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2002-08-01   2061

대관령 풍력단지를 둘러싼 논쟁 들여다보기

한국은 재생가능에너지가 에너지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8%에 불과한 재생가능에너지 불모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니슨산업과 독일 라마이어사가 강원풍력발전(주)이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1339억원을 들여 대관령에 국내 최초로 대단위 민간 상업풍력단지를 추진하는 계획이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산자부의 풍력발전 사업허가 내용에 따르면 대관령풍력단지는 기둥높이 65m, 날개직경 65m나 되는 거대한 1.5MW급 풍력발전기 66기를 설치하여 발전용량 99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계획이다. 이는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의 약 0.2%에 해당한다. 1단계로 19기(28.5MW)는 2002년 11월부터 토목공사 착공에 들어가 2004년 7월부터 상업운전이 시작되며 나머지 47기(70.5MW)는 2005년 1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런 풍력발전 사업허가는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되기 때문에 대관령 풍력단지 사업은 발전기의 기종이나 위치는 변경될 수 있지만 단지 규모와 일정은 일단 확정된 셈이다. 백두대간 보전을 이유로 여러 환경단체들이 초기에 알려진 대관령 풍력단지 계획의 철회 혹은 대폭 수정을 사업자측에 요구했지만 강원풍력발전(주)은 풍력발전기 기종을 초대형으로 변경하여 숫자를 줄이고 1단계 사업의 규모를 줄이는 유연성을 보이면서도 경제성을 이유로 전체 발전용량은 원안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여 사업허가를 받았다. 이 풍력단지가 조성되면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4만 5천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연간 190,000MWh의 전력이 생산될 예정이다. 최근 정부도 관련법을 개정하여 올 9월부터 풍력발전 전력은 독일과 비슷한 수준인 107.66원/kWh에 우선 구매될 예정이어서 대관령 풍력단지 사업의 채산성은 확보된 상태이다.

대관령 목장지대는 양질의 바람, 광활한 초지, 좋은 도로 여건 등 대상지의 입지 조건만 보면 국내에서 손꼽히는 풍력단지 후보지이다. 하지만 대관령 풍력단지 대상지가 매우 우수한 식생으로

둘러싸여 있고 백두대간 주능선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계 복원도 고려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사업이 대상지 주변 생태계를 파괴하고 백두대간 보전의 상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나왔다. 백두대간 보전협의회를 준비하는 백두대간보전회, 주흘산대책위원회, 야생동물연합,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지리산생태보전회, 불교환경연대 등 백두대간 보전운동을 하는 단체들은 백두대간을 민족혼의 상징이자 국토 관리의 근간이며 자연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들은 백두대간 주능선 주변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지면 생태계가 단절되고 수질이 나빠질 수 있으며 추가로 관광위락단지가 개발될 우려 등을 들어 지난 4월 14일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이들은 6월 12일 산자부가 이 사업에 대해 풍력발전 사업허가를 낸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아마도 이들 단체들은 대관령 풍력단지 반대가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의 대안인 풍력발전의 새싹을 짓밟는

꼴이 될까 봐 아직까지 적극적인 반대 활동에는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대관령이 아닌 다른 곳에 풍력단지를 조성할 것을 대안으로 말했지만 어디가 대체 부지로 좋을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대관령 풍력단지 사업이 삼림을 대규모로 벌채하거나 희귀 생물종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등 생태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면 사업 자체를 재고해야 하지만 실질적인 환경영향이 크지 않거나 그것을 줄일 수 있다면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이 대관령 목장지대는 대상지의 입지 조건상 국내에서 손꼽히는 풍력단지 후보지이다. 이 지역은 연평균 풍속이 7.5∼8m/s으로 국내 최초의 풍력단지인 제주 행원 지역보다도 우수하다. 풍력발전이 가능한 대부분의 산악지대가 숲으로 뒤덮여 있는데 비해 이 지역은 오랫동안 목초지가 조성되어 있어 산림 훼손이나 생태계 파괴도 다른 산악지역에 비하면 현저히 적을 것이다. 특히 산악지역에 풍력단지를 조성할 경우 공사용 도로를 내면서 생태계 파괴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 지역은 목장지대 내 기존 도로를 활용할 수 있어 작업 환경도 유리하다.

물론 대관령 풍력단지를 조성하면 주변 생태계에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된다고 해서 백두대간의 생태축이 손상된다고 볼 수는 없다. 공사 기

간 중에 어느 정도 환경영향이 발생하지만 야생동물의 이동, 희귀 식물종의 서식, 수맥의 흐름 등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풍력발전기는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풍력단지가 들어서도 야생동물이나 식물의 서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설령 풍력단지 조성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발생시킨다 하더라도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처럼 환경에 비가역적인 손상을 주는 대신 회복가능한 흔적을 남기는 정도라면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은 에너지시스템 전환을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차선책이다. 이렇게 풍력자원, 지형조건, 작업 환경 등 여러 면에서 내륙 풍력단지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대관령 목장지대에 백두대간 주변이라는 이유로 풍력단지를 조성할 수 없다면 결국 국내에서 내륙지역 풍력단지 조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백두대간 보전을 이유로 대관령이 아닌 다른 곳에서 풍력단지 부지를 찾아보라는 주장도 있지만 국내 산지에서 대관령 지역을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 적지를 찾기 어렵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전환에 대해서 적극 동의한다는 녹색연합은 여러 가지 단서를 덧붙여서 산림형질 변경 제한구역 300m 밖에 풍력단지를 조성한다면 이 계획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백두대간 보전운동을 하는 일부 단체들도 이런 입장엔 동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백두대간 주능선을 어느 정도 벗어나면 사실상 대관령 풍력단지는 조성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풍력단지의 입지는 바람이 가장 중요하다. 주능선에서 200∼300m 벗어나면 고도가 낮아지면서 풍력도 감소한다. 평균 풍속이 2-3m만 떨어져도 풍력에너지밀도는 40-50%까지 감소하

여 풍력발전의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주능선 300m 밖에서만 풍력발전기를 세워야 된다면 대관령에 풍력단지를 조성할 수 없다.

만약 경제성을 무시하고 주능선 300m 밖에서만 풍력발전기를 세운다면 오히려 환경 훼손은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주능선을 많이 벗어난 경사지에 발전기를 세우려면 성토·절토 공사가 커지고 기존 목장내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작업도로를 내려면 지형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관령 풍력단지 사업은 꽤나 규모가 큰 공사이다. 1998년부터 연차적으로 조성하는 국내 최초의 행원풍력단지도 2001년까지 설비용량이 겨우 5.5MW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계획 중인 대관령 풍력단지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계획을 변경하여 우선 10MW 미만의 풍력단지를 조성하면서 여러 가지 경제적, 기술적, 환경적 문제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경험을 쌓은 후 순차적으로 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10년이상 전기를 팔아서 회수해야 하는 강원풍력발전(주)의 입장에선 제삼자보다 더욱 기술적 신뢰성을 중시하겠지만 국내 사정에 밝은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관령의 풍부한 풍력자원을 강원풍력발전이 사실상 독점하는 지금 계획안은 공공자원인 풍력자원에 대한 다른 주체들의 이용가능성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현재 대관령 풍력

단지가 계획 중인 목장용지는 축산 부국을 위한 산지 이용 명목으로 3공화국 당시 특혜적으로 민간 기업에게 영구 임대한 것으로 축산용 초지로 이용하지 않을 경우 국가에 토지를 반납해야 한

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삼양목장, 한일목장에서 키우는 가축이 크게 줄어 초지가 남아돌면서 이미 토지 반납이 추진 중이다. 결과적으로 국유지를 임차해서 풍력단지를 조성해야 하는 셈인데

강원풍력발전이 대규모도 풍력단지 부지를 선점해 버리면 차후에 다른 민간기업이나 지자체가 이 지역의 풍력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대안으로 대관령 풍력자원 이용의 기회를 다른 주체들에게도 열어두거나 비록 민간기업이지만 강원풍력발전의 공공적 성격을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사업자는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반드시 수립해야 할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나온 의견에 따라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한편 대관령 풍력단지가 조성되면 대상지 주변에 관광개발이 속속 추진되어 결국 주변 생태계까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것은 대관령 풍력단지 사업과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환경단체들이 강원도와 평창군이 목장지대에 관광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약속을 받아야 할 것이다.

대관령 풍력단지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모든 바닷가와 산과 구릉과 연안을 풍력발전기가 뒤덮는 광경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풍력발전 같은 재생가능에너지가 에너지원 고갈과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재와 같이 에너지를 펑펑 쓰는 경제구조와 생활양식이 유지되는 한 재생가능에너지 이용도 또 다른 자연파괴, 환경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산자부가 대관령 사업에 대해 풍력발전 사업허가를 내 주었고 반대하는 단체들이 공사를 물리력으로 막지 않는 한 대관령 풍력단지는 세워질 것이다. 이대로 가면 결국 대관령 풍력단지가 백두대간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비난받을지, 재생가능에너지를 촉진하는 모범적인 원동력으로 빛날지 그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대관령 풍력단지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던 환경단체들이 아니라 바로 강원풍력발전(주)이 될 것이다. 사업자가 이익을 우선시하다 보면 환경파괴가 크지 않을 풍력단지 개발도 대관령 주변 생태계에 예기치 않은 손상을 줄 수 있는 반면 세심하게 환경영향을 최소화한다면 풍력단지를 반대하던 환경론자들조차 대관령 풍력단지의 완공식에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업자가 시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풍력발전 사업을 한다면 대관령 풍력단지는 풍력발전 확대의 방아쇠가 아니라 풍력발전 확대의 걸림돌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업자는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을 투명하게 이행하기 위해서 민간감시기구의 구성과 활동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리고 환경단체들은 대관령 풍력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민간감시기구를 적극적으로 구성하여 지속적이고 합리적으로 이 사업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비판, 감시하는 활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경우 백두대간 보전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계속 대관령 풍력단지를 반대한다면 심각한 마찰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사업자와 환경단체 간의 갈등 뿐 아니라 에너지대안센터처

럼 대관령 풍력단지를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단체와 백두대간 보전을 이유로 대관령 풍력단지를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단체간에도 뜨거운 논쟁이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마찰과 갈등이 합리적으로 전개되기만 한다면, 그 엄청난 충돌 에너지들은 우리 사회 환경담론의 깊이를 더하고 폭을 넓히는 한편 결국 재생가능에너지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가 보다 성숙된 사회적 토양 위에서 더 많이, 더 빨리 확대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이상훈 |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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