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칼럼(pi) 2009-03-05   1903

국가에 의한 공정성심의를 재설계할 때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관련법 개정에 대한 논란과 관련한 MBC의 앵커멘트 및 보도내용, KBS의 생중계시 반정부 목소리 삭제, YTN사장임명 논란 보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친정부신문 광고불매 Daum 카페글 등에 대해 공정성 심의를 하였고 이때마다 그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에 휩싸여왔으며 공정성 심의를 재설계할 때가 되었다.

여기서 협의의 공정성은 논쟁이 되는 사안의 양쪽 주장에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규범으로 이해되고 광의의 공정성은 객관성, 진실성, 선정성의 지양, 품위까지 포함한다.
 
위와 같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문제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협의의 공정성심의는 방송사들의 자율규제에 맡겨져 있다. 공정한 방송의 본보기로 받아들여지는 BBC는 물론 독일과 일본의 방송 모두 공정성심의를 국가로부터 받고 있지 않고 자율규제를 통해 이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정성심의 자체가 87년도에 폐지되었다.

위의 선진국들에서 국가에 의한 공정성심의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권력자의 법적 영향력 하에 있는 행정기관이 표현의 내용에 대해 규제하는 것은 사법기관에서 추후에 합법으로 판단될 내용마저도 정치적인 이유로 규제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우리나라 헌법 제21조가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한다는 원리가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협의의 공정성심의를 자율규제로 하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정성의 원래 목표인 다양성 때문이다. 협의의 공정성은 방송사업자 자신의 이익, 국가 또는 자본의 영향력에 밀려 특정한 주장만을 보도할 것이 아니고 다양한 목소리를 보도하는 공적 토론의 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에서 나온 것이다.

외부에서 방송국에게 강요되는 협의의 공정성은 기존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항상 그 반대 목소리를 병치시켜 그 설득력을 희석시킬 것을 요구한다. 협의의 공정성은 이렇게 비판세력들의 목소리를 억제함으로써 그 원래 목표인 다양성에 배치되는 모순적인 결과를 낳는다. 결국 국가가 강요하는 협의의 공정성은 내적 다양성을 요구하여 비판적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아 모든 방송국을 일률적으로 ‘다양하게’ 만들고 특히 결국 외적 다양성을 훼손한다.

국가가 예산권과 임명권을 쥐고 있는 방통심위는 자신의 심의의 ‘검열성’과 공정성의 원래 목표인 다양성을 존중하여 심의의 범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여당이 그 3분지2를 임명한 방통심위가 특정 보도가 정부여당에게 불공정한지에 대해 심의를 할 권한을 없애야 한다. MBC 광우병 보도 및 방송법개정안 보도, YTN사장 임명 보도 등에 대한 공정성 심의를 국가기관인 방통심위가 진행하는 것은 코미디이며 바로 이러한 코미디의 가능성 때문에 외국에서는 국가에 의한 공정성심의가 헌법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둘째 불공정방송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을 때에만 심의를 해야 한다. YTN의 ‘검은 옷’ 진행처럼 방송사업자 자신 외에 도대체 누구에게 불공정한 것이지 불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성 심의는 불가능하다. 즉 노조 측이 만들어온 방송내용이 자신에게 불리하지만 설득력이 있어서 방송사가 송출결정을 한 것을 방통심위가 ‘너 자신에게 불리한 줄 알라’며 제재하는 것은 방송사업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극단의 사전검열이 된다.

셋째 심의규정 9조4항의 이해상충 조항도 법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방송인들이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자유롭게 보도하거나 논평하도록 하여야 한다. 박혜진 신경민 같은 방송인들이 자신의 관심사인 논쟁의 한쪽에 동의한다고 해서 그 논쟁의 대상에 법적 이해관계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이해당사자’로 몰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 법학·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 이 글은 3월 5일자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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