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4년 11월 2024-11-04   10357

[활동가의 책장] 낙인찍힌 몸

염운옥│돌베개

나나는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고, 유일한 해외 체류 경험은 중국에서의 3일이 전부다. 평생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살아왔기에 유색인이라는 ‘낙인’을 실감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자신의 피부색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

사람의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다. 우리는 성 정체성, 계급, 국적 등 다양한 정체성으로 구성된 복합적인 존재이고, 대부분의 정체성은 외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선택 혹은 외부 압력에 의해 정체성을 숨기거나 거짓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색인이라는 정체성은 이마에 새겨진 낙인처럼 숨길 수 없고, 부정할 수도 없다. 이 책은 그런 ‘낙인찍힌 몸’들이 겪었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고 현재에도 지속되는 인종차별의 문제를 다룬다.

이 책은 생물학적 특성에 따른 인종차별의 역사뿐 아니라, 문화적 요소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신인종주의’ 현상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피부색으로 타인을 차별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유색인종들의 문화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인종차별과 배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무슬림 여성의 복장을 문제 삼고, 문화적 지표를 근거로 이주민들을 위협 집단으로 고착화하는 것이 그 예시이다.

나 역시 유색인이기에, 인종차별 문제에 있어서는 ‘피해자로서의 나’를 상상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각종 차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기르는 첫걸음이란 점을 느꼈다. 피부색과 무관하게 누구든 인종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건 오히려 가해자의 위치에서 멀어지게 되는 길이기도 하다.

세상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성찰과 질문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알제리 해방운동에 참여했던 프란츠 파농의 다짐을 떠올린다.


글 장지희 사회인권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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