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차이나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대외개방과 외자유치, 서해안 우선 개발 등으로 중국은 지난 30년 간 연평균 10%에 가까운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였고 그 결과 세계 제2의 경제규모, 최대 상품 수출국, 제2의 수입국, 제2의 해외직접투자 유치국, 최대 제조업 생산기지, 최대 외환보유국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고도성장은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국내외의 한계에 부딪혔다. 중국은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와 위앤화의 절상으로 인한 수출의 한계, 그리고 내부의 불평등을 동시에 타개하기 위해 수출주도 성장 전략을 내수 위주로 바꾼다고 여러 번 밝혔다. 이제 세계 경제는 중국이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모습을 취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새로운 경제 정책 기조는?
11월 9일에서 12일까지 열렸던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막을 내렸다. 통상 3중전회의 결과는 대략 5천 자 정도의 간략하고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정리한다. 1978년 11차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이 천명되었듯이 굵직굵직한 정책 전환은 3중전회에서 발표되었다. G2로 급속히 부상한 중국을 이끌 시진핑 체제의 정책 기조는 과연 무엇인가?
이번 3중전회는 3대 개혁을 내세웠다. 사람人改, 토지土改, 금융金改의 ‘대내 개방형 개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람, 땅(자연), 돈은 곧 폴라니의 ‘허구의 상품’이다. 폴라니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되는 대상을 상품화한 것이 자본주의이고 이 때문에 1929년 대공황이 발생했다고 설파했다. 물론 이 주장은 현재의 위기에도 적용된다. 1980년대 이래의 노동시장 유연화, 부동산 거품, 그리고 금융화가 바로 신자유주의 경제의 핵심이고 그 결과가 2008년 이래의 장기침체기 때문이다.
사람, 자연, 돈(자본)을 시장 제도에 끌어 들이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다른 모습을 그릴 수 있을까? 공산당의 공식 목표인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에서 ‘사회주의적’이란 표현은 어떤 제도로 구체화될 것인가? 하지만 12일의 공보, 그리고 16일의 전문(“전면적 개혁 심화에 관한 몇몇 중요한 문제에 대한 중국 공산당 중앙의 결정”)으로 공개된 시진핑 개혁은 주류경제학의 처방에서 그리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개혁의 큰 방향은 시장체제를 확립하는 것이고(시장이 자원배분에서 하는 역할을 과거에는 ‘기본적’이라고 표현한 것에 비해 이번 발표에서는 ‘결정적’이라는 낱말을 썼다) 이에 따라 정부의 역할을 조정하며(미시적 개입의 축소) 기업체제도 혁신하는 것이다.
공산당의 줄타기, 어디까지 가능할까
하지만 발표문 자체는 중국 내의 좌파와 우파, 또는 해외 투자자들 어느 쪽도 환성을 올릴만한 것이 아니었다. 예컨대 국유기업 개혁 분야에서는 ‘비국유자본’, 즉 민간자본의 참여를 허용하고 2020년까지 국유기업의 수익 중 30%를 ‘사회적 배당’(정부 재정 귀속분으로 과거에는 15%였다)으로 돌려 사회복지에 사용한다는 정도가 주목할만하다. 여기에는 당내의 이른바 ‘신좌파’의 입김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물과 에너지, 교통 등 과거에 필수적 사회서비스 부문이라고 분류했던 국유 부문의 독점을 완화하고 금융의 대외 개방, 위앤화 시장의 형성, 금리 자유화, 민간자본의 중소은행 설립 자유화를 명시한 것은 시장과 경쟁의 강화에 틀림없다. 3중전회 이전에 상하이를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한 것도 개방과 규제완화의 가속화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집체토지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농민의 재산권을 강화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정책이다. ‘비공유경제의 활력과 창조력을 이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물론 국유경제의 통제력과 영향력을 강화시킨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회 분야에서는 33년 만에 두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했고, 호적(후코우)제도를 개혁하며 사형 기준의 엄격화, 노동교화소의 폐지 등 사법제도의 중앙집권화를 통한 인권 및 노동권의 개선도 약속했다. 이런 정책들은 토지시장 도입과 더불어 지방정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공산당은 이데올로기 통제를 강화해서 당내외의 좌우파를 견제했다. 하지만 실제의 경제사회 정책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중국은 덩샤오핑 식의 발전 모델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여 이론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절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차라리 현명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금융의 전면적 개방과 자유화가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중국의 신중한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공산당이 좌우를 제압하면서 국제적 문제까지 조정하는 줄타기에 성공할 것인가? 당장 현재의 지방정부의 채무나 국유기업 부실화는 현재 공산당의 통제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의 총수요를 유지하고 새로운 국제경제 체제를 수립하며 동시에 새로운 가치와 사회 모델을 제시하는 것까지 공산당 혼자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일 것이다. 이번 3중전회 발표에서 이런 조짐까지 찾으려 한 건 역시 나만의 과욕이었을까?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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