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 1994-2024 2024-08-26   4886

아시아 인권 연대 활동

아시아를 생각하다

2018.9.20. 한국 ODA로 건설한 라오스 세피안 ·세남노이 댐 사고와 관련하여, 한국을 방문한 태국과 캄보디아 방한단이 출국 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방한결과를 브리핑했다.

참여연대는 창립 첫 해부터 동티모르의 독립과 인권 보장을 촉구하며 인도네시아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일 정도로 다른 국가들 특히,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인권문제와 민주화 운동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국제연대 활동을 펼쳐왔다. 1980년대 아시아 지역의 민주화 제3의 물결 선두주자였던 필리핀의 ‘피플 파워(People Power)’를 비롯해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아시아 국가 시민사회의 도움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역내 상호공존의 관계 속에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우리의 아시아’를 재인식하는 것이 한국 시민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성찰적 문제의식은 참여연대 초기부터 강하게 제기되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과 민주화 상황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필리핀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납치·암살 등에 대한 공동 캠페인과 버마 민주화 연대 활동 등으로 이어졌는데, 버마 민주화 운동가들과의 연대는 아웅산 수치 여사의 석방과 군부 쿠테타, 로힝야 난민 학살까지 연결되어서 지금까지도 다양한 계기와 이슈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아시아 국가 내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해당 국가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한편,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감시 활동도 진행해 왔다. 특히 강대국 중심의 국제 뉴스를 취급하는 언론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언론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아시아 소식을 국내에 알리는 활동도 오랫동안 주력해 왔다.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아시아 국가 내 인권 침해 상황이나 민주화 운동 소식이라든지 한국 정부와 기업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도 감시에 목소리를 전하고자 했다. 또한 실제 현장에 활동가와 전문가를 파견해 아시아 국가 인권 상황에 연대하는 활동도 펼쳐왔다.

전 세계 각 지역의 인권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소식을 국내에 전하는 참여연대의 정보제공 활동은 ‘지구촌 시민사회와 이슈’라는 온라인 뉴스레터에서부터 시작한다. 유엔 인권 제도와 지속가능 발전 이슈, 인도네시아 아체(Ache) 분리운동, 필리핀 무슬림의 독립운동 등 다양한 이슈들을 다뤘던 ‘지구촌 시민사회 이슈’는 2002년 5월 27일 시작하여 2003년 7월 2일까지 1년 2개월여 동안 57호가 이메일 형식의 뉴스레터로 발행됐다.

2006년에는 지역적 관심을 좀더 특화해 ‘아시아 생각’이라는 이름의 칼럼을 연재하며 활동가, 지역전문가, 국내 아시아인들 간에 아시아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배우는 마당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만남과 사유와 네트워킹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부터는 온라인 매체인 <프레시안>에 ‘아시아 생각’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각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뿐만 아니라 유엔과 인권, 개발과 인권, 기업과 인권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국제적 시각을 제시하는 칼럼을 2017년까지 지속적으로 연재했다.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의 총파업과 민주화의 관계나 부정선거에 맞선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선거 개혁 투쟁 ‘버르시 3.0’의 활동 등 한국 언론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아시아 국가 시민들의 권력에 맞선 분투를 꾸준히 소개했다.

이후 ‘아시아 생각’은 칼럼이라는 활자매체 중심의 활동에서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2010년대 ‘나는 꼼수다’ 등 팟캐스트에 대한 대중적 호응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참여연대 역시 시민 소통의 차원에서 새로운 매체인 팟캐스트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참팟’이라는 참여연대 대표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런칭한 데 더해 2017년에는 ‘아시아 생각’의 오디오 버전인 ‘아시아팟’이라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기 시작했다. 1회차 아시아팟은 집권 1년차 두테르테 정부 하의 필리핀 인권 상황을 다뤘다. ‘아시아의 트럼프’로 불리며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 등 여러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펼치는 두테르테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시간이었다. 2020년 5월 제2의 보팔 참사라 불리는 인도LG 공장 사고를 다루기도 했다. “국내 유일 아시아 전문 팟캐스트”라는 소개말에서처럼 아시아팟은 다양한 아시아 이슈와 각 국의 역사, 정치, 문화 등 아시아를 제대로 아는 것을 넘어 아시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역할에 대해 깊이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선사하고자 했다.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인권 상황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해 2022년 100회차 특집에 이르기까지 서아시아부터 동아시아 국가들, 또한 아시아와 접경을 맞댄 국가들까지 넘나들며 인권 실태와 민주화 운동 등 폭넓은 이슈들을 다뤘다.

물리적 거리와 언어적 한계로 인해 국내에서의 아시아 연대 활동은 주로 정보제공 형식을 띄고 있지만, 참여연대는 현장성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참여연대는 각국의 인권 상황에 연대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인권과 민주주의 관련 국제네트워크의 회원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태국 방콕 소재의 국제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Forum-Asia)와 선거감시 연대기구 아시아자유선거네트워크(Asian Network for Free Elections, ANFREL) 등을 통해 아시아 각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문제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해당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국제서명에 연명을 하는 등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들에 힘을 보태고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연대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왔다.

현장 참여 활동에서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아시아 국가들의 선거를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활동이다. 민주주의의 진전에 있어서 선거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선거를 통해 시민들의 개혁에 대한 요구가 분출되어 민주주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선거는 조직과 자금을 앞세운 기성정당이나 기성정치인들의 이니셔티브가 관철되어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권력집단에 의해 자행되는 부정선거를 포함해 부당한 선거운동 방해행위나 부정행위가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국제선거감시단에 참여연대는 꾸준히 참여해 왔다. 아시아자유선거네트워크 회원 단체로서 활동가 또는 관련 전문가를 미얀마, 태국, 네팔, 아프가니스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선거감시단에 파견하여 현장에서의 선거 감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자유권 탄압 조치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현장을 찾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19년 중국 정부가 홍콩에 ‘송환법’을 추진한 것을 계기로 일어난 홍콩 시민들의 민주주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한 일을 꼽을 수 있다. 홍콩 시민들과의 연대 활동은 이미 그 전부터 계속되어 왔는데 2016년 ‘우산 혁명’이라고 불리는 홍콩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며 한국 시민사회가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2019년 참여연대를 포함해 시민단체 활동가 7명이 중국 정부의 탄압 위험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민들에게 연대와 지지의 뜻을 전달하고자 홍콩을 방문했다. 당시 한국측 참가자들은 집회 연대발언을 통해 ‘많은 한국 시민들이 홍콩을 지켜보고 지지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We stand with HK people”(우리는 홍콩 시민들과 함께 합니다)이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함께 걸었다. 이후에도 홍콩국가보안법 실시에 대한 규탄 입장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시민들을 탄압하는 중국 당국의 반인권적 조치들에 계속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공적개발원조(ODA) 감시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의 개발사업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국제연대 활동도 펼쳐왔다. 특히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ODA 명목으로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해왔던 유상원조에 대해 감시하는 현장 활동을 실시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7월 23일 라오스에서 한국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지어진 세피안-세남노이 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펼친 대응활동을 꼽을 수 있다. 참여연대는 다른 한국 시민단체들과 함께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 시민사회 TF’를 꾸리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한편 국정감사 과제를 제시하는 등 감시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또한 라오스 접경국인 태국과 캄보디아 지역의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초청해 현지 피해 상황을 국내에 알리고 한국 정부와 시공사인 SK건설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시민사회TF는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사고가 발생한 라오스 내 5개 마을과 댐 사고로 피해를 입은 캄보디아 지역을 직접 찾아 현장 조사를 하기도 했다. 현지조사단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피해 주민분들은 4년 정도를 임시거주 캠프에서 살아야 될 텐데 고통의 일상이 될 것 같아요.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한국 정부에 목소리를 내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유상원조로 추진 중이던 할라우 댐 건설 사업에 대한 현장 연대 활동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지역주민의 반대, 지진 발생 위험성, 환경 파괴, 필리핀 국내 절차적 문제까지 다양한 우려와 반대 의견이 제시되었음에도 2018년 필리핀 정부와 시공사 대우건설은 댐 건설 사업을 강행했다. 한국 정부 스스로 세운 인권침해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 기준에도 맞지 않은 사업이었음에도 댐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지단체의 요청으로 참여연대 활동가와 지역전문가가 필리핀 할라우댐 건설 예정지를 방문해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현지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댐 건설의 문제점을 생생하게 파악하고 이를 한국에 알리고 문제제기 할 수 있었다. 이어 참여연대를 포함한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필리핀 지역 주민과 활동가를 초청해 필리핀 할라우 댐 사업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국회와 수출입은행, 대우건설 면담을 추진하고 공개 간담회 등 일련의 활동을 펼쳤다. 또한 참여연대는 한국수출입은행 EDCF ‘세이프가드’ 도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도입 이후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참여연대는 창립 때부터 사무처에 국제연대실을 두고 다른 국가의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연대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만 국내 이슈를 해외에 알리고 국제적 지지와 연대의 도움을 받기 위한 일방향의 노력에 가까웠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인권 상황과 민주화 투쟁에 주목하고 국제사회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는 성찰적 방향으로 활동이 확장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록 직접적 지원이 어렵고 영향력 면에서 한계가 있더라도, 한국을 넘어 아시아, 국제사회로 시야를 넓히고 이러한 폭넓은 인식의 틀을 국내 시민사회에 꾸준히 제공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 활동의 의미는 작지 않다.

특히 국경을 넘어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담으려고 했고 주류 언론이나 국가중심의 시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던 ‘아시아 생각’과 ‘아시아팟’ 등의 시도들은 ‘우리의 아시아’를 재인식하자는 초창기 문제의식을 끈질기게 붙잡고 이어온 소중한 경험이다. 특정 주제와 지역에 집중해서 연구하고 활동해온 전문가들, 활동가들을 발굴하고 서로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시민운동의 자산으로 남았다. 아시아팟이 시즌1에서 종료되고 새로운 국제연대 활동을 모색하기 위한 휴지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 안의 아시아를 돌아보고 인식을 확장하는 참여연대의 국제연대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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