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6년 07월 2006-07-01   573

2005 인구주택총조사에 비친 어느 농부의 우울한 초상화

같은 숫자를 놓고 해석이 전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통계 분석이 이런 대상이다. 연전에 재정경제부가 우리나라 인구의 8%인데 국민소득에서는 4% 밖에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농업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같은 시기에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가 주장했는데, 두 가지 말이 동시에 성립한다면 농업에선 인구의 4%만큼 실업자를 만들어놓고 다른 쪽에서는 사회기금으로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농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인가 아니면 구조조정 대상인가에 대해서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5년마다 하는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얼마 전에 나왔다. 그런데 눈에 띌 만한 변화는 동에 거주하는 인구는 4.8%, 읍에 거주하는 인구는 5.0% 증가한 것이다. 반면 면 단위 인구는 14.3% 감소하였다. 이 얘기는 면에 거주하는 인구가 10% 이상 줄어들었고, 이 사람들이 동이나 읍으로 이사를 했다는 말이다. 도시화율이 81.5%로 높아졌다는 데서도 비슷한 경향을 읽을 수 있다. 도시화율은 읍면이 아닌 동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을 가리킨다. 5만 명 이상의 거주지를 도시로 간주하는 외국의 기준을 적용하면 90%를 훌쩍 넘어서는, 세계 최고권의 도시화율을 자랑하는 나라다. 농촌이 해체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농촌이 해체되고 있는가? 읍면지역에서 0~14세 인구는 1.5%, 15~64세 인구는 2.5% 각각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3.9% 증가했다. 이는 성인들이 이사를 가면서 아이들도 따라서 줄고 있고 노인들은 남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덜 태어나는 것인가, 혹은 부모들의 이사가 많은가라고 질문한다면, 부모들이 농촌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 선행지수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사한 사람들은 주로 어디로 가는가? 서울의 인구는 감소 중이므로 서울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주로 경기도 아니면 충청도로 갔을 텐데, 용인, 안산, 천안으로 갔을 확률이 높다. 약간의 추측으로, 농촌의 구조조정으로 면에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서울로는 못가고 수도권으로 이사를 가서 도시빈민이 되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농촌에서 용인이나 안산으로 이사가 서울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농사로 잔뼈가 굵은 막일꾼의 우울한 표정을 이 통계 속에서 읽을 수 있을까? 몇 개의 수치를 더 합쳐보면 이 농부의 말씨까지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고향은 전남(-8.8%)이거나 전북(-5.6%)일 확률이 높다.

우석훈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