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과 문제의식
판공비는 과거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사용했던 비용으로 현재는 업무추진비로 불린다. 판공비는 당연히 공적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지만 기관장들의 ‘개인 돈’, ‘공 돈’처럼 사용되었다. 참여연대는 예산감시와 정보공개운동 차원에서 1998년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판공비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하였고 2004년 4월,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일부 승소가 최종 확정되었다. 이후 활동의 방향은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공개 요구, 나아가 폐지 운동으로 옮겨갔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기밀유지를 이유로 사용내역도 공개되지 않고 증빙도 필요 없는 비용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기관들은 특수활동비를 마음대로 전용하고, 일부 공직자들은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 2015년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의원의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으로 특수활동비 편성을 최소화하고, 집행내역 공개나 증빙자료 제출 등 최소한의 감독 장치가 꼭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참여연대의 특수활동비 공개와 폐지 운동은 국회, 행정부, 국정원 세 축으로 진행되었다.
주요 활동 경과
- 국회 특수활동비
국회 특수활동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건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의 발언 때문이었다. 2015년 홍준표 지사는 2008년 원내대표 시절, 매달 국회대책비로 나오는 4천만 원~5천만 원 중 쓰고 남은 돈을 아내에게 생활비로 주었다고 발언했다. 신계륜 의원도 상임위원장 시절 받은 직책비를 자녀의 유학비로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국회의 방만한 예산 운용과 불투명한 특수활동비 사용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당시 국회대책비⋅직책비는 국회 상임위원장, 특위위원장, 정당활동 등을 지원하는 비용으로 특수활동비로 편성되었다.
참여연대는 불투명한 국회 살림살이에 문제를 제기하며 2015년 5월, 국회를 상대로 2011년~2013년 3년간 의정활동지원 부문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또한 국회의장에게 상임위원장 직책비의 구체적인 근거와 규모, 용도 등을 공개질의를 했다. 그러나 국회의장 비서실은 ‘특수활동비는 고도의 정치활동과 의원외교 등 특수한 의정 활동에 지원되는 경비인 만큼 사용 내역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변했고, 이어 국회사무처가 참여연대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정보공개청구를 비공개 처분하면서 국민적 의혹과 불신은 더 커졌다. 결국 참여연대는 국회사무처의 비공개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9월, 서울행정법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시키고 국회 활동의 투명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해 특수활동비 공개의 필요성이 크다’며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회사무처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상고를 이어갔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의 판결(2018두30133)로 정보공개청구 3년 만에 국회로부터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1,296건을 PDF파일로 제공받았다. 제공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항목을 엑셀에 입력해야 했고, 담당 간사들이 밤을 세워가며 작업해 지출내역을 DB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회가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에게 특수활동비를 매월 제2의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해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상임위 중에서도 법사위에는 특수활동비를 추가로 지급했으며, 1년 중 예결산 심의가 진행되는 일정 시기에 활동이 집중되는 예결특위와 회의를 열지 않아 ‘개점휴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윤리특위에도 특수활동비가 매월 지급되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2018년 7월과 8월, 이러한 분석 결과를 담은 「2011-2013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분석 보고서 1, 2」를 발표하자, 국회가 아무런 감시와 통제 없이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해온 것에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었다. 참여연대는 국회 특수활동비 지급 내역 공개 운동을 폐지 운동으로 확대하여 7월 11일부터 20일까지 “특활비는 ‘제2의 월급’이 아니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촉구 서명운동과 토론회 등을 이어갔다. 이러한 활동으로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점점 커지면서 2018년 8월 국회는 결국 목적에 맞는 최소한의 경비를 제외한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고 사용 내역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게 되었다. 실제 2019년 국회 특수활동비 예산은 2018년에 비해 약 80% 삭감되었다.
-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2015년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의원의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에서 시작된 특수활동비 공개 및 폐지 요구는 국회를 넘어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로 확대되었다. 참여연대는 국회 특수활동비의 문제가 다른 행정부처에서도 유사하게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그 해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도 예산안은 특수활동비가 8,891억 700만 원으로, 직전 해보다 80억 4,600만 원이 늘어난 액수였다.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 이후, 특수활동비 편성을 최소화하고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개선 논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에 정부가 특수활동비를 더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2016년 특수활동비 예산 삭감 및 제도 개선 요구 활동을 이어갔다.
2017년에는 정부기관들이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자체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 지침과 계획을 세워 관리하고 있는지, 감사원이 이를 점검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활동했다. 19개 정부기관에 특수활동비 집행 지침과 집행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는지 질의했고, 감사원에는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2018년 정부 예산안을 분석해, 19개 정부기관 특수활동비 편성(64개) 사업 중 34개 사업이 기밀유지를 요구하는 정보수집, 수사와 관련 없는 사업임을 밝혀냈다.
2018년에는 8개 국가기관(경찰청,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대법원, 대통령비서실,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방위사업청,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해, 2015년~2018년 대법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의 특수활동비 지급내역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국회와 마찬가지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사무처장도 매달 수당처럼 특수활동비를 지급받아온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20개 정부기관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감사원 지침에 따라 특수활동비 집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고, 2018년에 이어 2019년 정부 예산안에서도 특수활동비 편성 사업(45개)의 적정성을 평가해 21개 사업이 여전히 기밀유지를 요구하는 정보수집, 수사와 무관한 사업임을 드러냈다.
-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국정원은 정보기관의 기밀성을 이유로 예산 전액을 특수활동비로 편성하고 있고,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결산 심의를 거치지 않고 감사원의 회계감사도 받지 않는다. 특수활동비는 지출 증빙이 면제되고 외부적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이를 불법적으로 사용해도 통제할 길이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하고, 민간인 댓글 부대 운영과 군 심리전단에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8년 특수활동비 논란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안보비’로 예산 항목이 변경되었으나 여전히 세부편성 항목과 집행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국정원 예산 전액을 특수활동비(안보비)로 편성하는 것에 문제제기하며, 인건비, 운영경비 등은 다른 비목으로 전환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성과와 의미
모든 정부 예산은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편성된다. 정부 예산은 어떠한 항목에 집행되고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특수활동비는 예외였다. 참여연대는 2015년~2019년까지 국회와 정부기관들이 목적에 맞지 않게 임의로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국회, 대법원, 민주평통 등 베일에 가려져있던 특수활동비의 집행내역을 공개해 부적절하게 쓰이고 있는 특수활동비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시민들과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한편에서는 각 기관의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를 점검해야 할 감사원의 역할에 주목해 특수활동비 예산 집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특수활동비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실제로 2019년 국회 예산에서 특수활동비가 전년도에 비해 약 80% 삭감되고, 정부 특수활동비 또한 약 9%가 삭감된 것은 참여연대 활동의 성과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의 특수활동비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참여연대가 특수활동비처럼 감시와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예산 편성과 집행을 감시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촉구 활동을 지속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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