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생활안정 대책’, ‘고용안정 및 일자리 대책’, ‘검찰권 오남용 및 법원개혁’, ‘수사정보기관의 인권침해’ 등 국회가 정부를 상대로 꼭 따져 물어야 할 주요 과제를 의원들께서 빠뜨리지 말 것을 요청하기 위함입니다. 참여연대는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15일에는 ‘정기국회에서 따져 물어야 할 45개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비록 45개 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이번 국감에서 꼭 따져물어야 할 과제로 돈으로 시민단체를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질책해 달라는 서신을 기획재정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게 보냅니다.
이정희 의원님께 드립니다.
추석이 지나고 나니 계절의 변화가 피부로 와 닿습니다. 옛어른들이 추운 시절에 가난이 더 두드러진다고 하였는데 이제 곧 추운 계절이 닥쳐오면 누구보다 서민들의 시름이 더 깊어질 듯합니다. 물가 걱정, 하루가 다르게 뛰는 전세값 걱정….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는 이정희 의원께 이번 국감에 거는 기대 또한 큽니다.
올해 기획재정부의 2009년 예산집행지침에서 ‘불법시위에 참가한 단체들은 지원을 제한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이런 내용이 포함된 것인지 사실을 낱낱이 밝혀 주십시오.
단체들이 탈세를 하거나 조직내 폭력이 있어도 지원제한 사유가 되지 않지만 단체들이 소위 ‘불법시위’ 참가를 지원제한 사유로 명시한 것은 정부가 돈으로 여론통제 및 사상통제를 하겠다는 것이며 명백히 위헌적인 행태입니다.
이는 경찰과 지자체들이 정부에 비판적인 시위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기획재정부의 2009년 예산집행지침은 원천무효입니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는 헌법적 제한이 준수되어야 하지만 국가가 개인에게 시혜를 베풀 때는 넓은 재량이 허용되는 것은 옳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는 법적 문제의 발생이 두려워 개인이나 단체를 위한 적극적 지원을 꺼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내 구성 중 국가육성 단체 보조금 비율 상위 10곳, 한겨레 2009.5.22
하지만 그러한 재량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도출됩니다. 표현의 자유는 사상통제에 대한 거부를 천명한 헌법적 원리입니다. 그런데 사상통제는 단지 국가가 국민을 규제할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공론의 한쪽 입장만을 지원해도 사상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가 공교육을 베푼다면서 관제역사관을 따르는 교과서들만을 검정한다거나 또는 공영방송을 제공한다면서 방송심의를 통해 관제입장들만을 지원하는 경우입니다. 미국에서는 공공기관이 단체지원금이나 대회참가허락 등에 있어서 반전활동단체나 특정종교단체들을 배제하는 것은 위헌이 됩니다.
우리나라 법제상으로도 군대, 검찰, 감사원, 공교육기관과 같이 그 행정행위가 사상통제의 위험을 내포하는 기관들은 명시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의 책무가 부여되지만 나머지 기관들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가족부가 불법시위참가자들을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제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 서울시가 역시 2009년 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장애인들이 참여한 시위가 불법이라고 보조를 중단한 것은 명백히 위헌일 뿐 아니라 국제적 웃음거리입니다.
위 지침이 위헌인 또 한가지 이유는 수많은 위법행위들 중에서 오직 집시법 위반행위만을 지원제한사유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액탈세가 있었던 단체들은 지원이 제한되지 않지만 집시법 위반 단체들만 지원이 제한되는 것도 자의적인 평등권 침해입니다.
마지막으로, 헌법이 보호하는 집회를 하면 지원을 못받을 개연성이 더 높아지게 되는 꼴이 됩니다. 이는 18대 국회에 한나라당이 상정하였다가 웃음거리만 된 소위 ‘집회시위집단소송법’과 비슷합니다. 다른 활동을 하다 타인에게 불법피해를 끼치면 집단소송을 당하지 않지만 헌법이 보호하는 집회 시위를 하다 타인에게 불법피해를 끼치면 집단소송을 당할 수 있도록 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위헌적인 법안이었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활동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명백히 위헌이며 같은 이유로 2009년 예산집행지침 역시 위헌이며 무효입니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서 위헌적인 행태를 버젓이 저지르고 있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거침없이 질타하고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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