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 1994-2024 2024-08-26   5366

시민자력화와 시민참여

2023.9.9.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2024 S/S 서울패션위크’ 현장에서 청년참여연대 캠페이너들이 기습퍼포먼스를 벌였다. 2014년 참여연대는 전문가 중심의 활동기구와 구분되는 시민참여형 활동기구를 신설하기로 하고, 1년여 준비과정을 거쳐 청년참여연대를 발족했다.

참여연대는 창립 때부터 ‘내가 참여하는 만큼 바뀌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민 참여를 사명으로 삼고 운동을 펼쳐 왔다. 사법제자리놓기시민모임, 작은권리를지키는사람들 등 자발적인 회원모임을 창립 초기부터 운영했다.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회원들이 다수 있었지만 중간에 활동을 중단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모임 자체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해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시민운동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2000년대 이후 ‘뉴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확대되면서 콘텐츠의 공유와 확산이 빨라지고 개인들의 연결과 영향력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이러한 추세 속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는 기존 질서에 대한 반성적 시도로 헌법개정 등을 화두로 시민의회, 공론조사 등의 시도들이 이어졌는데, 국내 시민운동 역시 이러한 흐름의 영향을 받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시민참여를 대폭 늘리는 적극적인 시도들이 국내에서도 시도됐는데, 참여연대는 이러한 고민을 발전시키는 결정을 하게 된다.

2014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시민참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시민자력화’를 4대 역량강화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시민 리더십을 발굴하고 훈련하는 데에 힘을 쏟기로 한 것이다. 시민들이 시민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하면서도, 시민 스스로 나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다는 것이었다.

시민리더십을 위한 교육

20주년 당시 참여연대는 ‘시민자력화’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과 시민활동가교육(Training of Trainers) 프로그램 개발을 선언했다. 시민을 대변하는 시민운동의 역할은 줄어드는 반면, 참여민주주의의 주인이 될 시민리더십을 강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바탕이 됐다. 무엇보다 종합적인 시민운동단체로서 시민교육 활동은 참여연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라는 점도 작동했다.

참여연대 내 시민교육을 위한 부설기관인 아카데미느티나무는 새롭게 출발한 2009년부터 ‘민주주의 학교’라는 이름 하에 민주주의 일반 이슈와 함께 참여연대가 다루고 있는 권력감시, 사회경제, 평화국제 분야의 중요 의제들 그리고 관련 정책들을 소개하는 강좌를 시리즈로 개설하고 있다. 민주주의 학교는 주제의 특성상 지식 전달형 강좌의 비중이 컸지만, 민주적 진행자 워크숍 프로그램과 같이 참여형 프로그램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4년 시민자력화 과제를 본격적으로 이행하기 시작하면서 ‘시민’ 활동가 역량을 강화하는 실습, 토론 등 참여형 방식을 접목한 통합형 교육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시도되었다. 정부의 예산을 분석하는 방법론과 관점을 학습하고 실제 관심 분야의 예산을 뜯어보도록 하는 ‘나라예산감시학교 강좌’, 사법부의 판결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시민적 관점에서 비평하는 ‘판결비평 강좌’,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현행 제도 문제를 살펴보는 ‘공적연금 강좌’, 국회의 역할과 국회의원 활동을 주권자가 감시한다는 의미에서 ‘국회감시 첫발딛기 강좌‘ 등 민주시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강좌들이 개설됐다.

시민교육을 담당하는 활동가나 노동조합 조합원, 선생님 등을 찾아가는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도 개설했는데, 서울만이 아니라 지역 참가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교육을 2014년, 2018년에 시도했다. 매일 참여연대 건물에서 강좌가 열리는 가운데 지역으로 찾아가는 교육을 병행하다보니 부담이 커지기도 하고, 교류해오던 지역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유사 프로그램을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은 더 이상 지속하지 않았다.

대신 활동기구와 함께 기획한 시민활동가교육(Training of Trainers)의 일환으로 의정감시센터의 <공익로비학교>, 평화군축센터의 <평화교육 디자이너 과정> 강좌를 개설하는 등 시민활동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강좌 기획에 집중했다. 이 외에도 아카데미느티나무가 직접 기획한 <톡톡! 철학과 함께 하는 민주적 진행자 워크숍>, <좋은 삶, 유쾌한 변화, 와하(Why&How)학교 (일상의 깨알 진행자 되기,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행동력 프로젝트 등)>, <독서모임 진행자 되기 과정>, <시민칼럼니스트되기> 등도 시민활동가로서 역량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어오고 있다.

참여연대의 대표적인 ‘시민활동가교육’ 프로그램으로는 무엇보다 ‘행동하는 시민과 활동가를 위한 <애드보커시 학교>’를 꼽을 수 있는데,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시민을 비롯해 예비 및 전업 활동가들을 위한 통합형 강좌로 자리잡았다. 2014년부터 시작한 <애드보커시와 직접행동 프로그램> 강좌에서 지속적으로 참여자들의 피드백과 평가를 반영해, <애드보커시 학교>로 발전시켰는데, 그 애드보커시 강좌가 2024년 상반기에는 12기에 이르렀다.

“애드보커시 수업을 통해 그 동안 틈틈이 들어왔던 익숙한 용어들, 혹은 내 업무에서도 활용해 보고자 했던 이론이나 스킬들을 다시 한번 듣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수업은 이론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접하는 시간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내용의 교육을 여러번 들었지만, 강의자 분의 경험들과 아쉬움, 그 동안 수 많은 시민운동을 하면서 품으셨을 생각들이 같이 공유되었다. 순간순간, 나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들을 만났다. 무엇을 옹호하고자 하는지, 이 일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들은 기본이고 어떤 태도와 시선을 가져야 하는지 내게 질문을 던지게 했던 시간이었다. 교육을 통해 그 질문들은 내게 던져졌고, 지금은 조금씩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갈 힘은 얻은 듯 하다.”

– 2024년 참가자 후기

근래에는 삶 속에서 참여민주주의 가치를 실천하도록 하는 시민리더십 교육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2024년에는 도서관, 평생학습관, 작은책방, 복지관, 문화공간, 중간지원센터,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을 위해 독서, 답사, 예술모임 등 시민소모임과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할 수 있도록 ‘시민교육기획자학교’를 처음 개설했다.

시민참여형 활동기구의 발족, 청년참여연대

2014년 참여연대는 ‘시민자력화’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전문가 중심의 활동기구와 구분되는 시민참여형 활동기구를 단계적으로 신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청년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고 사회변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청년참여연대를 우선 발족하겠다고 선언했다. 약 1년여 준비기간을 거쳐 2015년 10월 발족한 청년참여연대는 산하에 운영위원회와 5개 활동분과(성평등분과, 정치분과, 대학분과, 평화다양성분과, 사회경제분과)를 두고 각 분과별로 세미나와 활동을 진행했다.

초창기에는 여러 모임들이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취업, 학업 등으로 인해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운 청년세대의 조건과 분과 체제의 한계 등으로 활동에 편차가 생기면서 2019년 분과제를 해소하고 캠페인단(TF) 중심으로 활동 단위를 변경하게 되었다.

2020년부터는 ‘캠페인어벤져스’라는 이름의 5~6개월짜리 캠페인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6주 동안 진행되는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수료생들에게 심화 과정의 활동을 이어가도록 동기를 부여하고자 하는 기획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캠페인 소재를 찾고 해결 방안을 토론하고 효과적인 행동계획 수립과 조직, 홍보까지 진행해봄으로써 시민 활동가로 한 걸음 다가가보는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은 청년참여연대의 새로운 구성원을 충원하는 통로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 청년참여연대는 캠페인단 활동을 통해 네이버 이용약관에 혐오와 차별 규제 조항을 추가토록 하는 결정을 이끌어냈고, 유튜브의 혐오산업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주제로 한 전시와 브이로그,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산업의 의류 폐기물 문제를 지적하는 게릴라 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동이 캠페인어벤져스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참여연대 활동기구와는 달리 전문가 실행위원회 체계가 없어 캠페인이 인식 개선 활동에서 짜임새있는 대안제시 활동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거나, 기존에 참여연대의 활동 범주를 넘어서는 기후위기나 젠더 등의 주제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관심이 높은데도 전문성 있는 의견을 주기 어려운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시민과 참여연대를 잇는 소통

참여연대는 시민참여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듬해인 2015년부터 운영해온 ‘서촌노란리본공작소 – 세월호 노란 리본 만들기’를 비롯해 집회와 문화제, 1인 시위, 거리 서명과 같이 시민들이 직접 현장에 와서 참여하는 방식의 활동이 대다수를 이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 접근성이 더 높아져 온라인 참여 활동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대면 활동이 필수가 되어 온라인 참여의 장벽도 낮아지고 플랫폼 사용의 경험치도 늘어난 것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추세 속에 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고 서명 등의 캠페인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아졌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정부나 국회에 해당 법률 또는 정책이 왜 필요한지 또는 불필요한지를 설득하기 위해 시민 서명을 적극 활용해왔다. 서울시의회와 정부가 서울광장을 자의적, 편파적으로 운영한 것에 맞선 서울광장조례개정 주민발의안 서명(2009년)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서명은 한국 시민운동 역사상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서명운동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작게는 몇 백명에서 많게는 수백만에 달하는 시민들의 참여로 정책을 바꾸고 법을 만드는 경험을 쌓아왔다. 그러던 것이 온라인 서명이 활성화되면서 훨씬 빠르고 대규모 서명이 가능하게 됐다. 2020년 도입된 국민동의청원 제도 역시 온라인으로 쉽고 간편하게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법률 제개정을 위해 직접 의사를 표출하는 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9년부터 참여연대 서명 캠페인은 일회성 활동에 그치지 않고, 서명 이후 진행 상황, 즉 국회의 논의, 정부의 반응, 참여연대의 추가 대응 등을 주기적으로 모아서 온라인으로 알리고, 후속 캠페인 소식을 전해 관심사를 이어가도록 하는 활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참여 시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신뢰를 쌓고, 추가적인 활동과 행사 참여로 이어지게 하며, 변화의 과정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

소통 방식도 전세사기 대응, 공공의료 확충 캠페인, 한반도 평화 캠페인, 대통령실 이전 의혹 제기 등 개별 캠페인 참여자들에게 후속 소식을 알리는 메시지(문자⋅알림톡⋅뉴스레터)부터 검찰감시 뉴스레터 ‘끄의 세계’와 같이 분야별 심층 콘텐츠를 다루는 정기 뉴스레터까지 여러 유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관심에서 참여연대 활동 전반으로 관심의 폭을 넓히는 데 주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신규 회원을 확대하는 유효한 통로가 되고 있다.

참여연대가 2014년 이래로 지난 10년 동안 시민활동가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부설기관 청년참여연대를 발족하는 등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교육과 훈련의 공간을 제공해 왔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들의 경우 개별 강의를 넘어 시민활동가 교육의 체계화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청년참여연대도 교육 사업을 통해 공익 활동 분야를 비롯해 언론사, 정치권(국회 등) 등에 사회 개혁과 시민운동에 관심과 이해를 갖고 있는 시민을 배출하는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민참여형 활동기구라는 목표에 맞게 운동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앞둔 현재, 참여연대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회원 1만 7천 명을 바라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더 많은 시민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할 수 있도록 시민 참여형 활동 방식과 소통 방식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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