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최종 의견 제대로 논의되지 않아
여야의 부패방지법 중간합의안에 핵심조항이 대거 누락되어 동 법안의 개혁적 취지가 크게 퇴색되고 있음이 재차확인되었다. 여,야 3당 원내총무 및 법사위 간사로 구성된 6인 회의는 2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부패방지법안 관련 이견사항 합의안 도출을 위한 회의를 갖았으나, 부패방지위원회의 보복행위 조사권 등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핵심조항을 배제하고 부패방지법의 실질적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공직자윤리규정 역시 법안에서 제외키로 하는 등 그간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온 실효성 있는 반부패대책들은 상당수 제외한 안을 정리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특검제에 대해서는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추후 논의키로 하였다.
이날 6인 회의가 중간합의안이라고 발표한 골자는 사실상 그동안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되어온 사항을 요약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강력히 주장해온 부패방지법 제정안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함량미달임을 드러내고 있다.
○ 우선 시민단체의 요구대로 부패방지법이라는 법안명을 수용했다고 밝혔으나 법안명만 수용했을 뿐 부패방지종합법을 촉구해온 시민단체안은 무시하고 매우 제한된 공익제보자 보호조항만을 담은 기본법 체계를 그대로 두었다.
○ 부방연대가 누차 지적해온 바, 다른 모든 나라의 입법례로 볼 때 부패방지법은 공직자윤리규정을 정의한 법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여야는 공직자윤리규정을 배제하기로 합의하였다. 궁색하게도 여당은 공직자윤리규정은 행자위 소관이므로 시민단체의 의견을 행자위로 이관하여 추후검토하고 부패방지법과는 별도로 입법화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공직자윤리규정을 세세하게 법제화하는 것이 당론으로 정해진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함구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여야당 모두 공직자윤리규정을 법제화하는데 반대하는 당론을 견지하여 왔음을 염두에 둘 때, 어제의 합의안은 사실상 공직자윤리규정 법제화 배제를 공개 선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해묵은 떡값 논쟁이나 관행화된 선물, 향응, 직무 관련의 크고 작은 금품수수의 문제를 해결할 법적 장치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가 진정으로 부패통제의 의사가 있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 분명한 답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 또한 중간합의안은 부방연대가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로 제안한 5개항의 보호장치에 대해서도 거의 수용하지 않았다.
우선 비리신고전체에 대한 조사권은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제보자에 대한 보복조치에 대해서만큼은 부패방지위원회가 직접 조사하도록함으로써 공익제보자에 보호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는 제안(위원회 산하 ‘제보자 보복행위 특별조사국’ 설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둘째, 공익제보를 이유로 불이익(보복행위)을 입힌 자 즉, 보복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어 이를 방지하자는 주장 역시 전혀 검토조차 되지 아니하였다.
셋째, 보복행위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그 입증책임을 제보자가 아닌 제보자의 소속 기관 또는 단체에 있음을 명시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무시되었다. 보복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제보자에게 둔다면 이는 마치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을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묻는 것과 다름없다.
넷째, 부패신고에 대한 포상, 보상제도 역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였다. 공익제보로 인한 예산절감 및 국고환수액이 발생할 경우, 그 기여도에 따라 예산낭비 환수액 또는 수익증대액의 15% 범위내에서 의무적으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여 신고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실히 보장해야만 이 제도의 실효성을 도모할 수 있다.
다섯째, 민간 제보자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하자는 부방연대의 주장은 일부 수용되었으나 민간제보자가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부패방지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구제조치의 내용과 범위는 아직 특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날 합의안에 포함시키지 않고 추가 검토사항으로 처리한 특별검사제 또한 정치권 정략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민주당 이상수 원내총무는 특검제를 배제하는 대신 부패방지위원회가 조사를 요청한 사안에 대해 재정신청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론으로 뒷받침된 견해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일 뿐 아니라 검찰 중립성 확보의 가장 주된 수단으로 인식되어온 특검제 도입의 국민적 합의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인 제안으로서 국민도 야당도 설득할 수 없다.
특별검사제의 핵심 문제의식은 고위공직수사와 관련 이해관계의 상충(conflict of interest)이나 정치적 종속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수사기구의 보장에 있다. 특별검사제는 지금까지 모든 기소권한을 독점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남용해온 검찰을 견제하고 개혁할 핵심적 수단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고 국민 대다수가 그 도입을 강력히 요구해왔으므로 국민적 합의에 따라 응당 도입되어야 마땅하다.
부방연대는 돈세탁방지법에 이어 국민적 여망인 부패방지법 역시 이렇듯 생색내기용 법안으로 형해화되는 것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부실한 합의안에 명백히 반대하며 국민적 합의와는 무관한 여야 합의안이 그대로 졸속처리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끝까지 우리의 비판적 문제제기와 합리적 대안제시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책임한 논의가 계속된다면 불가피하게 보다 단호한 시민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음도 분명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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