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겨레 안수찬 기자와의 간담회 후기입니다.
참여연대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인턴들의 화끈한 여름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세번째 이야기]
‘세상을 디테일하게 보라’
– 안수찬 기자와의 만남 후기
6기 인턴 장광연
“마트의 매출 시스템을 알게 되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마트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주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마트에 입점한 점포 사장들의 처지에 마음이 쓰였다. 마트의 모든 점포는 매출의 20%를 ‘자릿세’ 몫으로 마트 본사에 지불한다. 마트는 동일 품목을 다루는 복수의 점포를 입점시켜 서로 경쟁시킨다. 대형마트는 동네 슈퍼를 먹어 삼켰다. 그렇게 등장한 대형 마트끼리 다시 무한 경쟁했다. 생존을 위한 체력을 비축하려고 대형 마트는 입점한 자영업자의 손실을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부추겼다. 자영업자의 손실은 마트 노동자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마트 노동은 ‘먹이사슬 노동’이었다.”
책 <4천원인생>을 읽으면서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은 부분이다. 가장 많은 고민을 남겨준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은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등이 그 주제지만 나는 여기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노동자의 실존에는 공감하지만 영세사업자의 실존엔 공감하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편협해보였다. 책에서는 조금 더 나아가 영세사업자에게 공감의 눈길을 보내고 마트를 비판했다. 하지만 나는 그마저도 회의적이다. 갑작스레 SSM을 규제한다고 치자. ‘그럼 그 안의 화이트프롤레타리아의 운명은 어찌할 것인가?’하는 또 다른 실존의 문제가 남는다.
6월 30일 참여연대 3층 중회의실, <4천원인생>의 저자 안수찬 기자와의 간담회가 있었다. 주제는 청년노동이었다. 우리 인턴들은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민주, 정의 등의 거대담론부터 ‘어느 마트에서 일했느냐?’하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꽤나 현학적이고 원론적인 질문에도는 그는 기자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응해주었다. 이에 나 또한 안수찬 기자에게 물었다.

“안수찬 기자가 언급하듯 노동의 문제를 단순히 소사장과 불안정 노동자의 관계로 도식화하고 싶지 않다. 선악구조는 너무 편협한 생각이다. 예를 들어 SSM안의 정육점 노동자의 문제가 단순히 정육점사장을 규탄한다고 달라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SSM을 규제해도 그에 따른 화이트프롤레타리아, 더 나아가 SSM지점장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된다. 실존의 상황에선 모두 피해자다. 그럼 작금의 문제의 원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결국 구조의 문제다. 그럼 도대체 구조속의 개인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 내 개인적인 생각은 연대고, 그 방법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
그가 대답했다.
“실존 앞에선 모두 피해자라고 당신이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실존 앞에서 교육이 가능할지 생각해보라. 당장 최저임금을 밑도는 월급을 받아도 감사해하는 노동자에게 ‘착취’라는 의식화가 가능할지 고민해보라. 모두 마찬가지다. 대신 모든 실존들에게 공감을 표하더라도 타인의 불행으로 자신의 행복을 얻는 이들을 비판하는 정도로 생각해보라. 그리고 간담회가 계속 거대담론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원론주의적인 모습은 현실의 무기력함만을 느끼게 할 것이다. 현실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고민해보라.”
그의 직업이 기자여서 그런지, 책이나 교수들의 답과는 조금 달랐다. ‘세상을 디테일하게 보라.’ 기자다운 답이었다. 신선했다. 안수찬 기자와의 간담회는 해답을 찾는 시간은 아니었다.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거시적으로는 ‘실존과 구조의 대립사이에서 과연 어떠한 포지셔닝을 취해야 하는가?’, ‘실존과 구조, 이를 양시론적으로 접근하면 과연 변증법적 역사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고민을,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도처의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 노동자를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당장 식당의 여성노동자를 위해 내가 식당에 갔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열악한 노동의 결과인 낮은 가격의 돼지고기, 가구들, 맛있는 숯불갈비를 소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공정무역의 결과 개도국의 노동자의 삶이 더욱 피폐해 질 수 있는 논리를 한국노동시장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지?’ 라는 고민을 남겨주었다.
나에게 정답보단 질문을 남겨준 그. 때론 정답보단 질문이 절실할 때가 있다. 그래, 한번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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