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30주년 선언문

참여와 연대만이 희망입니다

참여연대는 1994년 시대 전환기 한복판에서 창립의 깃발을 세웠습니다. 우리는 당시 선언했던 사명과 다짐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분투해 왔습니다. 권력을 감시하는 시민의 파수꾼이자, 권리를 옹호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의 대변자, 고통받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동반자, 그리고 참여와 연대의 징검다리로서의 역할을 자임해왔고 여러 유무형의 성과도 남겼습니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해 부단히 싸웠고, 권력에 대한 시민의 통제를 강화했으며, 민주주의와 참여가 우리의 삶 곳곳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30년간 더디지만 진보해왔습니다. 사회 전반에 민주주의 수준이 높아졌고, 우리가 열망했던 많은 개혁과제가 실현되기도 했습니다. 절대적 빈곤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사회 안전망과 틀이 갖춰졌습니다. 시민사회운동은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보편적인 기본권 확장을 넘어, 다양한 주체와 지역, 부문으로 뻗어나가며 더 풍성해졌습니다. 시민과 함께 이뤄낸 변화는 우리의 자부심입니다.

그러나 부단한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평안해지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나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하고 공공성에 기반한 사회안전망이나 돌봄의 가치가 외면받는 동안, 부동산 등에 의한 자산축적이 불평등한 사회를 탈출할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부의 대물림이 더 공고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사회적 참사와 재난을 일상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윤과 효율이 안전보다 우선시됩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도생과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경쟁사회에서 살아갈 것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저출생·고령화·지역격차 앞에서 사회의 지속가능성 자체를 우려해야 하는 현실도 무겁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허약하고, 책임지지 않으며, 유권자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권력기관은 여전히 무소불위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가는 시민사회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를 장악하고 통제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금 지구의 인류와 비인간존재 모두는 큰 위기에 직면해있습니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군사주의와 패권주의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불길이 치솟고 동아시아에서도 전쟁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냉전의 유산인 분단 정전 체제를 해소하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갈 전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가 다시금 국제적인 핵군비경쟁과 무력충돌의 전장이 될 위험도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다른 축엔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전지구적 변동이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습니다. 기후위기는 대량 멸종을 부르고 인류의 생존에도 큰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의 최일선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를 비롯해 인류의 생활방식 전반의 시급한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저성장에 빠져들고 있는 세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기술의 진보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불안정한 노동을 확대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불러오는 역설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래된 문제들과 새로운 문제들이 뒤엉켜 삶을 위협하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는 불안한 전환기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참여연대는 이 복합위기에 책임이 있는 정치·경제·안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더욱 촘촘하게 감시하고 견제하겠습니다.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이 불러오는 새로운 위험과 도전에 맞서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더 다양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민주사회,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돌봄의 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변화의 열쇠는 참여와 연대입니다. 시민의 참여와 연대만이 후퇴하는 민주주의와 무너지는 삶을 다시 일으킬 희망입니다. 우리 모두와 지구 모든 존재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지 않으면 위기를 해결할 수도, 진정한 전환을 이룰 수도 없습니다. 시민의 참여로 더 나은 사회로 향하는 길을 열겠습니다. 서로를 연결하고 보살피는 연대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만들겠습니다.

30년 전 시민의 힘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모인 304명, 그들의 헌신과 노력이 이어져 1만 7천 명의 회원들이 이 날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참여연대는 우리가 꿈꿔온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이 활동할 것을 함께 선언합니다.

  •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문제, 시민들이 공감하는 삶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활동하겠습니다.
  • 시민참여와 연대를 모든 활동의 중심에 두겠습니다.
  • 시민의 삶을 위협하고 권리를 잠식하며 주권자 위에 군림하는 정치·경제권력을 더 철저히 감시하겠습니다.
  •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하고 국가의 책임 이행을 촉구하겠습니다.
  •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과 권리침해를 막아내고 시민의 통제권을 보장하기 위해 활동하겠습니다.
  • 사회 안전망을 두텁게하고 돌봄이 기본권으로서 보장되는 돌봄사회를 만들겠습니다.
  • 자산 불평등 심화를 해소하고, 주거공공성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 불안정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전쟁과 재난의 위협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더 활발히 행동하고 연대하겠습니다.
  •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더 힘을 싣겠습니다.
  • 청년, 여성,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확장하는 활동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 회원의 회비로 재정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 활동가들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역량 증진을 위해 투자하겠습니다.
  • 시민사회 내 연대와 협력의 강화와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위해 책임과 몫을 다 하겠습니다.

2024. 9. 10. 참여연대 회원 일동

참여연대 30주년 창립기념식 단체사진
2024. 9. 10. 참여연대 창립 30주년 기념식 <사진 참여연대 ⓒ박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