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에 중대한 부담 지우는 사안인데도 절차와 정보 모두 불투명
최근 대통령실이 한미 경제안보 협상의 결과인 양해각서(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며 특별법 제정으로 대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측 인사들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을 것이라던 것에서 ‘국회 동의 불필요’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합당한 이유 없이 정부가 쉽게 입장을 바꾸며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가져올 뿐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이번 한미 경제안보협상의 구체적인 결과부터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3,500억 달러 대규모 대미투자를 비롯해 핵추진 잠수함 등 중대한 부담이 되는 협상임에도 불구하고, 상세한 합의 내용을 확인하고 그것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검증하고 판단할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국회 비준 동의 여부 판단에 앞서 한미 간 합의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의 검증과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 한미 경제안보 협상의 투자 규모나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이번 합의는 헌법 60조 1항에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비준 대상이냐 아니냐’보다 국회가 그 판단을 하기에도 정보와 절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MOU는 실제로 체결된 것인지, 한미 FTA나 상호방위조약 등 기존 협정의 개정이나 확장에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다. 국회와 국민은 이러한 법적·재정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료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말하는 ‘특별법 제정’이 MOU 이행을 위한 절차인지,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내용들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 형식만을 근거로 국회 비준이 불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국민 대표기관의 심의·통제 기능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협상 결과를 공개하고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친 뒤에야 비준이든 법 제정이든 그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양국 간 합의 내용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입장 차이가 확인되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과 산업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만큼, 정부는 팩트시트와 MOU 원문, 영향평가 자료를 즉시 공개하고 국회는 이를 토대로 충분한 심의와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관세 인하에 쫓겨 면밀한 검증 없이 국회 검증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실체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절차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국회와 국민의 정당한 검증 절차를 존중하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이번 협상이 민주적 통제 하에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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