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5년 01-02월 2025-01-03   11918

[활동가의 책장]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정솔│북폴리오

“나만 없어 고양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그 고양이가 우리 집에는 있다. ‘코숏’이라 불리는 한국 고양이 시월이는 10년 전 구조되어 나에게 왔다. 산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던 한 캣맘이 어미가 버리고 간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서 어렵게 살렸다. 10월에 구조했다고 ‘시월’이가 된 녀석은 지금까지 큰 병치레 없이 잘 살고 있다. 문제는 나다. 입양 후 내가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심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근 10년째 매일 알레르기 약을 먹고 있다. 알레르기를 이겨냈다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아니었다. 얼굴엔 아토피와 주사염까지 생겼다.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알레르기가 아니어도 번거로운 일이다. 매일 사료와 깨끗한 물을 챙겨야 하는 건 기본. 하루에 한 번씩 화장실을 청소하고 1~2주에 한 번은 모래를 싹 갈아줘야 한다. 구토를 자주 하는 시월이의 토사물도 치워야 하고 발톱도 깎아줘야 한다. 모든 옷엔 시월이 털이 붙어있다. 2박 3일 이상 집을 비울 수 없다. 긴 여행을 할 경우 믿을만한 지인이나 값비싼 고양이 호텔에 맡겨야 한다. 호기심이나 재미로는 결코 반려인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반려인의 고충을 잔뜩 늘어놓는 이유는 이 책을 읽는 순간 집사가 되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늙은 개 낭낙이와 어린고양이 순대와 함께 사는 작가는 집사인 자신의 시점만이 아니라 낭낙이와 순대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랑스러운 그림과 더불어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공감 능력 때문인지 반려동물의 마음이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울컥하는 순간이 많아 휴지를 준비하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낭낙이와 순대 이야기 외에도 집사와 반려동물의 다양한 사연들이 등장하는데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반려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눈높이가 높은 존재라, 눈 아래에 있는 것들을 지나치거나 무심해지곤 하는 것 같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문득 뒤를 돌아보거나 시선을 낮추어 낭낙이나 순대를 바라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낭낙이나 순대와 시선이 마주치면 굉장히 미안해지곤 한다. 내가 어쩌다가 한 번 돌아보고 낮춘 그 시선과 마주하기 위해, 낭낙이나 순대는 나를 얼마나 오래 바라보고 있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지고 마는 거다.”

지난 10년간 마음이 춥건 몸이 춥건 항시 나를 따뜻하게 데워준 건 시월이였다. 혼자라는 기분이 들지 않게 하루 종일 집에서 기다려 준 것도 시월이었다. 이 따스함과 충만함은 집사가 되지 않고는 알 수 없다. 호기심이나 재미로 반려인이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당신에게 알레르기만 없다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마음이 있다면, 올해엔 당신 삶에 작은 생명을 모실 결심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 사지 말고 입양하자.


신미지 미디어홍보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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