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 1994-2024 2024-08-26   6099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운동

2021.4.8. 국민의힘 당사 앞, 국민의힘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국민의힘은 ‘신중한 심사’를 이유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논의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해충돌은 공직자의 공적인 직무의 수행과 사적인 이해관계 간의 갈등이 발생하여 공적인 직무수행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을 말한다. 그 자체로 부정부패의 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해소하지 않으면 부정부패, 비위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해충돌 상황을 예방하고, 예방이 어렵다면 회피나 제척을 통해 “공정성의 외관”을 확보해야 한다. 참여연대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주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사법 영역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언 아래 제척⋅회피 제도가 존재하지만, 당시만해도 행정 영역에서 ‘이해충돌’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공직자의 주식 보유로 인한 이해충돌에 주목하던 참여연대는 2003년, 삼성전자 사장 출신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삼성전자 주식 9천여 주와 스톡옵션을 보유한 것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서 공적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이해충돌을 일으킨다고 보고 주식을 매각할 것을 촉구했다.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대안으로 제안한 주식백지신탁제도는 2005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결실을 맺었지만 전체적인 이해충돌 규제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김영란 위원장)가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방지를 내용으로 하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사회적 논의가 다시 촉발되었지만, 법적용 대상 범위가 포괄적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이해충돌방지제도 부분이 빠진 채 2015년 3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제정되었다. 당시 19대 국회는 청탁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제정안에서 제외된 이해충돌방지 부분에 대해 추가 입법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추가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20대 국회에서도 손혜원, 송언석, 장제원, 이장우 등 여러 국회의원들의 상임위원회 활동 관련 이해충돌 의혹이 불거진 이후, 공정한 직무 수행을 방해하는 다양한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관련 법안들이 여러 차례 제출되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박덕흠 의원을 비롯해 전봉민·이상직·김홍걸 의원 등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이해충돌방지법이 다시금 이슈로 떠올랐다.

21대 국회 개원 후, 박덕흠 의원이 백지신탁한 주식이 팔리지 않았는데도 관련 상임위 활동을 하고 가족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박덕흠 의원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인정되어 백지신탁한 주식이 장기간 팔리지 않고 있음에도 관련 상임위 활동을 해온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금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박덕흠 의원의 사례는 공직자 개인의 윤리적, 법적 문제이기도 했지만 주식 백지신탁제도의 사각지대, 부실한 제도 운영 등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에 박덕흠 의원과 같이 백지신탁 주식이 처분되지 않았음에도 관련 국회 상임위 활동을 지속해온 경우,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하는 등 이해충돌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해충돌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에도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참여연대는 2020년 11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입법청원하였다.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안은 정부안과 비교하여 고위공직자의 범위를 확대하였으며, ‘직무상 비밀’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가진 ‘직무관련 미공개정보’라는 개념을 통해 공직자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위를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등 공직자의 이해충돌 사례가 반복되며 법제정의 시급성이 확인되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구체적인 입법안을 제시했음에도 국회의 입법 논의는 진척이 없었다. 국회의 대응이 바뀐 계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였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공익제보자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천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사실을 폭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투기 의혹은 치솟는 집값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공직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땅투기를 근본적으로 막아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근본적 해결 방안으로 이해충돌방지법이 주목받았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더욱 증폭되고 있었지만 국회는 ‘신중한 검토’를 핑계대며 법안 처리를 미루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국회의원 등 공직자가 스스로 규제대상이 되는 법률 제정을 외면하는 꼴이었다.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제정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국회를 압박하는 활동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참여연대는 3월 15일부터 22일까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국회의장실에 전달하고, 3월 말부터 이해충돌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4월 29일까지 약 한달간 국회 앞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여전히 법 제정에 소극적인 거대 양당이 입법에 나서도록 국회 입법 단계마다 밀착 감시하는 활동도 병행한 것은 물론이다.

참여연대가 이해충돌방지제도의 입법을 촉구한지 20년 만이자, 2013년에 관련 법률이 국회에 제출된지 8년 만에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참여연대가 입법 청원했던 내용이 다수 반영되었다. 고위공직자의 범위가 기존 안보다 확대되었고, 이 법의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공직자의 사익 추구의 대표적인 행태인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규율하는 것과 관련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직무상 비밀 정보 뿐만 아니라 미공개 정보 이용을 금지하고, 이 정보를 이용해 경제적인 이득을 취한 본인뿐만 아니라 제3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은 이해충돌방지제도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주장하며 공론화에 힘쓰고 법안을 준비해온 참여연대의 노력이 공직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만나면서 이루어진 입법이다. 물론 이해충돌방지법만으로 공직자의 사익 추구를 뿌리 뽑을 수는 없다. 국회는 2024년 6월 현재까지 관련 시행규칙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고위공직자 임명시 이해충돌 우려에 대한 문제제기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은 이해충돌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한국 공직사회의 윤리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참여연대는 법 제정 이후 공직자들이 사적이해관계자를 신고하고, 공직자의 공적 업무와 사적 이익 사이에 이해충돌이 없는지 감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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