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0-08-02   2259

[인턴후기] 5.18 화려하지 못한 휴가



이 글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는 올해 ‘나에게 오월, 문화코드로 읽는 비극서사’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고 ‘화려한휴가’를 본 후기입니다. 
참여연대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인턴들의 화끈한 여름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여섯번째 이야기]

5.18 화려하지 못한 휴가
– ‘나에게 오월, 문화코드로 읽는 비극서사’ 강연 후기
 


6기 인턴 조항영




1학기 때 ‘미국과 대중문화’라는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객관화된 시각을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기, 다른 세대를 들여다보기와 내어보기 등 일련의 역사적 사건과 현상들을 바라볼 때 다양한 시각을 가지도록 요구하셨다. 처음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는 수업이라서 그 수업을 신청하게 되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이 가진 독특한 의견에 감탄도하고, 어떻게 하면 교수님과 같은 사고과정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도 했다. 수업이름이 미국과 대중문화여서 마치 이 수업이 오로지 미국에 대한 여러 가지를 배우는 수업인줄 알았다. 하지만 미국의 문화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에 있어서 대학생들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봐야 할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셨다. 그런 일련의 역사적 사건 중에 가장 흥미롭게(?) 들은 사건이 바로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었다. 그 당시 1주일 정도를 할애해서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고, 수업과 관련해선 ‘박하사탕’을 보았다. 영화를 다 보고 교수님은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우리가 여태껏 그 과정에서 죽은 많은 사람들에 대한 불쌍하고 애틋한 감정과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비극이라는 생각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살아서 남아있는 사람들 혹은 박하사탕의 설경구처럼 그 시위를 진압하는 군인의 상처도 보듬어 줄 사회적인 포용을 보여줘야 하는 때라고 하셨다.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그 때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부분과 영화가 딱 들어맞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날 나는 화려한 휴가를 느티나무 홀에서 처음 봤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줄거리는 쓰지 않겠다. 이미 다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나올랑 말랑했는데, 나오지는 않았다. 분명 영화이기에, 현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기에 그 때 당시보다는 덜 했을 것이란 전제를 했다. 그래도 슬프고, 안타까운 것은 왜일까?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온몸을 휘감고, 우울한 전율이 느껴지는 이유는 왜 그랬을까? 국가가 국민에게 행한 종합적인 폭행의 결과들로 인해 지금 죽지 못해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매년 5월 18일마다 그들은 1년 동안 묻어두었던 상처를 하나씩 끌어내 다시 난도질 당해야 하는 운명이다. 묵은지도 2년을 넘긴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기껏해야 상처를 1년 밖에 묵히지 못한다. 아마 그들이, 5.18 세대들이 죽기까지 심리적인 고통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나는 5.18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다. 매년 5월만 되면, 어린이날 때문에 기분이 좋고, 어버이날 때문에 가족이 모여서 회식하고, 부처님 오신 날이 18일보다 일찍이면 기분이 좋아짐은 극에 달한다(더욱이 금요일이나 월요일이면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다). 하지만 이런 기분도 18일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진다. 그냥 가슴 한 켠이 묵묵해진다. 답답하고, 미안하고, 죄송스럽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마치 죄를 진 것 같다. 많은 희생자들 때문에 우리가 그래도 그 때보다는 좀 더 나은 민주적인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생각을 한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도처에 비민주적인 절차와 권력의 남용과 오용 그리고 행태들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5월 18일만 되면 내가 그냥 답답해지고 가슴이 아려오는 이유를 화려한 휴가를 보고 강의를 들은 이후로 쭉 생각을 해왔다. 어렸을 적부터 언론이, 뉴스가, 교과서가, 선생님이 그 날은 그래야 한다고 강요한 것 같다. 좀 더 다채로운 해석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우리는 5.18 정신을 계승하고…그 5.18 세대들의 숭고한 희생을 생각해야 한다는 그런 판에 박힌 말들만 들어왔을 뿐이었다.


모두 다 이런 식으로 5.18을 이야기하고 마무리한다. 그날 영화를 보고 ‘나에게 오월, 문화코드로 읽는 비극서사’라는 강의를 들었는데, 교수님의 강의 스타일이 정말 맘에 들었다.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5.18에 대한 다양한 컨텐츠의 개발과 문화적 다양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대안의 제시와 함께 더 이상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습관을 끊어야 한다는 말씀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정치적 쟁점이 되기보단, 5.18이 아닌 세대들도 어른들과 함께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하기 위해선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어린 세대들이 다가가기 용이한 방법으로 5.18에 대한 콘텐츠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10년 안에 5.18이 나와 내 부모, 그리고 내 자식이 동시에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더욱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상처도 보듬어 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회로 성숙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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