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07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여 앞두고, 네티즌들의 후보자 관련 글에 대한 선거법위반 과잉단속이 심해졌다. 11월 12일 서울시선관위 건물 벽에 네티즌의 호소문을 붙이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
┃ 배경과 문제의식 ┃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성숙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직선거법은 규제 중심이고 유권자들의 참여와 선거운동을 사사건건 막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정당과 후보자들 중심이며, 유권자들은 들러리일 뿐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보다 쉽고 보다 빠르게 정치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유권자들의 참여를 막고 있었다.
지난 2007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 UCC물 운용기준을 발표하고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적용하여 광범위한 단속에 들어갔다. 이 결과 9만 여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삭제되고 수많은 네티즌들이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이 선관위의 해석이었다.
공직선거법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의 1항은 다음과 같다. “①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이 조항에 따라 유권자들은 선거일 180일전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인터넷이나 기사 댓글로 쓰거나 벽보를 붙이거나 인쇄물로 게시할 수 없었다. 선거는 정당과 후보자만 독점하는 전유물이었던 것이다. 참여연대는 인터넷을 비롯하여 유권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 했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는 유권자의 표현과 정치참여에 대한 규제에 반대하는 활동을 2000년부터 지속해왔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00총선시민연대 활동이다.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은 단체의 선거운동을 막고 있는 공직선거법 87조에 대한 불복종운동이었고, 결국 관련 조항은 개정되었다. 그 뒤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따른 인터넷 단속은 2007년부터 선관위 지침에 의해 본격화되었고,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바꾸기 위한 참여연대의 활동도 이때부터 본격화되었다.
2007년 7월 참여연대는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6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선거UCC지침의 폐기와 선거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9월 4일에는 6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네티즌 192명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18대 대선과정에서 선관위와 경찰의 네티즌 과잉단속을 항의하고, 삭제된 UCC 전시 게시판을 열기도 했다. 2008년 1월에는 31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직선거법 3대 독소조항(공직선거법 82조6, 93조1, 251조) 폐지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2010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참여연대는 2010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트위터의 선거법 규제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발송하는 등 선거법 개정운동을 지속했다.
2011년 4월 참여연대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와 선거법 개정방향’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6월에는 52개 단체들과 함께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준)’(유자넷)를 결성하고 ‘유권자 선거 자유 캠페인’을 시작했다. ‘2000-2010 유권자 수난사’ 이슈리포트 발간하고 10월에는 보궐선거에 맞춰 유자넷 법률지원단을 결성했으며, 선거법 피해신고센터 개설하고, 선거법 개정 UCC를 제작하는 등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였다. 유권자자유네트워크(준)는 유권자의 정치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김부겸 국회의원 소개로 입법 청원하고, 긴급 토크쇼 ‘SNS 단속 이대로 괜찮은가? – 페북, 트위터 단속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위해 선거법 개정을 요구한다!’ SNS 이용자 1천인 <유권자 1~2차 선언>을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12월 유자넷은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일명 ‘유권자 자유법’)>을 국회의원들과의 개정협의를 거쳐 발의(대표발의 김부겸 의원)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유권자의 자유를 확장하려는 노력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12월 29일 재판관 6(위헌) : 2(합헌)의 의견으로,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및 제255조 제2항 제5호 중 제93조 제1항의 각 ‘기타 이와 유사한 것’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이 나왔지만 국회의 법률개정이 남아 있었다. 2012년 1~2월 유권자자유네트워크는 국회 정개특위를 모니터하고 ‘시민로비단’을 만들어 공직선거법 개정운동에 집중하였다. 2012년 2월 27일 마침내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SNS 선거운동 상시허용(선거당일 제외)’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7년 이후 네티즌과 제 시민단체가 인터넷 UCC단속에 항의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5년간 지속되었던 ‘유권자권리찾기’ 운동의 소중한 결실이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회 법개정으로 온라인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한 단계 진전되었지만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와 경찰이 ‘4대강 반대, 무상급식 추진’ 정책 캠페인을 단속하며 사용했던 독소조항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으며, 2016년 유권자 캠페인을 진행한 시민단체에 대한 부당한 탄압으로 이어졌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2016총선시민네트워크(2016총선넷)’를 결성해 ‘최악의 후보 Worst 10’을 선정,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고 공천된 문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옥외 낙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대상은 ‘용산참사’의 책임이 있는 김석기 전 경찰청장,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했던 김무성 국회의원, 친환경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오세훈 국회의원 등이었다. 2016총선넷은 문서 및 도화에 후보자 이름이나 정당명을 적시하면 안 된다는 선거법 규정에 따라, 정당 및 후보자 이름을 통째로 삭제한 ‘구멍 뚫린 피켓’을 사용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실정법을 준수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피켓에는 후보자 이름이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언론보도에는 후보자의 이름과 얼굴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선관위의 고발이 시작되었고, 6월 16일 경찰은 2016총선넷 사무공간으로 사용한 참여연대 사무실을 비롯해 활동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4명이던 수사 대상은 22명으로 늘어났고, 검찰은 단체 활동가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 법원도 벌금형 등의 유죄를 선고했다.
정당한 유권자 표현을 과도하게 옥죄어온 선거법의 위헌성을 확인하기 위해 참여연대는 또다시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2018년 8월, 유죄판결을 받은 2016총선넷 활동가 22명은 선거법 90조 1항 등 4개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동시에 구시대적 선거법으로 인한 유권자 피해사례를 정리해 알리고 묵묵부답인 국회에 법개정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도 쉼 없이 이어갔다.
긴 기다림 끝에 2022년 7월, 헌법재판소는 2016총선넷 활동가들에게 적용되었던 선거법 90조 1항과 93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103조 3항에 대해서는 단순위헌 결정을 내렸다. 누구든지 일정 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광고물 설치나 표시물 착용, 문서와 도화 게시 등을 금지하고 집회나 모임을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유의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법개정 논의는 실망스러웠다. 참여연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반하거나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법 적용과 해석에 있어 또다른 혼란을 낳을 수 있는 정치개혁특위 대안 법안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입법을 요구하는 긴급 입법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2023년 8월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한 독소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규제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에서 ‘120일’로 소폭 단축하거나 위헌 결정이 나온 ‘그 밖의 집회나 모임’ 금지 조항을 명확한 근거 없이 참가인원 25명의 상한선만 추가하였다. 이러한 법개정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억울한 ‘선거사범’은 여전히 생겨날 수 있고 다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날 가능성도 크다. 불필요한 민주주의의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서는 국회가 하루 빨리 선거법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한편, 유죄 판결을 받았던 2016총선넷 활동가 17명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근거해 재심을 청구했고 2023년 11월, 집회 개최 등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확성기 사용 등의 혐의는 유죄가 유지되었다.
┃ 성과와 의미 ┃
온라인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한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유권자의 입 막는 대표적인 독소조항들의 위헌성을 확인한 2022년 결정으로 유권자 정치 표현의 자유는 확장되었다. 이는 2000년 낙천낙선운동 당시부터 후보자에 대해 유권자가 말하고, 평가하고, 비판하고, 모일 자유를 위해 선거법 개정 운동을 끈질기게 이어온 시민운동의 뜻 깊은 성과다. 하지만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직선거법의 기본 구조는 크게 바뀌지 못했다. 그래서 유권자 운동, 그리고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거법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참여연대는 앞으로도 부적격 후보자를 반대하는 활동은 물론, 국회가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부정하고 졸속 개정한 공직선거법의 전면적 재개정 활동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다.
┃ 같이 보기 ┃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