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 1994-2024 2024-08-26   5269

모두를 위한 돌봄 공공성 강화 운동

2022.6.15.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는 돌봄이 정당한 시민의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를 발족했다.

고령의 노부부가 서로를 돌보다가 치매를 앓던 배우자를 살해한 사건,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던 엄마가 끝내 자녀와 함께 투신한 사건, 20대 청년이 극심한 생활고와 간병비 부담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한 사건,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와 간병하던 아들이 모두 숨지는 사건…. 국가가 돌봄과 간병을 개인에게 전가한 결과, 우리사회는 매일같이 안타깝고 비극적인 사건들을 목도하며 이미 돌봄은 개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와 급변하는 가족 형태, 노동형태의 큰 변화 속에서 돌봄 공백의 심각성이 사회적 위험으로까지 등장하자, 주요 복지국가들은 돌봄을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하고 국가의 역할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반면,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생·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은 여전히 돌봄을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 맡기고 있고 여성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마주한 돌봄 공백은 모두에게 큰 숙제를 남겼다. 돌봄 시설이 문을 닫아 노인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외부와 단절된 요양원에서는 집단 감염, 사망이 잇따랐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해 화면으로만 수업을 듣고 친구들을 만나야 했다. 대부분 민간주도로 이루어졌던 돌봄서비스는 감염병 상황을 거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견고한 돌봄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지만 정작 국가는 공허한 구호로만 국가 책임을 외쳤을 뿐 국민의 돌봄 문제를 책임지지 않았다. 그 결과 국민들은 여전히 돌봄 문제로 인한 불안과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돌봄의 부담이 소득, 연령, 젠더, 가족구성 등을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커다란 압박이 된 상황에서 참여연대는 개개인이 책임지는 돌봄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에 주목했다. 돌봄의 욕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응으로 돌봄서비스를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적절한 돌봄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돌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된다는 인식하에 돌봄공공성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출범 이후, 모든 국민이 국민생활최저선 이상의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복지서비스의 대상과 질의 개선, 지역 복지행정의 개선,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공공성 확보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보육의 공공성 확보운동이나 노인복지제도의 개선을 위한 활동, 아동·장애인 등의 인권보장과 주거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대응을 해왔다.

지난 10년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연대는 ‘보육대란’에 맞서 2015년 ‘우리 아이들, 보육 안녕하십니까’라는 연속기고를 시작으로 보육의 국가책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한 데 이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공적 전달체계를 통한 서비스 질 향상, 보육교사 처우 개선 촉구를 통해 국가책임의 보육 이행을 강조했다. 2018년에는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를 출범하여 영유아와 양육자, 보육노동자 모두의 인권이 실현되는 보육현장을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멈추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일명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의 통과를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참여연대는 법개정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국회의 입법 논의를 추동하기 위해 언론기고, 릴레이 행동 등 대시민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갔다. 아동양육에 대한 책임을 국가와 사회가 나누어지기 위한 정책으로서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을 위한 활동도 계속되었다. 대선 후보들의 보육 정책 공약을 비교평가하고,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 정책안을 마련해 제안했다. 2018년 소득·재산 상위 10% 가구의 아동을 제외한 채 아동수당이 도입되자 참여연대는 보편적 제도로서 아동수당법의 개정을 요구했고, 결국 2019년 9월부터 만 7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 아동수당이 지급되는 성과가 있었다. 이후에도 참여연대는 ‘아동과 보호자, 종사자 모두의 권리를 고려한 초등돌봄의 바람직한 방향’ 관련 집담회나 ‘시민이 제안하는 아동돌봄 예산’ 집담회 등을 통해 아동 돌봄과 관련된 정부 정책에 꾸준히 입장을 밝히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노인돌봄과 관련해서는 장기요양기본계획을 모니터링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시설 내 발생하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2014년 장성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21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을 계기로 참여연대는 ‘노인요양병원 및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문제와 대안’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2019년에는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장기요양기관 시설학대에 대한 지자체의 행정처분 이행 실태 등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엄격한 행정처분과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감사를 실시해 ‘복지부의 감독 소홀’을 지적하는 감사결과를 담은 ‘노인요양시설 운영 및 관리실태’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기간에는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과 돌봄 종사자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를 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도 전개했다.

참여연대는 공공인프라의 확대없이 시장에 맡겨져 운영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분야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대표적으로 공공돌봄 기관인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을 위해 애썼는데, 이는 소규모 기관들이 난립하면서 만들어낸 무질서한 이윤추구 행위가 사회서비스 전반의 질 제고를 가로막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함이었다. 당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공공이 책임지는 존엄한 돌봄과 노동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서비스공단’ 설치를 요구했고,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반영되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법 제정 논의는 진전이 없었다. 명칭이 민간시설 지원 역할 중심의 ‘사회서비스진흥원’에서 ‘사회서비스원’으로 바뀌는 등 혼선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참여연대는 ‘사회서비스공단’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여 사회서비스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는 돌봄인프라를 구축하고 열악한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 법률인 사회서비스원법이 2021년 9월 제정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사회서비스의 통합적 접근과 주변화된 돌봄이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돌봄을 참여연대 주요 과제로 삼아 대응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단체와 힘을 모아 윤석열 정부의 돌봄 영역 민간화, 시장화 정책을 저지하는 한편, ‘돌봄 공공성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를 발족하여 돌봄이 시민의 정당한 권리임을 강조하고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촉구했다. 2023년에는 사회적 단절 없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돌봄을 위한 입법과 모니터링에 힘썼다. 당시 국회에서 지역사회통합돌봄 관련 법안이 여럿 논의되었으나, 법안들 간 정합성 부족으로 입법 취지가 퇴색되거나 실효성이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지역통합돌봄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 결과 2024년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자체장 등에게 부여된 역할을 전문기관에 위탁하도록 하여 지자체 책임이 실현되지 않을 우려가 높아 법 개정을 촉구하며 정책 제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참여연대는 돌봄의 공공성 강화, 국가책임을 요구하며 다양한 돌봄 문제에 집중하고자 했지만,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산업화 정책에 맞서 이를 저지하는 일에도 많은 힘을 쏟아야 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의 경우 2022년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시작으로, 2023년 예산삭감과 종합재가센터 축소, 어린이집 위탁해지 등이 추진되다가 결국 조례 폐지를 통해 해산에 이르렀는데 이 과정에서 참여연대는 시의회에 질의와 정보공개청구, 예산 삭감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서사원을 지키기 위한 기자회견, 촛불문화제, 농성 등에 연대했다. 또한 서사원과 같은 일방적인 폐원을 막고, 사회서비스원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안을 다시 마련해 국회에서 발의되도록 했다.

참여연대는 2006년부터 보편적 아동수당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어, 그 결과 2019년 1월부터 만 6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보편 지급되었고, 같은 해 9월부터 지급 대상이 만 7세 미만의 모든 아동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참여연대의 오랜 활동이 이뤄낸 결실이다.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해 당사자인 학부모와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관련 이슈를 공론화하고 실질적인 법 개정(유치원3법)에 기여하여 영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이룬 것도 성과이다. 노인요양시설의 끊이지 않는 노인학대 문제를 포착해 지자체의 행정처분 이행 여부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감사가 이루어진 것도 의미있는 부분이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 등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고,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사회서비스원법 제정 과정에 기여함으로써 그간 민간 중심으로 이루어진 돌봄을 국가 책임으로 명문화 했다는 것도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법률 제정 과정에서 민간기관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정치권의 강한 반대로 사회서비스원의 국공립 돌봄인프라 설치 및 운영이 구체화되지 못했고, 국고보조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역별로 운영의 격차가 생겨났으며 일부 지자체는 예산 부족으로 사업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사회서비스원 설치 의무화와 설립주체의 확대, 사회서비스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 국공립 우선위탁 조항 개정 등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현재 참여연대는 모든 국민이 연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할 때 최대한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영위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성장과 발달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에 돌봄 보장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돌봄이 바로 핵심적인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참여연대는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성별화된 돌봄노동의 재분배, 다양한 공동체 안에서 다채로운 상호돌봄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또 누구나 차별없이 돌봄을 받고 돌봄을 할 수 있도록,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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