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책없이 변명으로 일관한 정용진 회장의 꼬리자르기 사과
쟁점을 ‘고의성’으로 축소하고 2030직원들·해외제조사에 책임 떠넘겨
내부통제·기업문화 개선위한 외부견제장치·리스크 관리기구 설치 필요
국민연금은 사건경위·재발방지대책·기업가치와 신뢰회복대책 요구해야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이 오늘(5/26) 스타벅스 코리아의 5월 18일 탱크데이 이벤트와 관련해 5·18 민주화운동 영령 및 유가족, 박종철 유가족과 국민 앞에 사과했다. 그러나 정용진 회장의 사과에는 책임 인식과 후속대책이 턱없이 부족해 그 어떤 진정성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자체조사 범위도 극히 제한적이었고 담당자 인사조치 외에는 별다른 후속조치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의성 여부가 입증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며 문제의 본질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반복되는 내부통제 실패와 반역사적·반인권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정 회장이나 이사회의 책임도 명시되지 않은 꼬리자르기 사과에 불과했다. 의도가 있었다면 정말 큰 문제이지만 백번 양보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심각한 문제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정용진 회장은 말로만 책임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 선불충전금 환불 대책, 추락한 기업가치와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우선 이번 정용진 회장의 사과문에는 담당자에 대한 인사조치 외에 재발방지대책이나 선불충전금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정용진 회장의 사과문 발표 직후 임직원들의 사후브리핑에서 확인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신세계 그룹은 시종일관 이 사태의 쟁점을 ‘고의성’으로 몰아 마치 고의가 없었다면 책임이 없다는 식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기업 차원의 역사인식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의 질의에 대해 마케팅 직원들의 연령을 보면 20대 초반이 2명, 30대 초반이 3명인데 그들이 갖는 역사인식이 본인들이나 사회와는 동떨어져 있다며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태도도 보였다. 그러나 기업의 역사 인식과 사회적 책임은 개인 직원의 연령이나 감수성 문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진과 이사회가 책임져야 할 경영의 영역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마케팅 실수나 일부 실무진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2022년 정용진 회장의 멸공 논란, 4월 16일 부적절한 마케팅 등 신세계그룹은 반복적으로 정치·역사적 논란을 소비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사 인식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있다. 회장 스스로가 멸공 논란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해왔고, 이러한 이벤트가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의 4단계 결재과정, 5팀장-2담당의 합의 하에 기획되는 동안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던, 일그러진 역사관과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신세계 그룹의 문화 속에서 정작 책임져야 하는 것은 정용진 회장 본인과 이사회 전원이다. 탱크컵의 이름이나 용량도 해외제조사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한데, 설령 해외 제조사에서 이러한 제안이 왔어도 기업 차원에서 문제를 파악해 사전에 수정요청을 하거나 한국 실정에 맞는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책임 아닌가.
무엇보다 이번 사과에는 재발방지 대책과 소비자 신뢰 회복 방안이 빠져 있다. 정용진 회장의 사과와 임원들의 사후브리핑을 보면 결국 신세계 그룹 내부에서 정 회장 본인이나 이사회에 대한 책임 추궁이나 재발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그룹은 각 계열사에 사회적 책임을 총괄하는 이사를 두고 별도의 외부견제장치나 리스크 관리기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이 명백히 신세계 그룹과 스타벅스 코리아에 있는만큼 고객들의 선불충전금 환불 요구에 대해 60% 기준과 상관없이 전액 환불조치해야 한다. 이미 선불충전금 규모가 4천억원에 이르고 이에 따른 막대한 운용수익이 발생하는만큼 공정위의 표준계약서를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할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신세계 그룹 차원의 자생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점이 이번 대국민사과를 통해 확인된 만큼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라 이마트에 제대로 된 사건경위와 재발방지대책, 기업가치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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