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1999년 04월 1999-04-01   632

사회운동의 언론참여 새 지평 여는 엑세스 프로그램

당신도 방송제작의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의 오스틴에서 활동 하고 있는 오스틴공동체 TV(AC TV : Austin Community Television)와 뉴욕의 ‘Paper Tiger TV’는 수용자의 참여로 이뤄지는 액세스프로그램의 전형을 보여준다. 반핵에 관한 프로그램이나 흑인과 멕시코계 미국인 프로그램, 게이, 대항문화와 아나키스트 관련 프로그램 그리고 진보적인 색채의 시사주간뉴스로 ‘Alternative Views’ 등을 방송해왔으며, 특히 ‘Alternative Views’는 1978년에서 1990년까지 기존 주류 방송에서는 배제됐던 새로운 시각들을 제시해왔다. 처음 제작되던 1978년 10월에는 이란 유학생이 초대손님으로 출연하여 이란 국왕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며 정권의 전복 가능성에 대해 토론했는가 하면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FSLN)가 소모사 독재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상황을 상세히 방송하기도 했다. 심층인터뷰에서는 텍사스출신의 진보적인 상원의원이었던 랠프 야볼로프와 인터뷰를 했고, 전 CIA간부였던 스톡웰과의 인터뷰에서는 CIA의 국내외 활동과 권력의 남용 등에 관해 토론했다. 스톡웰은 방송을 통해 CIA의 해체와 새로운 정보기구의 설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뉴욕의 ‘Paper Tiger TV’는 매우 다양한 비디오, 오디오 기법을 이용하여 상업미디어에 대한 미디어 비평을 한다. 이들은 뉴스와 미디어와의 관계, 그 배경에 있는 권력구조 등을 분석해낸다. 특히 걸프전 당시인 1990년 8월에는 ‘Deep Dish 걸프위기 TV프로젝트’를 조직해 1991년 1월에 ‘War, Oil&Power’ 등 10편의 프로그램을 방송해 ‘당시 미국내에서 유일한 평화운동의 목소리를 전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으며, 대중적으로도 인기와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수용자단체들에게 뉴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각인시켰다.

CIA 해체 주장한 시민제작 프로그램

이러한 액세스프로그램의 제작과 액세스채널 운용이라는, 수용자의 ‘화려한’ 방송접근의 시대가 우리 사회에도 활짝 열렸다.

최근 방송개혁위원회가 내놓은 방송법시안을 보면, 제85조(채널의 구성과 운용) ①항에 한국방송공사,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방송사업자와 방송문화진흥회가 설립한 방송사업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⑧항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위성방송사업자는 방송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자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의 방송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지역채널 또는 공공채널을 통해 방송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06조(시청자평가프로그램) ①항에는 주당 60분 이상의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85조는 ‘액세스프로그램’의 시작을 의미하고, 제106조는 ‘시청자평가프로그램’의 확대 및 의무편성을 뜻한다.

시청자들의 화려한 출발이다. 물론 지난 5년 남짓 걸친 통합방송법 논의과정을 들여다보면 정치권력과 방송의 묘한 함수관계를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청자의 방송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액세스공간이 화려하게 열렸지만 어떻게 출발하고, 어떻게 그 공간을 활용할 것인지 전혀 준비된 바가 없는 상황이다. 액세스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활발한 액세스프로그램의 제작을 유도하고, 방송시간 확보 등 방송사와의 업무를 풀어나갈 협의기구가 구성돼야 한다. 이는 액세스프로그램의 의미와 그 공간활용에 대해 전체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의 책임있는 고민을 모아, 각 지역별 그리고 과제별 대표성을 위임받은 기구를 말한다. 물론 방송에 대한 액세스권이 시민사회운동단체에 한정된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 FCC의 경우 명예훼손과 음란물방송을 제외한 비상업적인 내용이면 어느 누구든지 방송장비와 방송시간을 사용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도 액세스프로그램이라는 장치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데 그 의미가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제작 및 채널사용이 특정집단에게만 독점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다만 여기서 우려되는 점은, 특정 지배질서를 대변하는 세력이 액세스공간을 독점하고 지배집단의 선전의 장으로 전락시킬 가능성도 잠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액세스공간이 건강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역량이 효율적으로 집중될 필요가 있다.

진일보한 시청자 방송참여

지난 ´97년 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구성된 ‘제15대 대통령선거 TV토론위원회’(아래 토론위원회)는 사실 그 모범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당시의 토론위원회는 정치적, 경제적 중립성과 시민사회의 대표성 그리고 TV토론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갈 전문성을 일정정도 담보해내면서 대선후보들의 토론을 주도하는 임무를 무난히 수행해냈기 때문이다. 토론위원회와 비슷한 위상으로 액세스프로그램의 제작 및 방송업무를 총괄할 기구가 구성돼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런 기구는 토론위원회와 같은 한시적 기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과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역할이 주어지는 만큼 미디어수용자운동을 주요사업으로 설정한 단위가 그 중심에 서는 게 바람직하다. 이 기구는 수용자들이 제작한 액세스프로그램이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일반 수용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지상파TV와 케이블 TV 등 매체별 특성과 프로그램의 내용에 따라 일반 액세스의 범주인지, 또는 시청자평가프로그램의 영역인지, 아니면 특정 방송사의 보도행위에 대한 반론의 내용인지 파악하여 가장 적절한 방송매체와 시간대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액세스프로그램 및 채널 운용기구에 대한 감시기능을 어떻게 유지해나가

느냐의 문제이다. 이는 액세스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새롭게 구성될 기구의 역할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기존 미디어수용자운동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모니터활동을 보다 밀도있고 정교하게 수행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방송사업자가 액세스프로그램을 수용할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운용과정에 있어 특정집단에 대한 배타적 이해나 형평성의 문제는 없는지 감시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제작 역량을 어떻게 채워낼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등의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보다 많은 수용자들의 액세스권을 보장하고, 활발한 제작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반 수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액세스센터의 설립이 요구된다. 방송기자재와 제작세트의 부족 때문에 방송사의 제작역량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던 일반 독립제작사들의 지난 활동의 한계를 돌아볼 때 쉽게 확인되는 일이지만 누구든지 쉽게, 수용자의 방송접근권을 보장하는 의미에서 제작을 위한 기술적 지원과 공간적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는 액세스센터가 필요하다.

넷째, 미디어수용자운동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수용자운동단체들의 고민을 좀 더 빈틈없이 수용하고, 전문성을 강화하

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얼마전 몇몇 신문의 방송면에 방송위원회 위원장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위기라는 제하의 기사가 커다랗게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방송민주화와 개혁이 왜이리도 더디게만 진행돼야 하는가 생각해본 적이 있다. 결론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정보를 나누고 여론을 형성하는 미디어의 역할 만큼 더 중요한 기구는 없다는 데 있다. 더욱이 정보가 자본인 세상에서 그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해내는 미디어를 향한 집념을 과연 지배집단이 포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결국 언론미디어를 지켜내기 위한 시민운동영역의 역할이 더욱 높아져야 하며, 이것은 수용자운동단체들의 역량 여하에 따라 가름될 문제다.

이제 방송개혁위원회에 대한 논의를 끝으로 통합방송법 제정을 둘러싼 기나긴 줄다리기가 일단락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쉽고 안타깝지만 한 걸음의 진보를 기꺼이 받아들이자. 액세스프로그램과 액세스채널이라는 시청자들의 방송제작에의 접근권이 투명하게 열린 것은 지난 ´98년 1월 1일부터 발효된 정보공개법과 함께 미디어수용자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디딤돌을 얻었다는 점에서 사실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조정하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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