 위반 여부를 가리는 데에만 집중돼 있어,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 원인과 책임을 드러내는 일이 더욱 중요했다. 시민대책회의 진상규명시민참여위원회는 국가가 압사 등의 안전사고에 대비했는지, 참사 당일 접수된 신고를 ‘심각한 위험’으로 인지하지 않은 원인이 무엇인지, 신속한 구조를 위한 재난대응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했는지, 피해자와 유가족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국정조사 과제로 제시했다. 12월부터 약 55일 간 이뤄진 국회 국정조사는 이태원참사가 국가의 책임임을 분명히 확인했지만, 대통령실 등의 책임과 이상민 장관 파면 요구를 담은 결과보고서를 여당의 불참하에 야당 단독으로 채택하게 되면서 반쪽짜리로 끝나고 말았다.

참사 74일만인 2023년 1월 13일, 경찰은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에 대해서는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해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민대책회의가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대한 탄핵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등 윗선의 책임을 묻는 활동을 이어갔으나, 헌법재판소도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59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스러진 참사가 벌어진지 몇 달이 지났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자, 성역 없는 독립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더욱 커졌다.

참여연대는 시민대책회의의 일원으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국민동의청원을 제안하고, 유가족과 함께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며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의 호소에 21대 국회 최다인 183명 의원들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공동발의로 화답했다.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고 여야 합의를 위한 특별법 조항에 대한 지난한 협상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엄동설한 눈밭 위에 온 몸을 던지는 오체투지를 하며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여당은 끝내 협상을 결렬시켰고, 여당의 불참 속에 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유가족들이 삭발을 하고 오체투지로 간곡히 호소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월 30일, 9번째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여당이 참패한 4.10 총선 직후 영수회담의 결과 극적으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게 되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활동 외에도 참여연대는 참사 초기부터 민변과 함께 경찰 수사와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나는 당일의 진실을 추적하고, 초기부터 법적 책임에 더해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의 책무라는 측면에서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집중했다. 또한 10.29 이태원 참사 기록과 기억을 위한 정보공개운동을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벌이기도 했다. 특히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용산구청, 서울시, 경찰 등 각 정부기관들이 참사 전후로 생산하고 관리, 전파한 원문 자료를 수집 공개함으로써 참사에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했는지 감시하고자 했다. 경찰이 인파를 예측한 내부 문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용산구청이 공개 문건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조직적으로 정보 은폐 시도를 감행하자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는 발생부터 수습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4.16세월호 참사와 상당히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주최자 없는 행사에서 일어난 사고로 규정하며 구조적 원인에 의한 ‘사회적 참사’임을 부정하려 했다. 예방, 대비, 대응, 구조, 수습에서 국가기능의 총체적인 부재를 드러낸 것도 세월호 참사와 매우 닮아 있다. 두 참사 모두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책무 이행에 있어 국가가 얼마나 무관심하고 무능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재난참사의 대응 과정에서는 결코 발휘되지 않았던 컨트롤타워가 정권 안위를 위해 체계적으로 작동한 것도 닮아 있다. 피해자 권리에 대한 전반적 침해와 2차, 3차 가해를 방치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10.29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8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개선할 점이 산적해있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야말로 시간이 흘러 참사에 대한 기억이 옅어지고 정권이 바뀌어도 후퇴하지 않을 최우선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시민들은 동의하지만, 유독 정치와 행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발생 9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 오송지역에서 발생한 지하차도 참사는 지자체 역시 얼마나 시민 안전을 뒷전으로 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이제 막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국회 협상 과정에서 특조위의 권한과 활동 기간이 다소 축소되면서 향후 진상조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 국정조사에서 소환된 인사들이 자료 제출이나 진술을 거부했던 일 등을 고려하면 참사의 예방과 대비,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보였던 무능력하고 부적절했던 조치들의 구조적 원인을 충실히 밝혀낼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참여연대는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특조위가 밝혀야 할 진상규명 과제들을 선도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물론 조사 과정과 결과가 구조적, 근본적 원인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할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돌아봐야 할 시기에 진상규명을 위해 거리로 나서는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생명안전기본법 등 제도적 대책 마련에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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