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기무사의 짜맞추기식 수사 의혹 제기
조주형 대령의 2차 공판이 지난 5일 논산 계룡대 공군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렸다. 군 검찰 측 증인에 대한 심문과 변호인측 반대 심문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 날 재판은 오전 10시 30분 경 시작하여 오후 8시에 마무리되기까지 검찰 측과 변호사 측의 열띤 법정공방으로 채워졌다.
주된 쟁점은 조주형 대령이 다소 측을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군사기밀 또는 협상정보를 누설했는가에 모아졌다. 특히 전자식레이더와 기계식레이더의 가격차이에 대한 정보, 데이터 링크 기술이전 등에 대한 협상전략정보를 다소사에게 유출했는지의 여부에 모아졌다.
군 검찰은 김영만 공군대령, 이영우 코메트 인터내셔널 대표이사(다소 측 기술협상 담당 대리인), 김영철 코메트 인터내셔널 고문, 조대령 수사담당 기무사 요원 등 총 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중 김영만 대령은 F-X관련 공군 핵심실무장교로서 조주형 대형 구속 직후 군 수사당국에 의해 군기밀누설과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최근 금품수수 관련 무혐의, 군기밀누설 관련 기소유예로 풀려난 후 처음 대외적인 발언에 나서는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군 검찰은 김영만 대령 심문을 통해 두 종류의 레이더 가격자료가 첨부된 보잉사측의 공문이 2001년 6월 이전에 공군에 전달되어 조주형 대령을 통해 5월 21일 다소 측에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 하였다. 그러나 김영만 대령은 검찰 측의 가정을 입증해 줄만한 증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잉사 측의 가격자료표는 6월 5일 이후에 출력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을 뿐이다.
김영만 대령, “기종평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
반대심문에 나선 변호인측은 김영만 대령을 통해 조주형 대령이 보잉사와의 협상과정에서 기계식레이더(MSA)를 전자식레이더(AESA)로 교체할 것,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로 볼 수 없는 JSOW를 SLAM-ER로 교체할 것, 항공기 운용관련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 및 기술이전을 충분히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라팔은 물론 다른 기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변호인측은 반대심문을 통해 “조주형 대령이 보잉사측에 요구한 사항들을 보잉사가 받아들여 F-15K가 좋은 평점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는 본질적으로는 우수한 성능의 무기를 도입하기 위한 국익차원의 협상활동이지 협상정보유출이라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다소 사에 데이터 링크 기술이전 등을 요구한 행위는 다소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협상정보유출이 아닌 모든 기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술이전협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또한 조주형 대령이 다소사측에 요구한 사항들은 국방부의 제안요구서나 당시 심보현 F-X사업단장의 서신에도 포함되어 있는 것들로서 협상추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군판사들과 군검찰은 변호인측의 보잉사 관련 질의응답이 재판과 아무 관련 없는 것이라며 질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여 변호인측과 언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변호인측은 이 밖에도 F-15K 전투기의 결함문제, 시험평가보고 및 협상과정에서의 국방부의 외압여부에 대한 질문지를 준비하였으나 김영만 대령이 이에 대한 답변에는 불응할 것임을 사전에 알려옴에 따라 이에 대한 질의응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날 증언에 나선 김영만 대령은 군기밀유출 관련혐의가 기소유예된 상태에서 법정증언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외압여부나 기종평가과정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김영만 대령 심문이후 이영우 대표이사와 김영철 고문 등 코메트인터내셔널 관련자에 대한 증인심문이 이어졌다. 이영우 대표 등은 금품을 제공한 인정하면서도 군사기밀을 대가로 제공받았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는 완강하게 부인하였다.
기무사, 수사결과 짜 맞췄나?
군 검찰은 2001년 5월 21일 김영철 대령이 이영우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아 조대령에게 7차례 전화를 걸어 전자식레이더와 기계식레이더에 대한 가격차이(3억5천만달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점을 입증하려 하였다. 이에 대해 이씨와 김씨는 이를 시도한 사실은 있으나 조씨에게 구체적 가격정보를 들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3억5천만’이라는 구체적 액수가 검찰조서에 나타나게된 경위에 대해 이씨와 김씨는 자신의 기억하기에는 ‘약4억불’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나 기무사 수사관이 ‘기억력이 좋은 조대령이 시인한 수치’라며 ‘3억5천만불’로 조서에 적어놓을 것을 요구해 ‘부르는 대로 옮겨 적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한편 조대령 역시 레이더가격에 대한 문의가 온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본인이 파악하고 있던 바 가격 차(3억 2천만불)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4억불 정도 아니겠냐’며 추상적 수준에서 허위로 답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3억5천만불이란 구체적 액수는 언급한 적 없으며 이러한 구체적 가격자료는 기무사에 연행되어서나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기무사가 짜맞추기식 함정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시 한번 쟁점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조대령은 2001년 5월 당시 레이더 가격차를 정확히 알지 못하였다. 다만 3억 2천만불 정도로 추측하고 있었다.
△ 5월 21일 코메트측의 문의에 대해서는 4억불 가량으로 불분명한 허위답변을 한다.
△ 6월 5일 이후 공군은 보잉사로부터 레이더 가격차이가 3억5천만불로 표시된 구체적인 가격자료를 송부받는다.
△ 조대령은 2002년 3월 군기무사는 수사과정에서 이 가격자료를 최초로 확인한다.
△ 기무사는 이 가격자료를 근거로 이씨와 김씨가 5월 21일 ‘3억5천만불 차이’라는 구체적인 가격정보를 제공받은 것처럼 조서를 꾸민다.
이러한 증인심문과정에서 군 기무사가 고문 또는 강압적 수사방식을 동원했느냐가 자연스럽게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씨와 김씨 등은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증언하면서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해 진술서를 작성할 것을 계속 요구받았고, 심지어 이미 무인을 날인한 이후에도 본인이 작성한 진술서를 파기하고 기무사가 부르는 대로 진술서를 수정하는 일도 여러차례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이들은 “당시로서는 금품제공에 관한 일로 인해 매우 위축된 상황에서 이러한 수사행위가 적법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하기 힘들었고, 수치의 확인이 범죄요건 구성에 중요한 것이라고 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여러차례 반복되는 강요를 단호히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기무사의 짜맞추기 수사의혹은 재판과정 내내 또 다른 쟁점으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검찰은 이 날 8시까지 지루하게 계속된 검찰측 증인심문을 통해 조주형 대령의 기밀유출 의혹을 입증하려 하였으나 확실한 증언을 듣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기무사의 짜맞추기 수사의혹, 조주형 대령이 다른 기종에 대해서도 동일한 상활동을 전개했다는 반론에 시종 곤혹스러워해야 했다. 재판에 출석한 조주형 대령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고 건강상태도 좋아 보였다. 그는 증인심문 전후 간간이 이어진 피고인에 대한 질의에 침착하고 분명하게 답했다.
이 날 재판에는 참여연대 자통협 등 시민사회단체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 조주형 대령 가족의 성당교우 약 60여명이 참석, 재판과정을 지켜봤다. 변호인으로는 유현석 변호사, 이덕우 변호사(주심), 김형태 변호사가 변론에 나섰다. 다음 공판은 6월 중순에 변호인측 증인심문을 중심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