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과 문제의식
참여연대가 처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청원한 것은 1996년이었다. 당시 한국사회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1995)이 터지는 등 부정부패 문제가 날이 갈수록 대형화, 구조화되고 있었다. 참여연대는 “각론적인 접근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고 보고, “부패문제에 대해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참여연대는 “부패추방의 중추적 기능을 행사해야 할 사정기관이 제대로 공정하고 추상같은 권한 행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찰과 검찰은 그 스스로 부패하거나 또는 부패세력의 압력과 유혹에 초연하지 못하였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이에 부패방지법안에 “각종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정기관” 설치를 포함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의 강력한 반대로 ‘독립적인 수사기관’이 빠진 채 부패방지법이 2001년에 제정되었고, 이후 2019년 공수처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23년간 독립적인 수사기구 설치를 포함한 검찰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요구했다.
공수처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했다. 우선,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비리, 재벌 부정부패 등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이다.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당연한 명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으니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또한 검찰이 기소권을 포함한 검찰권을 오남용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질수록 공수처 설치 요구는 더 커져갔고, 공수처 설치는 반부패를 위한 과제이자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주요 활동 경과
정치권력, 경제권력 봐주기 수사와 검찰 비리에 대한 제식구 감싸기 수사로 검찰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다. 검찰은 그때마다 셀프 개혁안을 내놓거나 다른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비판 국면을 모면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검찰에 대한 공분은 ‘검찰도 국정농단의 공범이다’라는 한 줄로 집약되어 터져나왔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기 2년 전인 2014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수사를 무마했으며, 국정농단 수사 시작부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황제소환’ 한 것이 보도되면서 검찰개혁은 더이상 거부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과 ‘독립적인 수사기관’인 공수처 설치를 본격 추진하면서 다시금 입법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제 이 제도의 최초 제안자로서 참여연대가 나설 차례였다. 2017년부터 2년 여간 참여연대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원을 시작으로, 검찰‧법무부, 자유한국당 등 공수처 반대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 생산과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논쟁을 벌였고, 연속 칼럼 연재와 온라인 콘텐츠 제작 등으로 입법의 필요성을 알리고 구체적인 입법 논의를 촉구하는 활동에 힘을 쏟았다. 동시에 검찰개혁을 거부하는 이들의 시간끌기와 버티기로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 요구가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모으고 조직해, 논의조차 거부하는 자유한국당과 개혁을 거부하는 검찰을 압박하는 활동에도 집중했다. 공수처 입법을 촉구하는 36,623명의 시민 서명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고, 공수처 설치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는 시민행진을 진행했다. 마지막까지 온전한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요구를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마지막 날, 국회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을 마침내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때 통과된 공수처법은 단 25명의 검사만을 배치하는 것으로 대폭 축소된데다가 관할 대상자와 범죄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한계가 큰 상태였다. 게다가 법 제정 2년이 지나서야 공수처장이 임명되는 등 출범도 순탄치 않았다. 출범 이후에도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 대상이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 검찰, 경찰과의 협력관계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 등 입법 미비로 인한 문제도 확인됐다. 참여연대는 공수처가 시민이 요구했던 역할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도 제언과 대안 제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공수처는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제안되었지만, 이것이 검찰의 권한 남용 문제, 정치검찰 문제 전부를 해소할 수는 없었다. 참여연대는 공수처 뿐 아니라 법무부 탈(脫)검찰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다른 개혁방안을 함께 제시해왔고, 이를 위한 활동에도 집중했다.
법무부는 법무행정기관으로 법무정책, 인권옹호, 교정, 출입국관리 등을 고유의 업무로 삼고 있지만, 법무부의 주요 직책을 검사들이 도맡으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검찰 비리나 권한 남용이 발생했을 때 이를 견제하지 못하고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등 여러 문제점을 야기해왔다. 참여연대는 법무부가 검사 입장에서 벗어난 법무행정을 펼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에 주목하고, ‘법무부를 장악한 검사들’ 법무부 파견 검사 현황 보고서를 통해 실태와 문제점을 알리고 입법 의견을 제출하는 등 법개정 운동에 나섰다. 그 성과로 법무부 주요직에 비(非)검사 출신 인사도 보임할 수 있도록 하여 미흡하나마 유의미한 제도개선이 있었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검사들의 법무부 주요 직책 보임이 많아지고 파견 검사 수도 늘어나 개혁의 후퇴가 확인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검찰개혁이 시대적 요구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 형집행권 등 거대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회는 공수처 설치법에 이어 수사권 조정 법안을 통과시켜 검찰의 무제한적인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했다. 참여연대는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조정을 형사사법절차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보고, 검찰은 직접수사보다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하고 수사과정에 대한 사법통제를 담당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른바 ‘검수완박’이라는 정치적 수사로 인해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이 검찰의 수사권 그 자체를 박탈하는 것으로 오해되어 정치화되고 진영 간 대결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긴급좌담회, 입법의견서 등을 통해, ‘수사-기소의 조직적 분리’를 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또한 권한이 강화되는 경찰수사에 대해 강력한 견제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법무부 시행령 개악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 대상을 사실상 원상 복귀시키면서 수사권 조정 조치를 무력화시켰다. 참여연대는 의견서와 토론회 등을 통해 법무부가 모법인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악해 ‘무소불위 검찰’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비판하고, 검찰 권한 축소 측면만이 아닌 형사사법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관점에서 형사사법체계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성과와 의미
오랫동안 누적되었던 검찰에 대한 불신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무소불위 검찰을 더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절실한 요구로 터져나왔고, 공수처를 비롯한 여러 검찰개혁 과제들로 구체화되었다. 이러한 국면에서 30여 년간 사법개혁 운동, 검찰개혁 운동을 지속해온 참여연대의 정책 역량과 전문성, 검찰권 오남용 역사의 기록들은 검찰개혁을 견인하는 힘이 되었다.
긴 시간 동안 입법이 번번이 좌절되었던 공수처 설치법안이 최종 통과되기까지 고비마다 강력한 반대와 저항이 있었지만, 참여연대는 정치검찰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다양한 활동수단을 통해 입법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며 논의를 선도했다. 공수처는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서 검찰의 기소독점을 깨고 검찰의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어렵게 설치된 공수처가 제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지체되었고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도 많아, 참여연대의 ‘독립적인 수사기관 설치’ 운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이 일부 진행됐지만 미처 그 성과가 한국사회에 미치기 전에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며 ‘검사의 나라’가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는 ‘검사의 나라’, ‘검찰국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 정부기관 파견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업, 로펌 등도 앞다투어 검찰 출신을 영입하며 검찰의 영향력은 한국사회 전반에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추진된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이뤄져야 할 시기에 오히려 시행령으로 법이 무력화되고, 검찰-공수처-경찰 등 기관 간 협력 장치도 미완으로 남아있다.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검찰개혁, 미완의 형사사법체계 개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이 수사기관이 아니라 인권보호기관으로 거듭날 때까지, 참여연대의 검찰개혁 운동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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