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처음 국방위 방청한 시민단체 실무자의 기록과 소감
자통협 대표 문규현 신부와 함께 12시 45분 경 국회에 도착했다. 사이버 참여연대 기자와 참여연대 영삼팀 기자도 동행했다. 참여사회 국방위원회는 1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신분증 제시 등 수속을 마치고 국회본관 3층 국방위원회 회의장 입구에서 의원들을 기다리기엔 딱 좋은 시간이다. 의원들에게는 “조대령 증인채택을 공개표결로 결정해 달라”는 10개 단체 명의의 공개서한을 배포할 작정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출입 허용 시비
그러나 국방위원장실입구 통과부터 쉽지 않았다. 우선 문규현 신부님 출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국방위원장 보좌관과 국회 사무처의 주장에 따르면 “국회에서 소란을 피운 전력이 있어 곤란하다는 것”이다. 문규현 신부님께 경위를 여쭈어보니 “1년 전인가, 새만금문제로 국회본회의장에서 방청인 모두가 마스크를 쓰기로 한 환경운동연합의 방침을 따르다가 퇴장당한 것 외에는 없다”고 하신다.
또다른 문제는 동행한 참여연대 소속 기자의 출입문제. 2명만 모니터를 허용했으므로 국방위원회 앞 복도에서 분위기 취재하는 정도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부의 지시대로만 움직일 수 박에 없는 사무처 소속 경위들에게 융통성을 기대하기는 힘든 일. 이들은 아마도 시민단체가 기습시위라도 벌일 것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일단 문규현 신부님과 본인이 3층의 국방위원장실에 가서 방청허용여부를 협의하는 걸로 하고 입구는 통과했다. 2명의 기자는 일단 입구에서 대기. 국방위원장실에 가서 보좌관을 안심시키고 대표단 2인의 방청허용과 기자2인의 ‘복도출입’ 허용을 받아내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동안 국방위는 벌써 시작하고 있었다. 문제가 다 해결되어 국방위원회장에 입장한 시간은 1시 30분. 약 45분이 지나고 말았다. 공개서한은 전달조차 못하고…..
국방위원회 밖 복도엔 30여명 가량의 국방부 관계자들이 4개 탁자에 10개 이상의 노트북과 프린터를 갖추어 놓고 의원의 질문에 대해 국방부장관을 보좌할 ‘전투태세’를 갖추고 앉아들 있었다. 국방위 회의실 안도 마찬가지. 30명 가까운 국방부 관계 인사들이 국방부 장관 뒷편 방청석에 빼곡하다.
고작 2명밖에 안되는 시민사회방청인단은 문옆 맨구석 자리에 앉는 것이 허용되었고 그나마 돌발행동을 해선 안된다는 주의를 5번 이상(국방위보좌관, 비서관, 문앞 경위, 문 안 경위, 우리담당 경위로부터) 듣고나서야 감시인 1명을 붙힌 채 허용되었다. 발언자의 얼굴이나 이름을 확인하려면 목을 길게 빼고 엉덩이를 들어야 할 판이다.
“F-15를 위한 보고”
어렵사리 자리를 잡고 앉아 메모 준비를 끝내니 국방부 보고는 이미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뒤늦게 나마 녹취를 시도했으나 경위에 의해 곧 제재되었다. 국방부의 보고는 공개회의를 의식해서인지 ‘기존 주장의 가장 불충분한 요약’이라 일컬을 만큼 부실한 것이었다. 시민단체나 국회의원들이 요구해온 1단계 평가결과 공개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국방부 홍보책자라 할까?
보고가 끝나자 강창성(한), 박승국(한) 의원 등이 ‘이게 뭐냐’는 힐난이 쏟아졌다. 강창성 의원은 아예 이 보고서는 ‘F-15를 위해 만든 보고서’라며 미국의 단종가능성, 1단계 평가결과같은 핵심적인 보고내용은 어딨냐고 몰아부쳤다. 박승국의원 역시 국방부 보고서의 ‘각 항공기별 제원, 항속거리등을 정리한 비교표’를 거론하며 그렇게 F-15가 좋은데 왜 공개입찰을 했냐고 비아냥거렸다. F-X 보고 후 미군기지반환문제, 해병대 총기 탈취 사건 등 현안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이에 대한 상세한 방청기록은 이 글의 논점이 아니므로 생략한다.
국방부 보고가 모두 끝나자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의원들은 F-X 사업과 기타 국방현안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졌으나 대부분이 F-X에 맞추어져 있었고 다른 분야는 이 글의 관심사항이 아니므로 생략한다. 다음은 각 의원별 질문 요지
박상규 의원(민주당)
△ F-X의 ROC(요구성능)은 90년대초에 F-15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2000년 이후 약 30여년간 사용할 전투기의 ROC로는 변별력이 없는데다 2단계 평가도 정책적 고려라면 기종간 변별력이 없지 않은가?
△ 오차율 3%의 근거는 뭔가? 과거 국책사업 중 5% 이상 차이가 나는 사례는 얼마나 되나?
△ 작년에는 ‘좋은 가격과 기술조건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기종결정을 연기했고 독자적 전투기 개발도 강조했는데 그건 다 어디가고 기술이전 절충교역 가중치를 12%만 책정했나?
△ 그 중 핵심기술 이전, 절충교역 등은 다 따져봐야 7.5% 정도인데 국방부가 강조한 분야일수록 점수가 낮아진 이유는 뭐냐? 국방부 정책이 이래서야 신뢰할 수 있겠는가?
△ 1단계 평가기준 작성 시 외부인사 얼마나 어떻게 참여했나? 설문대상 선정기준과 원칙은 뭔가?
△ 수명주기비용, 운영유지비 등에 대해 업체제시 자료 이외의 자료는 검토했나? 미의회보고서는 F-15K의 운영유지비가 비싸 조기도태를 요구했다는데….? 2015년 이후 F-15 유지관리 대책은 무엇인가?
△ 1단계 평가결과는 왜 안 밝히나?
△ 2단계 평가의 구체적인 배점방식과 기준은 뭔가?
△ 2차 F-X에서는 다른 기종선택할 것인가? 이렇게 백화점식으로 구입해도 되나?
=> 박상규 의원은 시민사회단체와 재야 군사평론가가 제기한 사항을 충실히 질문에 옮겼다. 그러나 박 의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쟁점이나 의제는 없어 성실히 질의서를 작성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강창성 의원(한나라당)
△ F-X는 국제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안인 만큼 외교적 분쟁소지도 크다. 게다가 실수요자인 공군은 평가결과를 못마땅해하고 있다. 국방부는 2년전에는 반대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안하면 큰일 날 것처럼 얘기한다. 왜 태도가 바뀌었나?
△ 국방부장관은 F-X 관련 모든 문서를 변조하지 못하게 그대로 보존하도록 지시하라.
△ 조주형 대령 증인출석을 발의한다. 조주형은 공군여론의 대변자인 것으로 판단되므로 4월 임시국회 증인으로 채택해달라.
△ 국방부는 투명하게 하고 있다고하는데 내놓은 것으로는 전혀 판단이 안된다. 참가했다는 외부전문가 신원도 파악되지 않는다. 공개하라
△ 오차범위 3% 근거 무엇인가? F-16때는 2.5%가 무기도입 절대수치라고 해놓고 왜 말을 바꾸나?
△ 국방위원회를 비공개로 해서라도 1차 평가결과등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모두 공개하라
△ 지난번 국방부장관 답변은 F-X추진을 외통부, 산자부와 협의한다고 해놓고 왜 다 배제했나?
△ 99년 이후 가격 때문에 3년을 끌어 왔는데 결국엔 F-15 1대당 1억불에서 1억1천만불로 뛰었다. 성공적인거냐? 추가로 지불해야 할 1조 8천억은 어디서 충당할 거냐?
△ 대한민국은 성숙한 민주국가다. 미국에 시혜받는 나라라는 저자세가 문제라고 보지 않나?
△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미 2단계까지 결정났는데 발표만 미루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 사실인가?
=> 강창성 의원은 참여한 의원 중 가장 예리한 질문을 퍼부었다. 조주형 대령 증인채택·오차범위 자의성·타부처협력 배제·가격 및 추가예산문제 등을 질의하는 과정에서의 구체적 논거 및 근거의 제시가 돋보였다.
장영달 의원(민주당)
△ F-X는 4년 내내 국회에서 논의되어 왔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작년국정감사에서도 다루어졌지만 공정한 기준에 의해 심사하고 결론내면 될 일로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국방부는 1·2단계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들은 요식적 평가를 거쳐 미국의 외압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평가방법 하자때문이냐? 아니면 부시발언·동계올림픽 이후의 반미감정 때문이냐? 아니면 둘 다냐?
△ 국방부 보고서는 F-15K가 다 좋은 것처럼 나오는데 그러면 공개입찰할 필요가 뭐가 있나?
△ 조주형 대령 구속이 의혹증폭의 게기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조대령이 누설한 게 과연 국가기밀이냐? 불구속 수사할 의사는 없나?
=> 장영달 의원은 추상적인 몇가지 질문만 던졌을 뿐 구체적인 자료나 근거를 제시하는 추궁은 하지 않았다. 대체로 절차상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국방부의 해명을 인정하는 전제위에서 국방부의 적절한 대응력의 부재를 엉성하게 따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연숙 의원(한나라당)
△ F-X 1단계 평가가 의혹의 핵심이 되고 있다. 왜 공개하지 않나?
△ F-X, 노근리 사건등으로 이어지는 반미감정 확대에 대한 국방부의 대책은 뭔가?
=> 이연숙 의원은 F-X에 대해서는 정교한 문제제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질문 수도 단촐했다. 논외의 문제이지만 베트남 양민 학살과 노근리 문제를 대비하여 질의한 것은 매우 돋보이는 질문이었다.
김성순 의원(민주당)
△ 조대령 증인채택이 진행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은가? 장관 의견은?
△ 1차 평가 결과를 회의록과 함께 공개하라.
△ F-X 1단계 평가 승인 관련,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록도 이의를 제기한 부서와 요지그 내용과 함께 공개하라
△ F-15에 준하는 F-X ROC로 인해 2000년 이후의 발전된 무기체계가 반영되지 않았다. 향후 이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 기술이전 항목 가중치와 관련, 작년초까지만 해도 ‘한국형전투기 개발 역점’ 운운해놓고 가중치가 이게 뭐냐?
△ 조주형 대령이 폭로한 외압문제는 왜 조사안하나?
△ F-15K 부품공급과 관련 미국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부품대책은 뭔가?
△ 다소측의 반발등으로 외교적 마찰 가능성이 있다. 대책은 뭔가?
△ 추가소요예산에 대한 대책은 뭔가?
=> 김성순 의원은 1차평가 결과, 회의록 공개 등은 적극적으로 질의했으나 전반적으로 매서움이 없는 피상적인 일반적 질문에 머물렀다. 조주형 대령 관련 출석 여부를 국방부에게 묻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짜고치기식 질문은 빈축을 살만하다.
박세환 의원(한나라당, 간사)
△ F-X의 쟁점은 세가지다. 대상기종성능문제, 기종결정 투명성·공정성 문제, 결종 후 후유증 문제가 그것이다.
△ 평가결과 조작설에 대한 국방부장관 입장을 밝혀라.
△ 기종평가결과 공개하라.
△ 시험평가 및 협상진행 후 신규정을 도입해 평가한 것은 문제아닌가? 그 이유는 뭔가?
△ 김동신 장관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관계가 기종결정에 중요요인인 것처럼 발언한 적이 있는데 이는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만한 발언아닌가?
△ 다소의 뇌물 공여설. 조대령의 외압설 등에 대해 실체를 밝혀야 하지 않나?
△ 시시비비를 가릴 건 가려야 하지만 F-X일정은 그대로 가야 한다. NSC가 아니라 사회일각에서 어떤 문제제기가 나오더라도 F-X는 적기에 추진하라.
△ 2단계 평가 전에 추가적인 재협상이 필요하지 않나?
=> 박세환 의원의 질의는 피상적이고 평이한 수준이었다. 2단계 평가전에 재협상을 해서 실리를 챙기자는 지적이 유일하게 눈에 띄는 질문이었다. 사회일각에서 어떤 문제제기가 나오든 적기(適期)에 추진하라는 주문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자신의 주장과 배치 뿐만 아니라 무조건 가고 봐야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주장이다.
배기선 의원(민주당, 간사)
△ 군은 공개원칙을 일찌기 천명하고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입찰등을 진행해 왔는데 마지막 순간에 국민들 사이에서 ‘율곡비리와 비슷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민의혹 해소방안이 뭔가?
△ 이는 아마도 ‘민간과 함께 가는 군’이라는 새로운 인식패러다임을 완전히 체화하지 못하여 홍보와 설명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보는데?
△ 군은 경쟁입찰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기술이전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공개해도 좋은 부분은 모두 공개하고 TV토론, 공청회 등도 개최해야 한다고 보는데 장관의견은?
=> 배기선 의원은 전체적으로 국방부의 공정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홍보부족과 정보의 추가적 공개를 훈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박승국 의원(한나라당)
△ 대북억제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불특정 위협에도 동시대비한다는 F-X가 90년대초 120대에서 60대로 다시 40대로 갈수록 구입대수가 줄어드는 것은 예산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방부가 주변국 위협이란 걸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아니냐? 40대 가지고 북한도 막고 주변국 위협도 대처할 수 있나?
△ 작년에도 이미 연기하면 8000천억이 추가소요된다고 경고했었는데 시간끌어서 득된게 뭐냐?
△ 조대령과 다른 공군관계자를 반드시 출석시켜야 나와서 증언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의혹해소 방안이다.
△ 추가비용 1조 8천억 어떻게 할 것인가?
△ F-15 한대면 F-16 3대값이다. F-16이 독도 수호가 안된다면서 F-X 추진했는데 160대나 있는 F-16에 공중급유기 사면 독도 수호도 가능하다. 공중급유기부터 사야한다고 누차 강조했는데 그건 왜 얘기안하나? 주변국 위협을 진짜 걱정했으면 공중급유기부터 사야 하는 것 아니냐?
=> 박승국 의원은 기본적으로 ‘F-X조기추진’의 입장에서 질의했다. 외압의혹이나 평가조작에 대해서 구체적인 질문은 없었다. 다만 F-X의 목표를 효율적이고 저비용으로 달성하는 방법으로 공중급유기 도입 등을 강력히 주장한 점은 돋보인다. 조대령과 다른 공군의 대질을 의혹해소의 핵심이라 주장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질의에 임한 의원은 총 8명. 재적인원 18명의 반에도 못미치는 숫자였다. 당일 국방위원회 출석인원은 14명으로 되어 있다.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9명 중 4명은 아예 불출석, 5명은 잠시 자리만 지키다 나간 셈이다. 질문 종반에는 위원장 포함 단 3명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상황도 연출되었다. 심지어 천용택 위원장조차 질의가 시작될 무렵 회의장 밖으로 나가서 배기선 민주당 간사의원이 의장을 대신했다. 천 위원장은 배 의원이 질의하는 회의 막바지에 다시 의장석에 복귀했다.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국방위원회가 이래도 되는가? 질문의 수준을 평가하기 전에 상임위 의원들의 무관심과 무책임만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쯤되면 ‘직무유기’라 할만하다.
내용면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를 그대로 읽은 박상규 의원을 포함, 여당의원 모두는 지극히 의레적인 질문으로 일관했고 심지어 노골적인 국방부 편들기의 모습도 재연했다.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준비 안된 모습은 역력했다. 야당의원들은 기보적인 문제제기만 분명히 해두고 임시국회에서 다루자는 경향을 보였다. 강창성 의원의 질문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한편, 야당의원들은 대다수가 조대령의 국회증언을 요구하였고 여당의원들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잠시 정회 후 6시에 속개된 조대령 증인채택논의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국방위원들의 질의는 4시 20분경 끝났다. 순서에 따르면 강창성 의원이 발의한 조대령 증인채택 건을 논의하고 국방부장관의 답변을 듣는 순으로 진행되어야 마땅했으나 천용택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의결 정족수도 안될 뿐만 아니라 여야당 간사 간의 협의시간, 국방부장관의 답변 준비시간을 확보한다는 거였다.
일단 산회가 선포되자 의원들은 국방위 소위원회실에 다시 모이는 듯 했다. 증인채택 문제에 대해 협의하기 위한 것. 개회 당시 배포하지 못한 조대령 증인채택 공개표결 촉구 서한을 전달할 절호의 찬스였다. 국방위 경위와 국방위 보좌관들의 어설픈 제지를 뚫고 소회의실로 들어가 공개서한을 배포했다. “조대령건은 공개표결로 처리해 주십시오.” 보좌관의 제지로 소회의실에서 물러난 지 10초 남짓한 시간…. 여당 의원들 얼굴에 일순 난감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뒤에 안 일이지만 정회 중 조대령 증인채택을 두고 여야 간사 협의가 있었으나 채택을 주장하는 야당과 난색을 표하는 여당 사이의 견해차로 결론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잠시의 휴식시간 동안 시민모니터단은 국회 후생관 식당에서 낮에 거른 점심을 뒤늦게 해결했다. 5시 30분경 회의장에 돌아오니 국방부 직원들이 국방부 장관의 답변을 준비하느라 분주히 장관 앞으로 불려갔다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윽고 6시. 회의 속개를 알리는 벨소리를 따라 의원들이 입장했다. 위원장 제외하고 5명 뿐이다. 여당 배기선 의원 단 한명, 야당은 박세환, 강창성, 박승국, 이연숙 4명이다. “질문해놓고 답변도 안들으러 오나?” 불끈 화가 치민다.
의장이 회의속개를 선언하고 조대령 증인채택 문제가 정회시간 동안 타결되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러자 박승국 의원(한)이 첫포문을 열었다.
“오늘 국방위는 외압의혹을 밝히자고 열린 것 아닌가? 조대령 증인 채택은 오늘 회의의 핵심이다. 그런데 국방부와 여당이 못하겠다고 하니 국회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 조속한 시일 내에 국방위원회를 개회하여 마무리지어야 한다.”
바야흐로 오늘 국방위 최대쟁점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었다.
위원장 : 표결을 강행하기에는 정족수가 안된다. 박승국의원 제안사항은 여야 간 협의사항이니 좀 더 논의하도록 하고 국방부장관 답변을 우선 듣자.
강창성(한) : 조대령 증언 듣고 국방장관 답변을 듣는 게 좋겠다. 외압을 제기하는 사람은 발언기회도 못갖는데 국방부 장관은 보고도 하고 답변도 하냐?
박세환(한, 간사) : 이 회의는 F-X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목적이다. 국방부 보고 충분히 들었으므로 조대령 증언 듣자. 우리는 국회증언및감정에관한법률에 따라 증인을 채택할 권한이 있다.
배기선(민, 간사) : 일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나 현재 상황에서 처리할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조대령은 군검찰이 수사중이어서 증인출석 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국방부는 공개원칙, 합리적 기준 등의 절차를 밟고 있고 국회가 이미 수차례에 걸쳐 F-X 사업을 감독 감찰해 왔다. 한점의 의혹도 없어야 하지만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한 사람의 주장으로 국익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당내로 돌아가 협의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
이연숙(한) : 국민이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비공개로 소위에서 다루는 방안 등에까지 반대할 이유는 없지 않나?
배기선(민, 간사) : 신중하게 다루자는 거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 모둔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신중히 고려하여 행동하자.
김성순(민) : 필요하다면 증인채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영향이 너무 커 좋은 시기가 아니다. 기종결정 후 국방부가 그간의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그 때가서 만족스럽지 않으면 증인으로 채택하자. 육성증언은 이미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나와있지 않냐?
이연숙(한) : 의혹을 세세히 규명하는 것은 국회의원 의무다. 시민단체가 공개하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더 자세하게 파고들어야 하지 않는가?
박세환(한, 간사) : 증인채택은 원칙적으로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시기만 협의하자.
배기선(민, 간사) : 국익도 중요하고 조대령의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자는 것이 우리 당 입장이다. 당에 가서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다. 당 논의후 간사간 협의하도록 위임해달라.
여야간 2-3차례 공방 : “오늘 여기서 일단 증인채택의 원칙적인 입장만이라도 결의하자”(한), “당논의후 간사협의로 결정하자(민)”는 안이 공방
위원장 : 정부가 도모하는 국익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가 뒷받침하는 것이 요구된다. 당내에서 논의할 시간을 달라는 취지인만큼 이해해 주고 추후 여야 간사간 이 문제를 협의하는게 어떤가? 여당의원이 아닌 의장으로서 말하는 거다.
박승국 : 당에서의 논의는 논의고… 국방위원회 자리에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양당 간사간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배기선(민, 간사) : 야당의원들의 취지는 이해한다. 다시 말하지만 신중한 판단을 하자는 것이니 양당간사에게 위임해달라. 자칫하면 정치때문에 안보를 해칠 우려도 있다. 신중하자.
박승국(한) : 국방부는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대령은 받았다고 하고. 국방부를 위해서도 국회가 진위를 밝혀주어야 하지 않겠나?
배기선(민, 간사) : 만약 무작정 불렀다가 결론이 안나면 문제만 악화된다.
박세환(한, 간사) : 다시 말하지만 증인채택은 한라당 위원 전체의견이고 정회 중 여야 간사회의에서 결론 못본 사안이다. 상임위 회의에서 원칙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위원장 : 한나라당 의견대로 하려고 해도 정족수가 안된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이만 산회하겠다. 장관보고와 증인채택 논의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다음 위원회에서 다루자. 산회를 선포한다.
(증인채택 논란 도중 김성순, 박상규, 장영달 의원이 입장하였지만 의결정족수 10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로써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증인채택 표결도 못한 국방위원회가 끝났다.
여당은 “당에서 얘기해봐야 한다, 간사끼리 협의하자”는 등의 주장만 되풀이 함으로써 부담스러운 상황을 회피하기에 급급하여 유권자에 대한 책무를 외면했다. 야당이 진정으로 증인채택을 원했다면 왜 소속 의원 한 두명쯤을 더 불러와 앉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 구체적인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시민모니터단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적의혹이 집중된 F-X사업 관련 상임위가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 결론을 못냈다는 사실만 분명히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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