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6-15   2574

[칼럼] 누가 눔프현상을 말하는가?

 

누가 눔프현상을 말하는가?

이재완 |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4월 2일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주평에 ‘복지의식의 이중성과 눔프현상’에 대한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즉, “우리 나라 국민들이 복지서비스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복지재원의 조달 있어서는 부정적이다” 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복지비용부담과 관련하여 “나의 비용부담은 가장 적게 그리고 가장 나중에 하겠다”는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현상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의식의 이중성을 지적하면서 무상공약에 대한 찬성비율이 64.4%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복지공약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 65.6%가 공감한다는 응답이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의 의도가 어디에 있고 무엇 때문에 이루어졌는지 몰라도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결과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국민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태도와 의식을 눔프현상으로 규정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즉, 눔프현상이라는 조속한 진단보다는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 대한 규명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눔프현상 또는 도덕적 해이라는 현실규정은 자칫 고소득층의 감세와 탈세, 정부의 재정낭비 등의 문제를 희석시킬 수 있다. 국민들이 사회복지에 필요한 세율인상이나 부담확대에 대하여 반대한다고 하는 것이 과연 현실을 반영한 과학적인 조사결과인가 하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논의가 가져오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보다 심도 높은 고려가 필요하다. 정말 국민들이 사회복지확대를 위한 세금인상에 반대하는 것인가? 지난 한겨례 22돌 창간특집에서 발표된 2010년 복지의식조사에서 성장보다 복지를 원하는 국민이 더 늘었다는 보고가 있다. 즉, 2004년 복지의식조사에서는 “성장보다 복지를 원하는 국민이 30%였는데, 2010년에는 48%로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동안 경제위기 등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 복지의식은 크게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사회복지확대를 위해 세금확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세금인상여부에 대해 2004년도 조사에서는 42.9%가 세금을 낮추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지만 2010년도에는 26.7%가 응답해 크게 낮아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친복지의식이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밀한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정치권의 부분별한 복지공약에 대해서 복지포퓰리즘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복지공약은 복지정책의 의제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즉, 현실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 방안이며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교하게 정책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부족한 것에 대한 지적은 일면 타당하나 복지공약 그 자체에 대해서 복지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것은 국민복지의식과 현실문제에 대한 논의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복지에 대한 반동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구의 복지국가발전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복지국가는 특정 계급이나 계층의 전리품이 아니며 복지국가 건설의 주역은 좌파와 우파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정권획득을 목표로 하는 정당은 다양한 복지정책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단순히 몇 개의 사회보장정책의 조합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국가운영의 철학과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고 운영전략에 대한 고민에서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사회보장제도, 조세제도, 교육, 노동, 정치체제 등 국가체제를 구성하는 전체적인 체계와 함께 논의되는 것이다. 몇 개의 복지정책 또는 프로그램에 대한 제기를 복지포퓰리즘으로 몰고가는 것은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를 지엽적인 문제로 격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칠게 만들어진 여론조사 수준의 복지의식조사를 가지고 성급하게 “복지의 이중성과 눔프현상”으로 규정짓는 것 자체가 이에 대한 또 다른 허위의식을 조장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복지의식의 이중성과 눔프현상이 발견된다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오히려 확실하지 않은 현상에 매몰되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우선 눔프현상이 있다면, 조사결과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확산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실질적으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국민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 국민들이 “자신이 낸 세금은 복지로 돌려받을 수 있다”라는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효과가 중산층으로 확대될 때 복지국가 재원마련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맛을 먼저 보여주고 그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이루어진 우리 나라 복지수준에 대한 연구들을 조금만 살펴보아도 우리의 경제력 수준에 비해 복지수준이 복지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세부담율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형식적 수준에서 복지국가의 틀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과연 정부의 사회복지에 대한 철학과 방향 그리고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사회보험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빈곤층에 대해서는 한층 더 자격조건을 강화하며, 사회복지서비스는 이미 시장화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주머니를 열겠는가? 정말 믿을 것은 자신밖에 없는 슬픈 현실에 대해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이며 어떤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웃이나 공동체의 행복을 위한다는 것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복지를 위하는 것으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세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와 정부의 고장난 신뢰시계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구성원 모두가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거짓과 위선 그리고 불신의 그림자를 거두어 내는 정부의 노력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나를 위해서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 내주머니를 기꺼이 비워내도 결국 국가는 나를 책임질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용할 복지재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편, “각종 토건예산(4대강 사업 등) 등이 방만하고 부실하게 지출되었다”라는 최근 보도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결국 이러한 사실은 눔프현상의 원인과 현상이 어디에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 조사의 한계를 내재하고 발표되는 각종 조사결과가 자칫 사실과는 다르게 표피만을 가지고 오히려 잘못된 진단 결과를 과대 증폭시킬 수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현재의 복지논쟁과 국가복지정책의 수준을 국민의 책임과 몫으로 넘기는 것은 현대 복지국가의 책무와 역할에 대한 인식의 박약이며 국가 자존심의 상처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6월호(제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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