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과 문제의식
아침 첫 소식은 무조건 그 날의 신규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확진자의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고 그들이 다녀간 시설물의 이름이 인터넷에 도배되었다. ‘슈퍼확진자’는 물론 그 가족들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털이까지 이어졌다. 혹시나 내가 그 ‘슈퍼확진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모두가 불안에 떨었다. 3개월이면 끝날 것이라던 봉쇄조치의 담벼락은 날이 거듭될수록 높고 견고해졌다.
2019년 11월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일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19(이하 코로나19)’는 2020년 1월 본격적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발생 2개월만인 2020년 1월 31일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월엔 코로나19의 전세계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격상했다. 그리고 3년 여 시간이 흘러 지난 2023년 5월 5일에야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하였다.
비교적 코로나19 안전지대라고 여겨졌던 한국도 2020년 1월 19일 첫 번째 유증상자가 확인되었으며, 20일 오전 확진자로 판정되었다. 국내 첫 번째 확진자 발생 10일 만인 2월 1일에는 유증상자가 359명, 확진자는 12명까지 늘어났다. 2월 20일엔 국내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대구 지역에서의 한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확진자 증가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2월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했으며, 3월엔 마스크 구매 수요가 급증하자 마스크 5부제를 도입하고, 종교·유흥·실내체육시설 운영 제한 등의 조치를 담은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처음으로 시행했다.
6월엔 정부가 지정한 고위험시설에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고, 수도권 방역강화 조치를 무기한 연장했다. 정부는 8월과 12월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을 강화하면서 실내체육시설, 호프집, 음식점, PC방, 노래연습장, 카페 등에 영업금지 및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시행했으며, 2021년 1월엔 전국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7월엔 수도권의 거리두기 대책을 최소 수위인 4단계로 격상하여 사적모임 인원을 2명으로 제한하고 오후 6시 이후 3인 모임을 금지하는 등 고강도 방역대책을 시행했다.
정부의 방역대책은 신속하고 강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방지’라는 목표 아래 국민 개개인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권이 심각하게 침해되었고, 강제적인 격리조치와 영업장 폐쇄, 형사처벌 등의 조치가 별다른 견제없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 하청·비정규직·일용직 노동자, 이주노동자와 주거 취약계층 등 시민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주요 활동 경과
참여연대는 코로나19가 국내에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2020년 3월, 정부에 △재난지원수당 또는 재난기본소득의 지급 △취약계층에 대한 지역상품권 및 수당 형식의 생계비 지원 △고용유지지원금과 일자리안정자금 등의 대상 및 집행기간 확대와 절차 간소화 등의 대책을 촉구하고, 대기업·원청·가맹본사·상가임대사업자에게 고통분담을 위한 각종 수수료와 임대료 인하, 특별상생기금 출연 등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즉시 중소상인과 특수고용노동자, 문화예술계, 상가임차인, 한계채무자들과 만나 현장의 어려움과 요구사항을 청취했으며, 4월에는 이들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생계위기의 현실을 증언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시급한 7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상가임대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집중했다.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던 2020년 3월엔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임시휴업을 해도 상가임대료는 그대로인 상황을 지적하며, 정부와 지자체에 임대료 부담 완화를 위한 조정과 지원행정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임차인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임대료의 감액을 요구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적정임대료를 권고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국회에는 코로나19 기간동안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임대료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강제퇴거를 금지시키는 특별법을 제안했다. 이에 국회는 그 해 9월, 6개월 간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참여연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가임차인들의 피해사례를 발표하며 정부와 국회에 임대료 유예를 넘는 적극적인 감면 정책을 촉구했고, 지자체에도 임대료 분담을 위한 긴급행정명령, 차임감액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연말쯤이면 끝날 것이라던 기대는 산산히 부서졌다. 815 보수단체 집회,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코로나19 확산세는 더욱 거세졌고 어렵게 유지하던 일일 확진자 100명대의 고삐도 완전히 풀렸다. 자영업자들에게는 최대의 성수기인 연말연시를 앞두고 방역대책은 더욱 강화되었다. 매출은 평소의 반토막은 커녕 10분의 1토막으로 떨어졌다. 한 달 임대료보다도 못한 돈이었다. 특히 업종의 특성상 매장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고 시설투자비가 많이 들어간 헬스장, 볼링장, 노래연습장, 중대형 호프집 등의 피해가 더욱 컸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대출과 100~300만 원 내외의 일회성 지원금에 그쳤다.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에도 정작 집합금지 및 제한업종에는 별다른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정부의 방역대책은 과감하게 시행됐지만, 지원대책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소극적이었다. 보상할 것도 없으니 실효성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어려워도 정부를 믿고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저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헬스장 관장들과 트레이너들이 스스로를 철창에 가두고 노래연습장 점주들은 생계수단인 노래연습 기기를 바닥에 던져 부쉈다. 참여연대는 각 업종별로 각자 대응하고 있던 자영업자들을 한데 모아 ‘코로나19 중소상인자영업자 대책위’를 구성하고 방역대책에 따른 정당한 손실보상과 자영업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방역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2021년 1월과 2월에는 집합제한 및 금지업종 점주들과 함께 손실보상 없는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대책이 국민의 재산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제한한다는 취지로 2차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헬스장, 스크린골프, 볼링장, 당구장, 베이커리, 카페, 편의점, 코인노래연습장, PC방 등 다양한 업종의 자영업단체 및 대책위와 함께 손실보상을 촉구하는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고, 2021년 2월엔 자영업자 손실보상과 사회연대세 도입을 위한 입법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방역당국을 직접 만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역지침을 논의하고, 손실보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재부를 비판하는 한편, 국무총리 면담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피해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원대책을 내놓는 데 급급하자, 참여연대는 실내체육시설비대위와 함께 전국 약 1천 개의 실내체육시설을 대상으로 피해실태조사를 진행하여 이미 실내체육시설 4곳 중 1곳이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해 언제 쫓겨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결국 2021년 6월, 코로나19 손실보상을 담은 소상공인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법은 법 개정 이후에 이뤄진 집합금지 및 제한조치에 한정되었고 그 전에 이루어진 방역조치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중소상인 자영업자 단체들과 함께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요구하고, 국회에는 상가임대료 분담입법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자신이 상가임대인인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정부와 임대인, 임차인이 상가임대료를 3분의 1씩 분담하도록 하는 상가임대료 분담법에 대한 입장을 묻고 그 결과를 알리는 활동을 비롯해, 손실보상금과 자영업자 지원예산 확대 촉구 시민 서명운동, 대선 후보자들에게 상가임대료 분담법에 대한 입장 질의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2021년 9월 손실보상법 입법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비관하는 자영업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졌다.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대책이 필요했다.
참여연대는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모았다. 이를 통해 정부의 손실보상이 실제 자영업자들에게 지급되지 않는 사각지대의 문제, 손실보상을 받더라도 대부분 임대인에게 돌아가는 문제들을 공론화했다. ‘손실보상 및 상가임대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살아있는 현장의 상황을 알리고, ‘코로나19 임대료를 멈춰라’ 캠페인을 진행했다. 비록 임대료 분담법이 처리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활동은 상가임대인들의 사회적 책임을 상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자체의 차임감액 조정사례가 큰 폭으로 늘고, 착한 임대인 제도에 동참하는 임대인들도 뒤따랐다.
성과와 의미
3년여 시간동안 코로나19는 전세계를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여러 차원의 지원대책을 펼쳤으나, 사회안전망 기반이 약한 한국사회에서 무너져 가는 시민들의 삶을 안전하게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행정명령 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임차인들의 고통은 극심했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지자체가 상가임대 사업자들의 선의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적극적 지원 조치들을 펼칠 것을 강조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의 어려움에 직면한 중소상인과 상가임차인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입법⋅정책적 대안으로 만들어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정부의 지원대책이 현장에서 그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알리는 역할도 병행했다.
그 결과 2021년 6월 부족하게나마 손실보상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비록 2021년 6월 이전에 시행된 집합금지·제한조치까지 소급하여 손실보상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최대 1억원까지 손실보상이 진행되었고, 정부도 손실보상 재원을 줄이기 위해 방역조치를 보다 세부적으로 정비하고 불필요한 과잉조치를 대폭 줄였다. 코로나19 기간동안 3개월간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임대료멈춤법’을 시행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였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고통을 분담하는 입법적·정책적 자발적인 노력들이 잇따랐다. 각자가 책임지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모이고 연대하는 자영업자, 시민들의 모임이 활성화되었다. 그 사회적 힘은 아직까지도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다양한 연대와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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