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10.29이태원참사 2025-04-01   7683

[논평]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신청 접수 시작에 대한 입장

지연된 정의가 온전한 정의가 아니 듯,
지연된 지원도 제대로 된 지원이 될 수 없다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신청 접수 시작에 부쳐

10.29이태원참사 피해구제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는 오늘(2025년 4월 1일)부터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시행 2년이 되는 2026년 5월 20일까지 ‘이태원참사 피해자 신청 접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886일(2년 5개월 3일), 특별법 공포·시행 316일만이다.

특별법에서 정하고 있는 피해자의 범위는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 긴급구조·수습 참여자, 참사 발생 인근 지역 사업자 및 근로자 등이며, 이들이 피해자 인정 신청을 하면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인정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피해자로 인정되면 특별법에 의해 생활지원금, 의료지원금, 심리상담, 치유휴직,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정부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부족했던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게 심의위원회의 출범과 본격적인 지원이 시작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참사 발생 2년 6개월이 다 된 시점에서야 피해자 신청을 접수하게 되었다는 사실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참사 1년 2개월만인 2024년 1월 9일,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지만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그리고 2024년 4월에 열린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를 하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특별법이 주요과제로 논의되며 여야협상이 시작되었고 일부 조문을 수정한 특별법이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어 참사 571일만인 5월 21일 공포·시행 되었다.

우리가 571일, 886일, 316일 걸음, 걸음 날짜를 세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국가가, 정부가, 사회가 예방 할 수 있는 사회적 참사를 막지 못해 참담한 재난이 발생했다면 무엇보다 먼저 피해자들을 더 이상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재원을 동원해 지원해야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진상규명의 과정만큼 꼭 필요한 지원은 제 때에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발생 초기부터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책임 회피에만 열중했다.

경찰의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를 마쳤기에 진상조사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일관된 입장으로 일관하였고 총선에서 참패를 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특별법에 동의하며 특별법의 시행을 참사 571일 이후에나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별법이 시행되고 4개월이 지난 2024년 9월 23일(특별법 시행126일)이 되어서야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 첫 회의가 개최되었으나, 오늘까지 191일 동안 직원 채용과 공무원 파견 등의 준비 작업만 진행 중일 뿐 첫 번째 조사개시 결정조차 하지 못했다.

특별법이 시행되어도 정부가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하지 않으면 조사위원회 출범이 늦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특별법 시행령 제정과 조사위원회 사무처 설립은 물론 피해자 구제와 추모사업도 제때에 진행되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특별법 제정 논의 단계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그 불필요한 지연을 막기 위해, 특별법 부칙 1조에서 특별법 공포 즉시 시행을 가능하게 하였고, 부칙 2조 3항에 “조사위원회의 위원 및 소속 직원의 임명 등 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사무처 등 필요한 조직의 설치행위, 이 법의 시행에 필요한 조사위원회 규칙의 제정 및 개정을 포함한 준비행위는 이 법 시행 전에 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정부, 특히 행정안전부의 신속한 행정 절차 지원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이 조문은 물론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외면하였다. 특별법 부칙을 강조하며 특별법 시행령 초안 작성, 파견 공무원 및 별정직 정원과 직제 등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였으나, “조사위원회 출범 전까지는 조심스럽다”는 핑계를 대며 의도적으로 아무런 사전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참사가 발생하고 2년 5개월 만에, 그리고 특별법이 시행되고 10개월이나 지나서야 피해자들이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신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늦어도 한 참 늦었다.

지연된 정의가 온전한 정의가 아니 듯, 지연된 지원도 제대로 된 지원이 될 수 없다. 늦었지만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피해자 구제와 지원에 임하는 심의위원회와 10.29이태원참사피해구제심의추모지원단(이하 지원단)은 단 1명의 피해자라도 더 구제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159명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 정부가 30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부상자·생존피해자들 외에도 이태원 참사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스스로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불편함 없이 신청하여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피해구제심의 제도를 더 넓게 알려내는 것도 지원단의 몫이다. 특히 피해자 신청 접수 개시로 그동안 혼자 버티다 새로이 파악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하고 촘촘하게 지원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국인 피해자들이 언어의 문제나 한국 외의 지역에 있다는 지리적 한계로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희생자 국적이 15개국에 달하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마음 아파했던 참사인 만큼 외국인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역시 놓치는 점 없이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 조사위원회 출범, 피해자 신청 등 진상규명과 피해자권리보장의 모든 절차가 지연된 10.29 이태원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하고 상설적인 재난 참사 조사 및 지원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앞으로 정부는 법과 규정 그리고 공직사회의 보신주의보다, 피해자들을 우선순위로 두는 일에 머뭇거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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